무협소설보다 보면 가끔가다 이런 장면있죠.
한문의 글자는 대충 아는데 정식으로 글은 배우지 않은 주인공이
거대문파에 걸린 현판을 읽으면서..
예를 들어 '천하제일문 무림문'이란 현판을 읽는데
'문림무 문일제하천'이라 읽곤 고개를 갸웃거리자
옆에 있던 아가씨가 깔깔대며 비웃는 장면...
최근에 광화문 현판을 새로 고치자는 말도 나오고 있죠. 그리고 그 이유 중 하나가 광화문 현판의 글이 거꾸로 적혀 있다는 겁니다.
그렇죠. 1900년초 주시경 선생이 한글을 알리면서, 한글쓰기를 영어의 가로쓰기에 맞추는 것이 편리하다고 생각해, 한글 가로쓰기가 보급되었죠. 지금이야 가로쓰기, 세로쓰기 구분하고 가로쓰기가 좀더 합리적이니 가로쓰기 중심으로 바뀌어 가고 있지만, 그 이전까지는 가로, 세로 이런거 없었죠. 그냥 우상에서 좌하로 쓰면 되는거였습니다. 그건 한글, 한문 예외가 없었죠. 한문쓰는 중국도 마찮가지였고...
그리고 현판이나 편액의 경우에도 쓰는 방식에는 변함이 없고, 횡액은 언뜻보면 가로쓰기처럼 보이지만 세로 한줄에 한글자씩 적은 것 외에는 다를게 없죠.
결국 무협의 배경이 되는 중국에서도 글은 우상에서 좌하로 읽어야 하는 것이었죠.
아무리 주인공이 돌탱이, 멍청이라도 한자를 알고 있는 이상, 가로로 적혀있다 하더라도 현판에 적힌 글씨를 거꾸로 읽을 리가 없죠. 글이 아래에서 위로 적혀있다거나,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적혀 있다거나 현대인이 넘어간거라면 몰라도...
그래서
'이에 걸맞게 육중한 정문 위에는 커다란 편액이 황금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방륜통(幇輪通)!
바로 통륜방이다.'
이런 묘사는 있을 수가 없죠.
이런 건 등장인물이 책자나 문서를 읽을 때도 나옵니다.
'대인은 책자을 펼치곤 눈동자를 좌우로 재빠르게 굴리며 급히 내용을 파악했다.'
우상에서 좌하로 세로로 적어놓았을테니 '고개를 아래 위로 움직이며' 정도가 되겠죠. 뭐... 이건 그냥 쓰는 표현이니 잘못되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위에 나오는 것 같은 의도적인 묘사는 없어야 맞죠. 그런 거 볼 때마다 처음에 이런 표현은 누가 쓰기 시작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전에 구무협에서도 자주 본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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