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비란의 댓글을 보고 여러가지 느낀 점이 있어서 글을 씁니다.
저는 작가분들에게 미안한 것들이 있습니다.
과거 하이텔이나 나우누리 시절에 다른이들이 타이핑으로 쳐올린 무협소설을 즐겨읽었던 것-물론 지금은 아니지만-
나이를 먹은 지금에 와서도 그다지 무협소설을 사지 못한다는 것과 부끄럽게도 수준미달의 글을 출판한 것들입니다.
저는 무협과 판타지를 좋아합니다. 한때는 글로 먹고 사는 게 어떨까하고 생각한 적도 있습니다.
조그만 문예지에 제 글이 실리고 무협이란 타이틀로 제 글이 막 출판되었을 때의 일이죠.
겨우 일년 전의 이야기지만 제가 그때 제정신이 아니었나 봅니다. 출판업계나 작가분을 조금 아시는 분이라면 우리나라에서 글로 먹고 살기란 하늘에 별따기란 사실을 아실 겁니다.
속된 말로 겨우 방세나 내는 수준에 불과하지요. 번역물을 우려먹지 않는 이상 말입니다.
저는 현실적인 인간이어서 글쓰기를 접어버렸습니다. 그리고 국어교사가 되는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불순한 의도지만 어쩌겠습니까. 꿈과 현실에는 천만광년의 간격이 있는데 말입니다. 취업준비생에 불과한 저에게는 책을 살 돈이 없습니다. 아르바이트를 통해 근근히 모아둔 돈으로는 취업준비서적을 사는데에도 벅찹니다. 부모님께 손을 벌리고, 아르바이트를 하곤 하지만 그것조차 대학말년에는 힘든 일입니다.
당신은 불펌을 한 무협소설을 보지 않았느냐?
예, 본 적이 있습니다. 앞에서 말했듯이요.
사실 컴을 사용하는 사람치고 엠피3나 무료영화, 게임을 시디로 구워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겁니다. 사실 제 컴에도 어디에선가 퍼온 영화와 엠피3가 저장되어 있습니다만. 최소한의 양심으로 국산은 없습니다. 대부분 샹송이나 팝송.
어쨌든 철이 들고 나서부터, 조금이나마 어른이 되고부터는 불펌을 하지 않습니다. 책을 많이 샀으니 불펌을 봐도 된다는 논리라. 솔직히 말해 웃깁니다. 책을 산 작가님이야 그렇다치고 불펌을 한 글의 작가분은 굶어도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뭐. 좋겠군요.
돈이 많아서 책을 살 수 있어서 말입니다. 저는 가난해서 책도 못삽니다. 항상 도서대여점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그래도 불펌소설을 읽어서 재미있었어요라고 자랑스럽게 글을 쓰지는 못합니다. 너무 미안해서 말이죠. 게다가 조금만 더 노력을 기울인다면 굳이 불펌을 하지 않아도 글을 볼 수 있습니다. 고무판이나 조아라라든지. 소설연재사이트는 많지 않습니까?
죄가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죄를 부끄러워하기에 인간은 인간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겁니다.
최소한 저는 작가분들께 미안하고 부끄럽기에 불펌소설을 보지 않는 겁니다.
그분들은 제가 포기했던 꿈을 계속 꾸고 계시니까요.
추신 : 새침떼기라서 미안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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