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력도 좋고 괜찮은 수작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두가지 부분에서 결정적으로 저와 좀 핀트가 어긋나서 그리 몰입이 되진 않네요.
1. 회귀를 했다고 그동안 누적되어온 인격이 한 순간에 바뀔 수 있나?
회귀 이전까지는 극심한 열등감, 자괴감, 죄책감과 공포감이 뒤섞여 정신이 극한에까지 몰려있는 상황이였습니다. 회귀를 했다고 그 모든 것들이 한순간에 사라지고 행복한 여유를 지닌 느긋한 인격으로 변할 수 있는가? 거기서 처음 핀트가 어긋났습니다.
2. 죄책감이란게 그렇게 쉽게 사라질 수가 있는가?
그냥 제가 만약 그와 비슷한 상황에 처했다면 다른 생각이 들었을 것 같아서요. 폐인이 된다는게 어떤 기분인지 경험해봤으니까요. 그렇게 심각한 자괴감과 죄책감에 찌들어있는 상황에 그런 기적같은 일이 일어난다면 저는 처음 의혹감이 들 것 같습니다. 그런 일이 정말로 일어날 수가 있는지에 대해서요. 하지만 의혹감이 사라지고나서는 뜬금없이 여유를 느끼기보다는 이런 생각이 들 것 같습니다.
‘내가 정말로 이런 기적을 누릴 자격이 되나?’
그리고 계속 고뇌할 것 같습니다. 자괴감에 시달리며 자기를 인간말종으로 여기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끔찍한 인간인 자신에게 그렇게 좋은 일이 일어나도 되는건지 계속 고민할 것 같아서요.
물론 주관적인 생각입니다. 아주, 아주 주관적인 생각이지요. 그래서 이걸 비평이 아니라 저와 핀트가 안 맞는다고 말한거고요. 그래도 필력이 좋은데 저와 핀트가 어긋나니 개인적으로 좀 아쉬움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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