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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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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v.94 비룡마스터
작성
04.06.11 22:18
조회
203

[먹기가 겁난다] ② 위생 잊은 제조현장  

시커먼 콩기름에 튀긴 ‘방부제 어묵’

땅바닥의 돼지창자 손씻은 물로 삶아 구청직원 “요즘 누가 방부제 씁니까”

[조선일보 강훈, 김준, 장상진 기자]

대부분 단잠에 빠져 있을 11일 새벽 3시. 서울 도심 뒷골목에 위치한 순대 제조업체 A식품은 환히 불을 밝히고 있었다. 고무장갑에 고무장화 차림의 40대 남자 직원이 기계를 사용해 순대피(돼지내장)에 밥과 당면 등 내용물을 채우고 있었다.

직원의 손끝에서부터 5~6m 가량 길게 늘어진 돼지 창자는 질질 끌린 채 땅바닥에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직원은 연신 그 위를 장화발로 밟으며 지나다녔다. 기자의 눈을 의식한 듯 직원은 “바닥을 늘 ‘퐁퐁’으로 청소하는 데다 펄펄 끓는 물에 (순대를) 삶기 때문에 위생상 별 문제 없다”고 했다.

직원은 고무대야 물에 손을 씻고는 잠시 뒤 순대를 삶고 있는 커다란 가마솥에 대야물을 들이부었다. 날이 밝을 무렵, 완성된 순대는 근처 분식집과 식당 등으로 속속 팔려나갔다. 비슷한 시각 서울 변두리 소형 어묵공장. 요란한 소리를 내는 구닥다리 기계는 까만 기름때로 얼룩져 있었다.

생선과 밀가루로 만든 사각형 반죽이 기계에서 찍혀 나오자 그 위로 기름이 뿌려지며 덕지덕지 때가 낀 롤러로 옮겨졌다. 롤러 옆에는 뜯지 않은 콩기름통이 쌓여 있었지만, 롤러와 어묵 사이에 있는 기름은 몇 번을 썼는지도 모를 진한 흑갈색이었다.

“콩기름 색깔이 원래 이렇다”고 직원은 둘러댔지만, 콩기름은 원래 식용유 색깔과 크게 다르지 않다. 또 다른 직원은 “요즘 같은 날씨에는 방부제를 첨가하지 않으면 (어묵이) 반나절을 못 버티기 때문에 별도의 ‘첨가물’을 넣는다”고 귀띔까지 했다. 어묵은 이날 오전 떡볶이집과 분식집으로 전량 납품됐다.

이날 오후 찾은 서울 외곽의 순두부 공장 역시 위생 상태는 불량하기 짝이 없었다. 조금 전까지 두부를 뽑아낸 듯한 기계에는 먹이를 찾아든 파리들이 날아다녔으며, 심지어 기계 윗부분에는 거미줄까지 늘어져 있었다.

그러나 이들 업소를 관리·감독하는 구청의 지역경제과 직원은 “완성된 어묵에 방부제를 넣는 것은 식품위생법 위반”이라며 “요즘 그런 업소는 모두 사라지고 더 이상 없다”며 ‘옛날 일’로 치부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청 관계자 역시 “지방이라면 모를까 앞으로 서울에서는 위생 불량 업소를 찾기가 힘들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렇지만 이날 만난 박모(62·C식품업체 운영)씨는 “위생검사가 한 달에 한 번 업체측에서 샘플을 구청으로 보내는 형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제조 과정의 문제는 쉽게 적발되기 어렵다”며 정부의 단속망을 비웃었다.

이날은 ‘쓰레기 만두’ 제조업체 명단이 발표돼 시민들의 배신감이 폭발한 바로 이튿날. 정부는 각종 식품안전 대책과 함께 불량식품 제조 사범들에 대해 처벌 형량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았지만, 식품 제조 회사의 ‘현장’은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강훈기자 [email protected] )

(김준기자 [email protected] )

(장상진기자 [email protect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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