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서 모멸감, 자살생각"...징역 20년 구형
(서울=연합뉴스) 김상희 기자 = 2000년 남북정상회담 특사로서 예비접촉을 주관했던 박지원 전 문화부 장관이 17일 대북송금사건 및 현대비자금 150억원 수수 혐의 등에 대한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대북협상 비화를 공개했다.
검찰은 박 전장관에 대해 징역 20년에 추징금 148억5천200여만원을 구형했다.
박 전장관은 이날 서울고법 형사1부(이주흥 부장판사) 심리 공판에서 "6.15 정상회담이 하루 연기된 이유는 북한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김일성 시신 참배를 요구해 협상이 난항을 겪었기 때문"이라며 "이 문제로 청와대에 불려다니느라 당시 이익치씨를 만나 150억원을 받을 상황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박 전장관은 "통상 외국인이 북한에 가면 김일성 시신을 참배하게 되는데 당시 예비접촉 합의문에는 김 전 대통령의 참배 여부가 명시되지 않았다"며 "이때문에 김 전 대통령께서 심하게 질책하셨다"고 말했다.
박 전장관에 따르면 민관식 전국회부의장도 이 문제로 사무실로 찾아와 "장관, 대통령이 북에 가셔서 참배 하나 안하나?"라고 물었고 박 전 장관이 "절대 안합니다"라고 답하자 "대한민국 만세!"라며 돌아갔다는 것.
북측의 강력한 시신 참배 요구와 남측의 반대 과정에서 당시 평양에 먼저 들어가 방송보도를 준비하던 중계요원들이 억류위기에 처했고 김 전 대통령은 북한행을 강행, 성남공항에서 임동원 전 통일외교안보 특보를 통해 "북측이 평양에 와서 참배문제를 협상하자는 전문을 보내왔다"는 긴급보고를 받았다.
박 전장관은 "송호경 아태평화위 부위원장에게 `내가 우리 정부를 대표해서 참배한 뒤 남한에 돌아가 사표를 내고 구속당하겠다'는 의견을 냈지만 거부당했고 한광옥 당시 비서실장까지 참배하겠다고 해도 거부당했다"며 "하지만 다음날 송호경 부위원장이 `상부에 말씀드리니 참배를 안해도 되게 됐다'고 해 해결됐다"고 말했다.
박 전장관은 최후진술에서 "정부가 국민적 합의없이 투명하지 않게 대북협상을 진행했다는 비난이 있지만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부터 야당인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 초청 합의도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박 전장관은 "이회창 총재 측근에게 이 내용을 전달했지만 대통령이 원로인사와의 면담에서 김정일 위원장과 야당총재의 만남 가능성을 언급한 내용을 공보수석이 발표하는 바람에 한나라당이 반발해 야당총재의 방북은 무산되고 말았다"고 덧붙였다.
박 전장관은 "새 정부 인수위에서 대북송금 문제로 논란을 빚을 당시 `DJ 뒤에 숨지 말고 당당히 나서라'고 했을 때 심한 모멸감을 느껴 북한산에서 자살할 바위까지 정했다"며 "하지만 김수환 추기경의 조언을 듣고 마음을 바꿨고 이제는 `서서 눈뜨고 죽지 눈감고 죽지 않는다'는 마음으로 절대 자살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 전장관은 그러나 150억원 수수 혐의에 대해서는 "내가 그 돈을 받았다면 정권이 끝나자마자 미국으로 도망갔을 것"이라며 부인했다.
변호인측은 "김영완씨는 수많은 저명인사들과 골프를 쳤지만 여전히 베일에 싸인 인물로 그의 진술을 믿을 수 없다"며 김씨의 동반라운딩 인사로 전직 검찰총장 S씨, 현 대구지역 지자체장 C씨, 전 언론사 사장 C씨, 국회의원 L씨, 전 대학총장 K씨 등을 실명 공개했다.
선고공판은 6월 11일 오전 10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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