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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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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프라이즈에서 퍼왔읍니다.

작성자
작성
04.03.29 13:47
조회
553

'노무현은 다 알고 있다?': 한국 정가에 형성되는 노무현 신화에 대하여 (확대)      

  이번 한민자의 탄핵 가결과 그 결과를 노무현이 미리 다 알고 유도했다는, 그래서 이것이 노무현의 도박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실 그런 추측은 노 대통령의 지지자들과 반대자들 양쪽에서 제기되었습니다. '노무현은 다 알고 있었다'는 한 마디로 요약될 수 있는 이 의혹은, 노무현이라는 인물이 한국의 정치인들 사이에 신화적 존재가 되었음을 암시하는 한 단서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볼 때, 노무현은 물에 내어놓은 아이처럼 아슬아슬한 존재였습니다. 툭하면 말 잘못해서 얻어맞고, 대북송금 특검이니 이라크 파병 같은 문제들로 보수 세력과 미국에 끌려 다니며 개혁세력의 표를 다 잃어버리고, 지지율 30%를 못 넘는 대통령을 바라보며 절망감을 느꼈지요.

  

   과거 대통령의 권력은 검찰, 언론, 국정원, 국세청을 통해 유지되었습니다. 대통령이 국정원을 통해 정적들에 관한 정보를 손 안에 다 가지고 있어 마음만 먹으면 검찰을 풀어 잡아넣을 수 있고, 털면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는 현실에서 세무조사 가동시키면 끝이고, 또 친정부적 언론을 통해 유리한 여론을 조성해 나갈 수 있었던 것입니다.

  

   노무현은 그 네 권력 기관을 다 독립시켰습니다. 조중동으로 대변되는 신문 권력은 이미 노무현에 적대적이었고, 지난 번 젊은 검사들과의 토론은 검찰의 독립을 알리는 신호탄이었습니다. 국회 내 지지 세력마저 미미한 가운데 이런 모든 권력을 다 풀어 독립시키는 노무현 대통령을 바라보며 개혁 세력 내에 위기감이 컸던 것이 사실입니다. 오죽 하면 "정권은 뭐하러 잡았나" 라는 제목의 칼럼이 다 나왔겠습니까?

  

   그런데 일 년이 지난 지금,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대통령을 조롱하던 한나라당은 독립된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로 ‘차떼기당’임이 드러나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고, ‘합법’을 가장한 의회독재 세력이 탄핵 가결로 오히려 강한 역풍을 맞아 소생의 가능성이 희박해진 반면, 별로 인물도 없어 보이는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이 50%에 이르는 현실을 보며, ‘노무현은 다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경이감이 그의 지지자들을 고무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반면에, ‘이번 일이 노무현의 계획된 도박이었다’는 주장이 한민당과 수구언론에서 흘러나오고 있다는 사실은 좀 심각합니다. 이번 ‘의회 쿠데타’ 세력이 보여준 전략은 ‘적장을 단칼에 베어버리고 기세를 제압하겠다’는 왕정시대적 사고에서 나온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적장’이 신화의 인물이 되어 있다면, 그것은 이미 군대의 사기가 땅에 떨어졌음을 반증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아마 본인들도 처음에는 탄핵 가결까지 가고 싶지 않았을 것입니다. 노무현이 ‘사과’해주기를 바랐겠지요. 그러나 그들이 사과 한 마디 받아내고자 그런 무리수를 두었을까요? 사과하면 될 일로 탄핵을 한다는 발상도 기가 막히지만, 만일 노무현이 사과를 했다면, 한민당은 탄핵에까지 갈 수도 있는 ‘중범죄’를 ‘자백’한 대통령에게 스스로 하야 하라고 밀어붙였을 것입니다. 이런 방법으로 그들은 노무현에게 붙어있는 ‘불안한’ 이미지를 고착시키고, 대세를 돌려, 그동안 ‘차떼기당’으로 전락한 당 지지율을 단숨에 반등시킬 수 있으리라 기대했을 것입니다. 한민당이 구체적인 탄핵‘안’을 들고 나온 그 순간부터 이미 사태는 어떤 방향으로든 극단적 결말을 예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아마도 양날의 칼이라 생각했겠지요.

   사실 많은 분석가들도 탄핵 가결이 한민당에게 유리하게만 작용하지 않으리라는 정도는 예상했지만, 아마도 사태가 매우 복잡하게 전개되리라 생각들을 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을 뛰어넘는 ‘쿠데타 세력의 평정’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우선,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움직이던 과거의 행정부와는 달리, 노무현의 내각은 대통령이 없어도 전혀 흔들림이 없습니다. 자율과 책임을 강조하는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일년 동안 강금실, 이창동, 김두관 같은 여러 명의 스타급 장관들을 만들어내었는데, 그 중 강금실 장관이 법무 책임자로 떡 버티고 앉아, 야당 세력에 휘둘릴 수 있는 고 건 총리의 균형을 잡아주고 있습니다. 저는 강금실이라는 인물을 좋아하면서도, 어디까지나 주어진 업무에 충실한 행정가일 뿐 대통령이 될 만한 정치가는 아니라고 생각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 시의적절하게 대응해서 여론을 선점하는 순발력과 TV 화면 앞에서도 동요하지 않고 예민한 정치 사안들에 대해 명쾌하게 입장을 밝히는 모습을 보며 정말 인물이다 생각을 했습니다.

  

   또 한국 언론이 바뀌었습니다. 쿠데타 세력은 먼저 언론사를 장악한다고 하지요. 그러나 이번에는 의회에서 일어난 모든 일이 전국에 생중계되고 나니 사태가 의외로 빨리 종식되어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한국인의 정치문화가 엄청나게 성숙했습니다. 3월 20일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에 저녁 7시 되기 전부터 모여 11시 45분까지 (제가 사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는 아침 6시 45분이었습니다) 5시간을 요동치 않고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의 모습이 얼마나 감동적이고 희망적이었는지 모릅니다. 저는 우리가 이렇게 달라졌는지 몰랐습니다. 정치 분석가들도 몰랐습니다. 한민당은 더더구나 몰랐습니다. 그런데 노무현은 그 국민에 걸었습니다. 도박이라고 우기려면 우기라고 하십시오.

   (그러나 노무현이 탄핵까지 '각오'했다는 선에서라면 모를까, 그 일을 미리 '의도'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무래도 심하지 않습니까?)

   한민당은 노무현에게 기가 질려 있는 것 같습니다. 노무현은 국민을 볼모로 한 나눠먹기 협상에 응하지 않습니다. 그를 적으로 삼았던 사람들은 모두 다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물러났습니다. 이인제가 그렇고 정몽준이 그렇고 민주당 구세력이 그렇고 이제 한민자 전체가 그 목록에 추가되고 있습니다.

  

   밥그릇 나누기가 구 정치의 생존 방식인데, 노무현은 그것을 거부하기 때문에 기존 정치 세력은 아무도 그를 좋아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 정치권에 돈을 대며 기득권을 유지하던 재벌도 그를 좋아하지 않고, 언론 권력을 무서워하지 않으니 조중동S도 그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노무현은 직접 국민을 상대하려 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구 정치 세력에게는 도박으로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국민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노무현은 신이 아닙니다. 단지 그는 국민을 너무 믿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노무현의 지지자들은 그를 향해 어머니와 같은 연민을 가지고 있습니다. 노무현은 그 믿음으로 국민을 움직입니다. 백성이 곧 하늘이라면, 백성을 향한 노무현의 신뢰는 저와 같은 그리스도인들이 본받아야 할 모범입니다.


Comment ' 3

  • 작성자
    Lv.67 al****
    작성일
    04.03.29 14:46
    No. 1

    요즘 제가 서프에 안 갔었네요
    어서 가봐야지~~~~~~~~~~~~~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2 군림동네
    작성일
    04.03.29 15:01
    No. 2

    그리스도인들이 본받아야 할 모범입니다
    ?????
    나도 기자회견보고 탄핵 받을줄 알겠던데...

    노대통령이 몰랐다면......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0 절대삼검
    작성일
    04.03.29 15:38
    No. 3

    군림동네님,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네요...지금 윗글에서 노무현은 몰랐다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닌데요...''노무현이 탄핵까지 각오했다고 할 수는 있어도 탄핵을 유도했다고 할 수는 없다는 내용인데''...

    제가 보기에 윗글은 공감이 가는 좋은 글입니다. 물론 마지막에 '그리스도인들이 본받아야 할 모범'부분은 좀 오버인 것 같다고 생각은 하지만...

    저도 탄핵전날 기자회견 보면서 '아, 노무현이 탄핵까지 각오했구나'라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설마설마 했었죠. 그가 끝까지 야당에 굽히지 않은 것에 대해 찬반양론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가 굴복하지 않은 점이 더 마음에 듭니다. 사과하면 탄핵취소하겠다니, 탄핵이 무슨 애들 장난도 아니고...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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