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진실로 분노하는 이유는 과거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과 얼마되지 않은 그날,
그 뜨거웠던 아스팔트위의 함성을 기억한다.
호헌철폐 직선쟁취!
독재타도 민주주의 만세!
그 착하던 형이 수배되었다고, '내 아들이 무슨 잘못이 있느냐'고 울부짖던
가난했던 어머니의 절규를 기억한다.
모진 물 고문, 전기 고문을 받으며 민주주의를 외친 사람들을 기억한다.
수치에 몸을 떨며 성 고문 받으면서도 민주주의 만세를 외친 누이를 기억한다.
꽃 다운 나이에 최류탄에 맞아 피보다 붉은 청춘을 흩뿌리며 죽어간 친구들을
기억한다.
어두운 밤. 쫓기던 발걸음. 두려움과 공포로 몰래 찾아온 형들의 얼굴을 기억한다.
그날,
민주주의를 외치는 우리를 억압했던 자들이 아직도 그 자리에 있다.
최류탄으로 내 친구를 죽이고, 구타와 고문, 성폭행으로 내 친구를 잡아가둔
자들이 아직도 그 자리에 있다.
그 자리에는 우습게도, 그날보다 더 과거의 그날, 그 자리에 있던 자들도 있다.
그런 그들이 요즘 민주주의를 말한다.
그런 그들이 탄핵을 말한다.
그런 그들이....
내 나이 이상이면 다 안다.
다 겪은 이야기다.
민주주의를 말하던 우리를,
노동자의 권리를 외치던 우리를,
참교육을 부르짖던 우리를.
그때 그들은 우리를 빨갱이라 몰았다.
지금 그들은 우리를 노사모라 하던가?
그때도 그들은 사회 안정을 이야기했다.
그때도 그들은 양비론을 이야기했다.
그들이 만들었다. 그들이 조작했다.
이제는 안다.
그들이 두려워하고 있음을.
우리가 움직이는 것을 가장 두려워한다는 것을.
서울 백만, 부산 백만, 대구 백만.
용암처럼 터져나온 시민들. 시민들.
혼비백산 무릎꿇은 그들.
그때 봐주는 것이 아니었다.
그때 화합이라는 명분으로 그들을 봐 주는 것이 아니었다.
은혜도 모르고 이제 그들이 다시 역사를 되돌리려 한다!
난 빨갱이도 아니고 노사모도 아니다.
그냥 젊은 가슴으로 함께 했을 뿐이다.
그날 이후 십 칠년...
깊숙히 자고 있던 젊은 가슴이 깨어나 채근한다.
일어서라고!
탄핵을 해도 우리가 한다!
너희는 꺼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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