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이지 더는 못살겠다. 이거 매일 청소하고 약 뿌리고, 미끼 약을 놓고 하니 죽어나가는 우리 동료가 도대체 몇 마리야?"
단독주택 16호에 사는 바퀴벌레들이 긴급히 회의를 소집한 가운데 더듬이가 긴 왕 바퀴가 하는 말에 다른 바퀴벌레들은 일제히 날개를 비비며 동조한다는 의미에서 '서걱서걱' 소리를 냈습니다. 옆에서 먹 바퀴가 한마디를 거들었습니다.
"사실 우리더러 더럽다고 저러는 모양인데 여기사는 사람들의 피부를 보면 다른 세균도 우글우글 하더라고! 그런데 우리가 병을 옮긴다고? 말도 안되지!"
"게다가 이 집에 사는 사람들 말이야… 사실 씻는 걸 싫어한다더라."
"그럼 어찌해야 좋을까요?"
옆에서 작은 바퀴벌레가 한숨을 쉬며 말하자 왕 바퀴는 더듬이를 실룩거리며 웃었습니다.
"사실 우리 힘만으로는 힘들지. 그래서 이 집의 쥐들과 연합하기로 했어."
"쥐들 하고요?!"
바퀴벌레들은 일제히 놀라 소리쳤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예전에 먹을 것이 떨어졌을 때 쥐들은 바퀴벌레들을 잡아먹곤 했으니까요.
"그래, 쥐들과 우리가 일거에 쏟아져 나오면 이 집의 사람들도 별 수 없을 걸? 게다가 저 밑에 숨어있는 지네나 쥐며느리도 동조하며 기어 나올 거야. 어때?"
"맞습니다! 한번 해봅시다!"
그때부터 바퀴벌레와 쥐들은 밤이면 밤마다 집안 이곳저곳에 마구 출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바람에 집안 사람들은 잠조차 이룰 수 없었습니다. 왕 쥐를 비롯한 쥐들은 천장 위를 마구 내달리며 쉴새없이 찍찍거렸습니다.
"나가라 나가라 이놈들아."
"이 집이 사람 살라고 만든 집인 줄 아냐? 어서 나가라!"
거의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집안 사람들이었지만 그래도 집밖으로 나갈 수는 없었습니다. 단독주택 16호에 한 달여간의 월세를 미리 내었기에 그런 것이었죠.
"어쭈…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쥐들과 바퀴벌레들은 대낮에 일거에 뛰어나왔습니다. 먼저 안주인이 비명을 지르며 튀어나갔고 아이들이 울며 도망쳤습니다. 덩달아 신이 난 지네와 쥐며느리들도 키들거리며 나오더군요. 집안의 가장도 어쩔 수 없다는 듯 식구들을 쫓아 나갔습니다.
"그래 그래! 바로 이거야! 누가 자꾸 약 놓고 청소하고 우릴 밟으랬냐? 다 자업자득이지!"
쥐들과 바퀴벌레는 승리를 자축하며 사람들이 쓰던 식탁을 차지하고서는 만찬을 벌였습니다.
"이 집입니까?"
사람들이 우르르 단독주택 16호 앞에 모여들었습니다. 쫓겨난 사람들은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아직 17호를 지으려면 한 달이 넘어야 되는데… 어떻게 합니까?"
"불을 질러 버릴까요?"
한 사람의 제의에 사람들은 정색을 하며 외쳤습니다.
"그건 위험해요! 안에 살림살이는 어쩌고요? 일단 해충들이 집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우리가 막아섭시다."
밖에 사람들이 지키고 있는 것도 모른 채 단독주택 16호의 쥐와 바퀴벌레들은 마음껏 행동하다가 언젠가부터 집안의 양식이 다 떨어졌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우리가 질긴 생명력이 있다해도 이대로는 곤란하다. 옆에 17호를 신축한다는데 그쪽으로 가야겠다."
쥐들과 바퀴벌레는 집밖으로 나오다가 사람들이 막아서고 있는 광경을 보고서는 놀라고 말았습니다.
"아니 이런! 이를 어쩌나?"
"뭐, 사람들이 많아봐야 별수 있겠어요? 다리 사이로 잽싸게 빠져나가면 되죠."
말을 마친 왕 바퀴가 재빨리 달려갔지만 얼마가지 않아 사람들의 발길에 밟히고 말았습니다.
"멍청한 바퀴벌레 같으니, 내가 뛰는 걸 잘 봐."
왕 쥐가 부하들과 함께 내달렸지만 그 역시 얼마가지 않아 사람들의 발길에 밟히며 말 그대로 '쥐포'가 되고 말았습니다.
"자, 자, 이제 새 건물을 다 지었으니 쓸만한 세간은 옮기고 소독은 철저히 해 주십시오. 어디에 새끼 쥐나 바퀴벌레 알이 숨어 있을지 모르거든요."
4월 15일, 사람들의 손길이 분주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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