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쓴 시점에서 저는 잠수를 타야 합니다. 간만에 컴퓨터 디스크 조각모음 해
야 되서요.
지금 박정희까지 끌고 나와 버렸습니다. 저도 일본군 따님의 미소에 사실 엄청난 경
악을 해버렸지만, 어찌됐든 이 상황에서 갑자기 박정희의 공과 과에 대한 논의까지
이뤄진것은 오히려 우리가 우리의 갈등을 더욱 심화시킬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은 경
고드리고 싶습니다. 우리는 컴퓨터가 아니기 때문에 직접적인 멀티태스킹은 불가능
합니다. 한번에 문제 하나씩. 그런 고로 박정희에 대한 문제는 나중에 기회가 된다
면 그때 이야기 하기로 하지요. 지금으로서도 박정희에 대한 객관적인 의견은 충분
히 나온듯 싶지만, 끝까지 진실을 외면하고자 하시는 분들은 의외로 많기 때문에 이
난잡한 혼란을 어떻게든 넘긴 다음에 차분한 분위기에서 조용하게 이야기 하기로 합
시다.
저는 많은 말 못합니다. 수다쟁이가 할말이 없어서 이것 저것 떠드는 것 만큼 한심
한것이 없다는 걸 너무 오랫동안 실천해 왔기 때문에 이제와서 또 별거로 수다 떨 자
신도 없습니다. 다만 한가지 말할것은 이후로 우리가 취해야 할 행동입니다.
천만가지 말이 넘칠 수 있는게 민주주의입니다. 고금의 양서에서도 너무 나쁜게 있
기도 하기 때문에 고금의 악서에도 훌륭한 것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잘 가려서
우리의 삶에 보탬이 되는 것을 취해야지요. 그게 바로 민주주의의 매력입니다. 그런
데 지금 이 사태는 너무나도 당혹스러운 사태가 된겁니다. 비록 천만가지말이라고
는 하지만 어찌됐든 우리는 그 많은 말을 한번에 대변해주거나 혹은 그래도 주류가
되는 말을 해줄 수 있는 사람들을 여의도로 보냈습니다. 그때로부터 지난 50년이 넘
는 세월동안 그 사람들이랑 또 많이 싸우기도 하고, 한 두어번정도는 우리가 생각도
안했던 인물이 여의도로 올라가서 푸른기와집에서 살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대체적
일 수는 없지만 조금씩 우리가 원하는 말을 해주는 사람들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하
지만 우리가 대통령을 욕할때도 우리는 그사람에게 물러나라고 까지는 안했습니다.
이 사태를 어떻게 해석해야 될까요? 저에게 강의하시는 한 교수님은 이승만을 나름
대로 옹호하시기도 했습니다. 아마 이런때 세대차라고 해야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만, 중요한건 이건 419가 아니라는 겁니다. 누구도 압제적인 대통령에게 물러나라고
시위한적도 없고, 또 대통령도 자기와 맞서는 자들과 불편하게 지내기는 했지만 그
렇다고 그 많은 사람들에게 일일이 공권력을 행사한 적도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개
인과 집단의 싸움으로 최대한의 노력을 함으로 범위를 최소로 축소시키려고 했지
요. 그래서 더 경거망동하는 태도를 보이기는 했지만 도덕적으로 타락한 모습은 보
이지 않았습니다. 비록 대선에 임하면서 본의 아니게 엄청난 불법을 자행했지만, 자
신보다 더 타락한 사람들이 수두룩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도리어 당당하
게 자기 잘못을 말했습니다. 물론 잘못이 정당화 될 수는 없습니다. 잘못한건 누구
나 그 댓가를 치뤄야 됩니다. 하지만 상대편의 잘못은 어디까지나 추론이고, 대통령
의 잘못은 드러난거니 대통령이 더 잘못했다는 주장의 논거는 어디에서 온겁니까?
저는 사회 예비생입니다. 아직 부모님도 살아 계시기 때문에 걱정 끼칠만한 일도 하
기 싫습니다. 어느 누가 잊겠습니까? 시위를 구경만해도 잡아가던 시절이 있었고, 아
직도 시위 한다면 전경이나 의경들이 달려와서 정말로 패싸움하는 시대인데 말입니
다. 네, 저는 겁쟁이입니다. 그래서 이 글 쓰고 국정원에서 저 잡아가겠다는 시대가
도래하면 어쩌나 하고 있습니다. 제 상상의 비약이 지나친가요? 저는 고대 그리스로
마시대가 조만간 우리나라를 기점으로 전세계에 뻗쳐나가면 어쩌나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시민들은 서울-강남에 집중되어 있었죠. 지금은 다 애들 조기
유학 때문에 잠시 외국에서 살고 있지만, 자신들만이 시민이 되는 시대가 도래하고
나면 세계 유수의 대학을 자기 동네에 끌여들일 가능성이 생기니 그걸 노리고 다시
귀국할 수도 있습니다. 서울 어디에다가 대학을 짓냐고요? 포이동이 있잖습니까. 강
남 유일의 빈민촌이지만 그만큼 땅은 크겠죠. 아예 IVY리그를 대학촌으로 만들어서
옮겨 놓으면 강남의 대치동보다 훨씬 압도적인 상징이 되겠군요. 이제 시민은 고대
의 의미 그대로 특권층이 되고, 우리는 노예가 아니면 이 땅에서 살아갈 방법이 없
어 질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이것은 그 두어번의 푸른기와집에 갔던 사람들이 자
기가 주축이 된 쿠데타와는 달리 다수의 시민-특권층이 일으킨 혁명이기 때문입니
다.
제발 탄핵이 속시원하다는 사람들도 그만하고, 그 사람들 말리려는 사람들도 그만
하고 이 사태를 정확하게 직시해야 됩니다. 이것은 결코 기쁜일도 아니고, 게시판에
한줄이라도 탄핵이 나쁘다는식의 반대의견을 쓰려는 사람들도 깨달아야 합니다. 이
것은 우리의 목숨을 뜯어먹는 문제입니다. 우리는 지금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습니다. 정치적으로 볼 문제가 아닙니다. 여의도로 가실수 있는 분들은 가십시오.
제가 기도할 때 그 기도가 진심으로 여러분께 함께하기를 바랍니다. 아이들이 당장 8
차 교육과정에서 312정치혁명이라는 단어로 이 탄핵에 대해 무조건적인 찬양만을 강
요받지 않으려면 우리는 가야 합니다. 간절히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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