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보의 사기: 32대 조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가장 흔하고 전통적인 사기는 바로 족보이다. 우리는 족보가 어떤 뼈대있는 집안을 상징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이 족보에 수록된 것이 내 직계 조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단순한 착각, 혹은 믿음일 뿐, 실제로는 족보에 수록되었다고 해서 내 조상이라고 우길 근거는 없다.
우리가 전통적으로 부계 사회를 지향했기 때문에 족보라는 사기가 통할 수 있었을 뿐, 만일 모계까지 조상으로 생각한다면 다음과 같은 역설을 얻게 된다.
자신의 아버지는 1 명이다.
자신의 할아버지는, 외할아버지, 친할아버지 2명이다.
자신의 증조할아버지는, 모계에서 2명, 부계에서 2명 총, 4명이다. (어머니의 할아버지와 외할아버지, 아버지의 할아버지와 외할아버지)
자신의 고조할아버지는 총 8명이다.
......
이런 식으로 증가하면, 보통 고려 시대에 족보가 만들어졌으니 32대 조상까지 올라가면 총 2^31승의 할아버지와 2^31승의 할머니, 도합 2^32 승의 사람이 존재해야 자신이 나타날 수 있다. 물론, 이는 연대를 올라가면 더 증가한다.
그렇다면 2의 32거듭제곱은 과연 얼마일까? 간단하지는 않지만 계산해 보면 약 43억 정도가 나타난다. 나 하나가 태어나기 위해서 43억 정도의 사람이 고려시대에 우리나라에 살고 있어야 하는 말도 되지 않는 역설이 발생한다-하지만 이는 수학적으로 사실이다. :)
그러면 우리나라가 현재 평균 3 세대 정도를 갖고 있고, 한 가정에 평균 2명의 자녀가 있다고 하면, 우리나라는 약 800만 정도의 세대가 동세대로 존재하며, 다시 43억에 800만을 곱한 3.4E16 정도의 인구가 살고 있어야 한다. 이는 현재 지구인구의 570만 배가 된다. 이 많은 인구가 고려시대에 산다면 아마 초고층건물이 수억개는 있어야 할 것이다.
왜 이런 역설이 발생할까? 이것은 인구라는 유한집합이라는 것은 잊어버리고, 조상의 숫자는 무한집합이라고 간주해버린 까닭이다. 진실은 우리 조상은 몇 대가 올라가면 다 섞여 버린다는 것이다. 즉, 근친은 아니지만 이런 트리구조로 가면 모두가 원친교배를 하여 친족 사이에서 결혼하여 아이를 낳았다는 결과가 발생된다.
만일 내가 결혼하는 배우자가 나의 친가 혹은 외가의 부계로서 8촌 미만이 아니라, 모계의 모계를 반복하여 갈라진 8촌 미만일지 누가 보증할 수 있는가? 족보는 단순히 부계만을 기록하기 때문에 모계의 모계에서 갈라진 8촌은 족보에 나오지도 않고 호적에 나오지도 않으므로, 결혼할 수 있는 대상이 되는 상황이다.
32대 조상이 자신의 신념이라는 까닭은, 만일 한국에서 살아온 사람들은 이민족과 절대 혼인을 하지 않았다면, 고려 시대에 살고 있었던 사람들은 모두 부계의 32대와 비슷한 조상이 될 확률을 지닌다는 이유에서이다. 우리는 수많은 선조의 곁가지 중, 부계를 잇고 있는 단 하나만을 우리는 조상으로 섬기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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