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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Lv.96 강림주의
작성
16.06.30 14:25
조회
1,585

심판의 군주의 핵심 갈등 중 하나는 연맹과 인간의 불화입니다. 연맹은 내부적으로 많은 모순을 지닌 조직이고, 그 모순에 의해 인간은 수도없이 희생을 강요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좀 더 고등한 목적‘의 이름하에 정당화되고 지나갑니다. 주인공인 최혁의 캐릭터 발전은 그런 연맹에 대한 분노와 복수심과 밀접한 연관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재밌는건 그런 최혁 + 인간 지도부조차 뚜껑을 까보면 점점 연맹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다는겁니다. 내부에 여러 모순을 가지고 있고, 인간 지도부 나름의 ‘고등한 목적’을 위해서라면 희생을 별로 아랑곳하지 않으며, 억압및 소통미숙에 의한 내부의 불화가 계속 쌓여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실 어찌보면 그럴 수 밖에 없기도 해요. 희생을 두려워한다면 결국 장기적으로는 더 심각한 피해가 생기게 되니까요. 무엇보다 인류의 미래라는 고등한 목적이 위협을 받게 되고요. 독자들은 그런 것들을 차근차근 전달받고, 결국 고등한 목적을 위해 희생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리고 그 희생을 해야하는 사람들이 희생을 원하지 않을 때는 강압적으로 희생을 강요하는 것에 별 거부감을 느끼지 않게 되지요.


그런데 그건 결국 연맹이 인류에게 하는 행동과 별 차이가 없습니다. 연맹 역시 카르마인들의 존속이라는 더 고등한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목적을 위해 이기적으로 행동하고 평화를 바라는 이들을 전쟁터로 내몰아냅니다. 그들의 행성을 빨아먹고 뼛속까지 이용하며 위기에 처했을 때는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물론 연맹이 4대종족을 중심으로 부패해가고 있다는 점에서는 인류와 분명한 차이점이 존재합니다. 인류 지도층은 최소한 아직 그 고등한 목적 앞에 부패하지는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지금까지 연맹이 보인 행동은 여전히 그 고등한 목적과 어느정도 맞아떨어집니다. 암흑도시가 위험에 처하자 파견한 부대들을 모두 귀환시키고 심지어 지구인들에게까지 강제파병을 요구하는 것? 이 경우에도 수학은 간단합니다. 공수부대가 큰 피해를 입고 절박한 상황에 몰리는 것과 온 은하단의 중심도시가 날아가는 것, 둘 중 무엇이 더 고등한 목적에 위협이 되는지는 분명합니다. 암흑도시에 민간인들이 존재하는 것 역시 따지고보면 고등한 목적과 어느정도 맞아떨어집니다. 최혁 역시 자체적으로 기술개발 및 생산역량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인정을 했고, 단지 인간과 연맹은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어서 지금은 쌈박질 말고는 할 수 있는게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니까요. 그것처럼, 기술을 개발하고 물자를 생산하고 인프라를 유지하는 역할은 결국 민간인들이 맡아야만 합니다. 2차대전중 총동원령이 내려졌다해서 미국의 시민들이 죄다 본국을 비우고 군인이 된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물론 하필 그 민간인들의 대다수가 4대종족이고 나머지는 고기방패처럼 내던져지고 있다는게 문제이긴 하지만요.


그래도 결국 핵심은 이것인 것 같습니다. 고등한 목적을 따르는 자들이 결국 다른 이들에게까지 희생을 강요하는 상황. 작가는 최혁과 광전사들을 통해 희생을 강요하는 자들의 입장을 보여주고, 그와 동시에 연맹과 인류를 통해 희생을 강요받는 자들의 입장을 보여주었습니다. 별 생각없이 보면 그 두 입장 모두에 공감하게 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저 두 입장은 매우 상호모순적입니다. 생각해보면 전작부터 그게 작가님 글의 핵심주제인 것 같더군요. 까마득한 범우주적 존재들의 고등한 목적에 의해 잔뜩 이용 당하는 주인공을 보여준 다음에, 그 주인공들이 그에 저항하기 위해 결국 똑같이 남들을 이용하며 희생에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요. 그게 나름 재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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