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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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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무술 고수

작성자
Lv.67 황정검
작성
03.12.30 10:58
조회
881

<무림고수를 찾아서> 역대 청와대 경호실의 ‘영원한 사부’

특공무술 장수옥 총재

‘축지법’ 쓰고, ‘장풍’ 쏘는 고수. 25년간 청와대 경호실 무술사범으로 근무하며 무명(武名)을 날렸다. 대통령이 다섯번 바뀌는 사이 경호원들의 ‘영원한 사부’로 자연스레 불릴 만했다.

그러나 그에게 따라붙는 더 매력적인 수식어는 아마도 일파의 ‘무술 창시자’라는 것일 게다. 젊은시절 무술에 빠져 전국 각처의 고수를 찾아다니며 대련을 했고, 또 평생 무술연구에만 매달려 만들어냈다는 특공무술. 이제 국내 무술계에서 그만큼 검증받은 고수도 드물 것이니, 어찌보면 무술가로서 모든 행복을 다 누린 셈이다.

장수옥(56) 대한특공무술협회 총재를 찾았다.

“고수는 무슨 고숩니까. 아직도 수련생들에게 가르치자면 무술이 새롭기만 하구먼…. 나는 여전히 공부하는 처지에 있는 사람이에요.”

서울 신영동 특공무술협회 중앙도장. ‘절세고수’ 장 총재가 아직도 무술 연구중이라니 놀랍기도 하다. 청와대 연무관 사부직을 그만둔 지 벌써 2년이 다 돼가지만 단호한 어투와 어딘지 경직돼 보이는 몸가짐은 여전한 듯 싶었다. 깔끔한 정장 위로 드러난 그의 군살없는 꼿꼿한 풍채는 역시 무술인의 그것이었다.

국내 무술계를 통틀어도 제대로 된 무술 창시자는 손에 꼽을 정도로 귀하다. 도대체 그들은 어떤 사람이기에. 원래부터 비범한 자질을 타고난 것일까. 그의 무술 연공사부터 물었다.

총재는 전북 이리에서 고교를 다니며 합기도에 입문했다. 처음부터 무술이 참 좋았다. 그래서인지 남들보다 수련강도가 훨씬 셌다. 도장 훈련이 끝나고도 학교 운동장에 있던 느티나무에다 대고 회축이며 옆차기 등 발차기를 해댔다. 초가지붕에 매달린 고드름을 발로 차 떨어뜨리기도 하고, 제기는 하루종일도 찼다. 뭔가를 하나씩 얻는 뿌듯함 때문이었다. 그러는 사이 무술실력이 급상승했다. 고교 2학년 때는 합기도 사범으로 나섰고, 당시 ‘당수’로 불리던 초기 태권도도 꽤나 수련해 태권도 사범 자격도 받았다. 특공무술의 싹이 된 무술들로 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장 총재는 “타고난 무골(武骨)도 노력을 하지 않으면 다 허사예요. 반면 평범한 사람도 온갖 정성을 기울이면 도가 통하게 되는 거지요”라고 말한다.

“장수옥 족기(足技)는 한국 최고다.”

언제부턴가 무술계에는 이런 평가가 나돌기 시작했다. 처음 장 총재에게 명성을 가져다 준 것은 화려한 발기술이었다. 고축차기(뛰어차기)는 웬만한 집 천장까지 차 올릴 정도였다니…. 도약 높이가 3m70에 달했다. 게다가 도약도 하지않고 쪼그려 앉은 자세에서 솟구친 뒤 공중에서 이중점프를 한단다. 현재까지 총재의 기예를 넘어서는 사람은 나오질 않았다.

“특히 무술시연을 할 때면 화려한 발차기가 인기가 높았어요. 78년 대 테러부대 한 시연에서는 벽을 5걸음이나 타고오른 뒤 돌아 떨어져내리며 발차기 시범을 보이기도 했죠. 당시 차지철 경호실장이 그 묘기에 매료됐는지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축지법을 쓰는 고수로 나를 소개하기도 했어요.” ‘축지법’ 얘기는 여기서 나왔다. 사실 축지법에 가까운 신기(神技)이기는 하다. 차씨가 ‘특공무술’이란 명칭을 붙여줬고, 장 총재는 곧바로 청와대 경호실 무술사범으로 발탁됐다.

그런데 총재는 정작 자신의 특기는 회축이란다. 자신있으면 기자보고 한번 막아 보라고 했다. 고관절 부근에 주먹 반만한 근육이 돌처럼 잡힐 정도로 발차기를 연마해 눈이 이르는 곳에 곧 발차기가 터지는 경지에 올랐다는 그다. 총재는 “지금도 사람을 세워놓고 회축을 해도 상대가 손을 들어 얼굴을 막는 것보다 내 발차기가 더 빠를 것”이라고 자신했다. 막아 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총재의 무술은 지난 72년 천생배필 ‘철선녀(鐵扇女)’ 김단화(55)씨를 만남으로써 진일보했다. 철선녀는 당시 총재보다도 훨씬 유명했다. 철선녀는 국선도 종사로 알려진 청산거사의 셋째 제자로 정신도법(기공법)에 통달해 이마로 두께 7㎝짜리 송판을 일격에 박살을 내고, 이로 철사를 끊는 무시무시한 내공고수였다.

“전국의 고수들을 찾아 헤매던 때였는데 얼굴도 예쁘장한 처자가 엄청난 공력을 가진 고수라고 하니 눈이 번쩍 뜨일 수 밖에요.”

특공무술은 내공·외공을 겸비한 무술로 익히 알려져있다. 물론 철선녀의 공이 컸다. 현재 특공무술에는 ‘기합(氣合)짜기’란 게 있다. 단전호흡 등을 통한 일종의 내공 단련법이다. 총재는 자신과 부인의 무술을 결합, 한 차원 발전된 무술을 창안해낸 것이다.

취재 중간에 나타난 푸근한 인상의 김모씨가 “영감은 그때 고수가 있다면 어디든 쫓아다녔어요. 하루는 철사장 잘한다는 사람을 찾아갔다가 다음날엔 십1 팔기 도장을 찾아가곤 했죠”라며 끼어든다.

손씨라는 투검(投劍) 귀재의 칼 던지기 시범에 감동받은 총재는 집에서 몇 달간을 투검연습에 몰두하는 식이었다. 그렇게 하나 둘씩 터득한 기술들을 특공무술에 접목했다. 합기도와 태권도 고수였던 정 총재가 유도와 아이기도, 레슬링, 태극권, 당랑권까지도 두루 섭렵한 뒤 새로운 기술체계로 발전시킨 게 특공무술인 셈이다. 현재 그 많다는 특공기술은 주먹 지르고 발차기하는 타격기는 물론 관절을 꺾는 유술계 기술까지 포함하고 있다. 물론 대련도 하고, 연구한 노력이 보태져 이뤄진 것들이다. 그렇더라도 사장된 기술도 엄청났다. 아무리 보기좋은 기술이라도 실전에 쓸 수 없다면 즉각 폐기처분됐다.

총재는 “남의 무술이 좋으면 배워 내 것과 합쳐 새로운 걸 만들어내면 되는 거예요. 어디 전통무술이 처음부터 따로 있었답니까?” 총재의 무예 지론이다. 확실히 어깨를 쭉 뽑아 쳐내는 특공무술의 정권지르기는 태권도나 합기도의 그것과는 크게 다르며, 다섯 손가락을 펴 손목을 접은 채 막는다는 사마귀막기는 중국무술의 구수(鉤手)와 꼭 빼닮았다.

내공이 쌓인 결과였을까. 총재의 무술은 그 유명한 장풍으로 완성된다. 이른바 ‘평수(平手)’라는 것이다. 일종의 장법(掌法)인데 주로 상대의 급소를 치는 수법. 그 위력이 실로 대단하다. 지금 그는 발차기보다 평수를 더 좋아한다. 손만 갖다대면 상대가 수 미터씩 나가떨어지곤 한다. 장풍과 다름없다. 장 총재 말에 따르자면 평수의 위력을 의심한 문하생 하나는 호구를 두개 겹쳐차고 총재의 평수를 맞았다가 갈비뼈가 부러져 병원에 실려가기도 했다.

다 내공 덕분이다. 손은 그저 힘의 끝일 뿐이다. 결국 힘은 허리, 더 나가서는 단전에서 나온다. 총재는 사람들이 물건을 들때 손으로 드는 것 같지만 사실은 은연중에 허리에 먼저 힘을 주고 있다는 말로 쉽게 풀어 설명했다. 평수를 쳐낼 때 자신의 손은 아예 없는 것으로 생각한다. 즉, 허리로 상대를 치는 것이다.

장 총재는 이제 대학에서 자신의 무술을 가르치는 교수 신분이다. 7년째 강의해온 한국체육대학에서 내년 학기부터 특공무술을 정규 교과목으로 가르칠 수 있게된 것도 크게 만족스럽다.

한체대 레슬링장. 40여명의 학생을 통솔하는 총재의 구령이 쩌렁쩌렁 울린다. 대검술과 관절기인 꺾기공방 등을 지도하는 선생의 표정이 엄숙하다. 지난 수십년 동안 새벽 수련을 한번도 거른 일이 없었을 정도로 자기 몸관리에 철저했던 그다. 최근 받은 체력 테스트에서 총재는 근육 연령이 29세, 지구력은 25세로 나왔단다.

총재가 바람처럼 몸을 움직인다.

예의 그 평수가 터졌다. 60여개 평수법 중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는 역평수(逆平手). 총재는 특공무술 유단자인 학생의 정권지르기를 양손막기(손목을 서로 엇갈려 머리위로 들어올리며 막기)해 아래로 360도 회전시키는 방법으로 홱 뿌리친다. 동시에 반보 측면으로 파고들며 상대 등줄기를 팔뚝으로 냅다 휘둘러친다. 동작 이어짐이 물흐르듯 매끄럽다. 수련생이 저만치 나동그라졌다.

기자를 상대로 평수를 시연해보였다. 명치를 피해 평수를 밀자 묵직한 느낌과 함께 뒤로 크게 밀려나고 말았다. 설혹 급소라도 맞을 경우엔 그의 말대로 내상을 입어 시름시름 앓다가 죽을 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의 위력이 감지된다.

태클은 전광석화 같다. 10여m를 달려와서는 몸을 비호처럼 날려 한손으로는 수련생의 목덜미를, 다른 손으론 상대 팔을 낚아채며 몸을 180도 돌려 쓰러뜨린다. 달려드는 탄력에다 관절기를 교묘히 배합한 기술이 눈에 확 들어온다. 한번은 총재가 손으로 땅을 짚고 몸을 돌리는가 싶더니 어느새 하단회축이 수련생의 종아리를 걷어차고 있었다.

그런데 평생 무술연구에 정진해왔다는 총재가 시연 뒤 “무술은 결국 하나로 통하는 법이지. 사람 몸 움직이는 게 별반 다를 수가 없는 거죠. 내 발차기가 태권도와 얼마나 다르며, 또 낙법이 유도의 그것과 뭐 크게 다를게 있겠냐”는 의미심장한 말을 덧붙인다.

장 총재는 평생 이루고 싶은 소원이 꼭 하나 있다고 했다. 무림원(武林院)을 짓는 일이다. 유파를 불문하고 원로고수들을 모셔다가 무예를 논하고, 발전을 꾀할 수 있는 그런 무술 메카다. 그랬다. 그는 무술을 아끼고 사랑할 줄 아는 진정한 무인(武人)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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