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이야기를 하자면 우선 학교얘기부터 해야겠군요.
저희 학교는 0교시가 있습니다. 토요일만 빼고. 토요일은 등교시간은 똑같지만 0교시 대신에 자습을 합니다. 그리고 그 때 선생님들은 회의를 하시지요.
시끄러울 아이들 때문에 2학년반엔 3학년이, 1학년반엔 2학년이 정숙지도를 들어옵니다. 학생회나 각반 실장들 중 원하는 사람이 한반씩 맡아서 들어오는 거지요.
저희반에 정숙지도 들어오는 선배는 정말 착합니다. 학기초 반애들에게 친절하게 학교에 대해 이것저것 알려주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 들어오는데 들어올 때마다 사탕을 한개씩 주더군요. 한개씩이면 대수롭지 않을수도 있지만 36명의 인원도 있고, 사탕이든 뭐든 굳이 주지 않아도 되는 걸 매번 주는 것이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시험기간이 되면 선배가 보관하고 있던 작년 시험지를 빌려주었습니다. 그걸 복사해서 다들 나눠보았구요.
매번 받기만 하는게 미안해서, 다같이 돈을 모아 과자를 이따~만큼 사다 드렸습니다. 200원씩밖에 안 모았지만 인원이 있다보니 큰 쇼핑백으로 하나 가득 나오더군요.
그런 식으로, 어쨌든, 저희반 아이들과 그 선배는 다른 반에 비해 무척이나 친근하게 지냈습니다.
이제 저번주 토요일을 마지막으로 2학기부턴 들어오는 선배가 바뀐답니다. 모두들 아쉬워했지요.
그런데 오늘 종례직전 복도에 나가다가 그 선배를 마주쳤습니다. 인사를 했는데 무언갈 주더군요. 수북히 쌓인 편지.
36명의 아이들에게 일일히 편지를 써주었습니다. 편지지 가득.
다들 놀라워하고, 또 고마워했습니다. 담임선생님도 그랬구요.
받기만 하고 그냥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 다들 답장을 쓰고, 돈을 모아 조그만 선물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래봤자 각자 편지 한개씩 쓰는 거지만 말입니다.
요즘 사회가 각박하다 뭐하다 말들이 많지만, 아무리 그래도 아직 세상엔 좋은 사람이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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