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번 궁시렁 거린적이 있지만
저는 대본소 세대입니다.
음침한 만화방에 앉아 쥐포와 지금도 신기하게 생각하는
달걀구이를 먹어가며 각시탈을 보며 주먹을 부르르 떨고
"대한독립만세!" 를 외치고픈 충동도 느끼곤 했었습니다.
지금이야 만화방이 무슨 카페처럼 변해있고
읽을만한 무협은 전문대여점에 가거나 일부러 시간을 내서 종로
총판에 가는 정도입니다.
만화는 일본에 잠식 당해 있는데다가
가장 존경하던 허영만선생 마저 그림체가 어이없이 변해버려
지금은 내돈주고 안 봅니다.
서설이 조금 길었지요? ^^;;
감비란에 '타' 라는 분의 등선협로 비추글을 방금 보고 왔습니다.
젊은세대라는 글귀가 눈에 확 들어 왔습니다.
한자의 쓰임새에 대한 아마도 미온적인 반발이지 싶습니다.
눈 돌리기 영 어색한 한자의 배치라면 그럴 법도 하겠다 생각되는
작품이 바로 등선협로 거든요.
뭐 작품자체에 대한 한자의 오용은 아닙니다.
작가자신은 한자 한문의 실력을 은근히 숙부님께 돌리는
겸손을 보였습니다만,
저는 아무래도 작가본인의 알찬실력이라고 생각할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얼마전에 이 작품을 추천한 글중에 추천이유의
하나가 바로 한문의 쓰임새였 던것으로 기억이 납니다.
이렇게 넣자니 부담되고 안넣자니 김치없는 밥상같은 한자를
오로지 20년 넘게 무협으로 기본내공을 익힌 저는 별 부담이
안되고 더 나아가 등선협로같은 작품을 읽으며 자못 즐거웠었습니다.
대본소무협을 읽으신 분들은 잘아시겠지만 당시에 무협의 행간은
그야말로 극악이었습니다. 요즘 비뭐래나 하는 것이 얇기도 한데다
뒤에 썰과 상관없는 부록 비슷한걸로 채워 독자들의 불만을 사고있다
라고 어디선가 봤는데 이건 견줄수도 없었지요.
탁! 건너뛰고 한줄
으윽! 건너뛰고 한줄
기타등등 한줄
그런데 무협의 이상한 특징중의 하나가
특히 주인공이 무공을 펼칠라치면 반드시 무공명칭을 주워 섬기고 나서야
행동에 옮기는것이 아닙니까?
"뭐뭐뭐뭐뭐(XXXXX)!!!!!"
욕이 아니고, 괄호안에 있는 그 한자에 눈이 안갈래야 안갈수 없는데
무슨무슨궁, 무슨파, 작을소냐 적을소냐, 용 용자냐, 용감할 용자냐...,
처음에는 뜻도 음도 몰랐지만, 나중에는 아! 이것은 어제 빌려온 거
안에 있던 글자 일세? 하며 반가워 하는 자세를 갖게 되더라는 겁니다.
어디선가 또 읽은기억이 나는 얘기입니다만 (근거를 밝혀라 하신다면
기억이 안나는데요? 할수밖에 없습니다)
대학생들중에 신문의 한자를 잘 못읽는 분들이 있다면서요?
저는 그 분들에게 무협을 읽으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라고 하고 싶지만 대학생들이 좋아하는 무협에는 한자가 별로 없다는
소릴 또 어디서 들어서 이것도 조금 그렇군요..
치다보니 결론이 애매모호하게 되었지만, 그냥 저 어렸을때
이런 한자교육(?)을 받았다 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흐리멍텅한 글 읽느라 애쓰셨습니다.
Comment '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