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봉이… 달봉이…
저 이제, 그 애들 없이 살아야 합니다.
오늘 학원에 가느냐고… 어제 저녁부터 숙제 하느냐고 잠봉이 화장실을
못 치워 줬더니, 아침에 일어나니까 냄새가 심하더라고요.
단지… 그거 뿐이였습니다.
잠봉이는 일어나자마자 엄마에게 발로 차이고, 도망가려 해도 꼬리를
잡힌 상태에서 무차별적인 구타를 받았습니다.
가슴이 찢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나서서 막았다가 엄청 두들겨 맞고… 반항 한 번 못 해봤습니다.
신음소리 한 번 못 내고, 맞아서 입술 다 찢어져도 눈물 한 방울 못 흘렸습니다.
그러면 진짜 잠봉이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거든요.
그래도 엄마는 분이 안 풀리셨는지, 잠봉이 꼬리를 잡아 냅다 던져 버리시고…
저 정말 잠봉이가 죽은 줄 알았습니다. 비틀비틀 일어나서 도망가는
잠봉이 엉덩이를 냅다 발로 차 버리시는 엄마.
잠봉이는… 주욱, 미끄러졌습니다. 발톱으로 땅 디녔다가 장판에 발톱자국 난다고
또 한 번 잠봉이는 그 주먹보다 작은 뒤통수가 부서지게 발로 맞았습니다.
엄마, 제가 잠봉이 화장실 치우는 사이 또 뒷베란다로 가시더니
달봉이 케이스를 들어다가 냅다 패대기를 치시더군요.
케이지 한쪽이 다 우그러졌습니다. 달봉이는 지금도 벌벌 떨면서
밥도 못 먹고 있습니다. 그 벌벌 떠는 까만 눈이 어찌나 애처롭던지,
정말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엄마가 엄마가 아니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습니다.
평소에 엄마가 잠봉이 달봉이 미워하시는 거… 다 알았습니다.
그래서 잠봉이 사료 살 돈 없을 때도 용돈 달라는 소리 한 번 못해 보고
잔뜩 부은 무릎으로 사흘간 전단지 붙이러 다녔고요.
달봉이가 스넵플 걸렸을 때도, 합병증이 무서웠어도 병원 한 번 못 갔습니다.
돈이 없었거든요. 방학이라 전단지 붙이는 아르바이트도 다 차 있어서
하지 못했고, 매일 울면서 코 소독해 줘야 했습니다.
달봉이 육각펜스 사 주고 싶어서… 나중에 꼭 보려고 사 놓고 벼르던
책도 팔았습니다.
고무림 분들은 모르셨겠죠? 매일 귀엽다면서 게시판에 글 올리고 자랑했어도
저는 언제 그 아이들이 죽을까 노심초사했습니다. 맞아서 죽을까봐,
어디 처박혀서 굶어 죽지나 않을까, 버려져서 길 한 가운데를 혼자 방황하다
차에 치여서 죽을까봐…
이번 달 말에 이사를 가면 좀 나아지리라 생각했습니다.
제 방에도 베란다가 생기거든요. 아이들을 가두어 놓는 건 가슴아프지만,
버려지거나 죽는다는 일은 너무나 끔찍했습니다.
저는 동물 학대를 반대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어쩌면 동물 학대를 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그 아이들을 데리고 있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저는 동물 학대를 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그치만… 더 이상 이 아이들과 함께 살 용기가 없습니다.
저번에는 비 오는 밤에 쫓겨난 일도 있었습니다. 천둥 번개 치고,
그러던 밤에 놀란 잠봉이가 너무 뛰어다닌다고요.
잠봉이는 옥상에서 연신 울어대고, 보다 못해서 밖에서 잠봉이 안고
통째로 비 맞으면서 새벽해를 본 일이 있었습니다.
결국 감기 쫄딱 걸려서 하루 종일 앓았지만, 그래도 행복했습니다.
그나마 그 때는 지켜 주고 싶은 아이들이 있었으니까요.
이제 아무리 해도… 이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없다는 일이 너무 슬픕니다.
오늘 하루종일 잠봉이 달봉이는 친구 집에 있었습니다.
제가 학원 간 사이에요. 집에 있다가는 정말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맡겨 두었지만, 지금 집에 있는 사이에도 불안하기만 합니다.
지금은 베란다 박스에 숨겨뒀지만… 언제 또 들켜서 죽을지 모릅니다.
정말 이 아이들을 떠나 보내야 하는 건가요?
저 작은 아이들이 무슨 잘못이 있다고.
단지 밥 많이 먹어서 그런가요?
똥을 싸서 그런가요?
다음주 안으로 당장 다른 사람 줘 버리지 않으면 죽여 버리신답니다.
모가지를 비틀어서… 쓰레기 봉투에 담으시겠답니다.
벌벌 떠는, 공포에 질린 저 아이들을 죽이시겠답니다.
정말, 떠나보내고 싶지 않습니다. 버리고 싶지 않습니다.
엄마가 친구분들 만나러 놀러 나가신 사이에 혼자 라면 끓여 먹어야 하고
학원 갔다 오면 빈 집에 혼자 앉아 있어야 합니다.
추운 방에서 잘 때도 혼자 있어야 합니다.
제 아픈 곳을 감싸주었던…
자기도 맞아서 아픈데, 안겨서 삐약거리며 제 상처를 핥아주던 그 아이들입니다.
그런 아이들이 죽으려고 합니다.
지금도 베란다 저쪽 구석에서 벌벌 떨며 잠자는 잠봉이는
엄마를 마주 보지 못합니다. 애교 부린답시고 다리에 몸을 부볐다가 장식장에
처박히도록 발로 차였던 아이입니다.
케이지에 가두어져서 밥 주면서 등허리 쓰다듬어 주는 시간만 기다리는
달봉이는 엄마의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케이지 한쪽으로 도망가 벌벌 떱니다.
엄마가 다가왔다고 팔짝팔짝 뛰어올라 반겼다가도 케이지를 무자비하게
잡아 흔들고 발로 차는 엄마 발길질에 부들부들 떨던 작은 아이입니다.
그래도 이 아이들이 유일한 희망이였는데…
이제, 다시는 볼 수 없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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