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쓸 만한 사신 >
중국의 삼국시대 촉 나라에 이적(伊籍)이라는 사람이 있어 말재간이 비상하였다. 그가 동쪽에 있는 오 나라로 사신을 갔을 때의 일이다. 오 나라의 임금 손권 또한 이적의 그러한 재주를 익히 알고 있었다. 손권은 차제에 말 잘한다는 이적을 말로써 한번 제압해 볼 요량으로 있었다. 마침 들어와 절하는 이적에게 손권은 짐짓 이렇게 묻는 것이었다.
"그대는 무도한 임금을 섬기느라 얼마나 수고가 많소?"
이는 무심코 들으면 이적을 위로하는 것 같지만 실상은 '유비같은 형편없는 임금을 받드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은가'라는 식의 자못 시비조의 말이다. 이걸 모를 이적이 아니었다. 이적 또한 모르는 척 한 마디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번 절하고 한번 일어나는 것이 뭐 그리 수고로울 게 있겠습니까?"
손권은 무도한 임금으로 유비를 지목하며 한 말인데, 어느 새 이적은 그 무도한 임금을 유비가 아닌 손권으로 바꾸어 버리는 순간이었다. 이적은 무도한 임금 손권에게 절 한번 하는 것은 별로 수고로울 것도 없다고 함으로써 조용하면서도 크나큰 일격을 가한 것이다.({삼국지} 촉지, 이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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