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깽이에요.
태어난 지 두 개월이 지났구요, 온 몸이 까만데 옆구리에는 하얀 초승달 무늬가
그려진 주먹만한 조그만 토끼에요. 엄마가 그러는데, 나는 보이지 않지만
내 꼬리는 다른 친구들보다 조금 더 복실복실하고 크대요.
난 지금 모니터 아래에서 낮잠을 자고 있어요. 우리 엄마는 학교랑 학원에
갔다 오면 매일 책상 앞에 앉아 있어서, 이런 주말에는 꼭 모니터 앞에
앉아 있어야 한대요.
오늘도 엄마는 굉장히 바빠요. 내 밥도 챙겨 줘야 하고, 내가 흘린 응가도
치워 줘야 해요. 털도 빗질해 주고 잠도 재워 주고… 그러다 보면 몇 시간이 훌쩍
지나가고 말아요.
엄마가 그러는데, 요즘 컴퓨터를 못해서 머리가 아프대요.
머리가 아파 보이지는 않던데, 하루 종일 만화책 보고 뒹굴면서…
오늘은 엄마가 기분이 나빠요.
왜냐구요? 내가 엄마가 애지중지하는 [실혼전기]라는 책에 오줌을 쌌거든요.
그것 때문에 얼마나 엉덩이를 많이 맞았는지 몰라요.
그래서 엄마를 기쁘게 해 주려고 모니터 앞에서 가만히 있는 거에요.
아, 스피커에서 타투의 노래가 나오네요. 나는 이 노래가 가장 좋아요.
엄마는 목소리가 굉장히 커요. 가끔 깜짝깜짝 놀랄 정도로 커다랗게
소리를 지르는데, 귀가 얼얼할 정도에요.
그런 엄마가 중얼거리니 아무리 꼬박꼬박 졸고 있다고 해도 내가 못 듣지 않을 수
없잖아요.
"제기랄, 좌백님은 왜 이렇게 안 돌아오시는거야…"
좌백이 누굴까요? 어쨌든 안 돌아오신다니, 어디로 도망이라도 가셨나 봐요.
정말 불쌍하네요. 그렇지만 빨리 돌아오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엄마가 밤새 정성들여 간 사시미가 내 눈에는 너무 무섭게 보이거든요.
"끙끙, 춘야연님은 왜 매일연재를 안하시는 거야. 벌써 이틀짼데ㅠ_ㅠ"
춘야연은 또 누굴까요? 매일연재? 엄마가 먹는 매일우유하고 비슷한 건가요?
엄마가 밤새 모니터를 뚫어지게 보면서 망자의검, 망자의검, 하시던데.
망자가 뭔가요? 하는 눈으로 엄마를 쳐다보니, 엄마는 그저 모니터를 오드득 오드득
씹어 먹을 뿐이에요. 내가 이갈이 하는 거랑 비슷해 보여요.
"백상님은 왜 지존만리행 안 보내주시는거여… 설마 주기 싫어서 도망가신 건
아니시겠지?"
엄마야! 깜짝이야. 엄마의 안경 너머 까만 눈이 번뜩거렸어요. 얼마나 놀랬는지…
지존만리행? 그게 뭘까요? 먹는 걸까요? 엄마가 이렇게 흥분하는 건 먹을 거하고
예전에 살짝 훔쳐본, 잘생긴 형아들이 바글바글한 만화책 뿐이었는데.
며칠 전에 엄마가 이따만한 박스에 형아표 만화책을 이따만큼 가지고 와서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엄마는 이상하게 그 만화책만은 안 보여 주더라고요.
"네가 어른이 될 때 까지는 안돼!" 하면서요.
엄마는 오늘도 열심히 자판을 두드리고 있어요.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엄마는 굉장히 행복한 것 같아요. 연신 무흐흐~ 웃으니까요.(이런 표정♡ㅠ♡)
엄마가 하는 일은 모두모두 다 잘 되면 좋겠어요.
아, 제 일기 훔쳐 보신 분들은 모두 엉덩이를 떼찌해 드릴 꺼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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