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보면서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나?
라고 씁쓸해졌습니다.
그래서 퍼왔습니다.
한번쯤..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시간은 어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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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病 이대로 놔둘건가]이웃사촌은 없다
전융남씨(63·대구 대명2동)는 승객 2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지난달 18일 오전 대구지하철 화재사건만 생각하면 아쉬움만 남는다며 아마 죽는 순간까지 털어내지 못할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출입문 옆에 앉아 있던 방화범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하얀 우유병을 꺼내기에 우유를 마시려나 싶었지. 그런데 가슴팎으로 가져다가 라이터를 계속 켜더라구. 이상하다 싶어 ‘왜 라이터를 켜려 하느냐’고 내가 큰 소리로 나무라자 몇차례 멈칫댔어. 불길한 기분이 들어 내가 고함을 치며 계속 주의를 줬는데도 주위에서는 눈을 내려깔고 아무도 쳐다보지 않았어. 괜히 거추장스런 일에 끼고 싶어 하지 않아 외면하는 태도였어. 참 아쉽지. 주변에 있던 사람이 라이터만 빼앗았더라면…”하고 말끝을 흐렸다.
약간의 호흡곤란 증세로 병원신세를 지고 있는 전씨는 11일 안타깝고 기억하기 싫은 순간을 또 한번 회고했다. 하지만 그는 “그래도 방화범 바지에 붙은 불을 재빨리 진압했으면 괜찮았을 거야. 그런데 불을 끄려했던 사람은 나와 대학생처럼 보이는 젊은이뿐이었어. 주변에 있던 승객들은 도대체 뭘했는지 몰라. 혼자 나가지 말고 ‘불이야’ 하고 같이 대피를 유도했으면 얼마나 좋았겠어”라며 불편한 심기를 내보였다.
200여명의 사망자를 낸 지난달 대구참사는 시민들의 ‘조그마한’ 관심만 있었더라면 그저 그만한 ‘해프닝’정도로 그쳤을 수도 있다. 그러나 대구참사에서 보듯 이웃에 대한 무관심과 귀찮은 일에 끼어들기 싫어하는 우리사회의 ‘싸늘함’은 가정폭력, 아동·노인 학대, 장애인 성폭행 등 무수히 많은 사회적 약자에게 고통이 되는 비극을 양산하고 있다.
지난달 11일 부부싸움을 하던 중 소리치는 남편을 피해 달아나던 부인 이모씨(42)가 3층 베란다에서 떨어져 숨졌다. 결혼한 뒤 낳은 큰딸이 친자식이 아니라며 아내를 의심한 남편은 부인에게 지속적인 시비를 걸었고 지난 1월 유전자 감식결과 친딸로 확인된 후에도 폭력을 휘둘러온 것으로 경찰조사에서 드러났다.
그러나 상습적인 가정폭력이 진행되는 기간은 물론 이씨가 숨진 당일에도 이씨의 주변 이웃들은 경찰에 단 한번의 신고조차 하지 않았다.
서울 경찰청 112운영계 한 관계자는 “가정폭력 신고전화의 30%정도만이 이웃이 거는 것이며 그나마 걱정보다는 ‘시끄러워서 못살겠으니 잡아가라’는 식의 불만을 토로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서울 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이문자 소장은 “나에게도 닥쳐올 수 있는 불행이라는 점을 상호인식하고 상대방의 인권을 존중해줘야 한다는 차원에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면서 “가족이기주의에 빠져 내 가족 문제가 아닌 남의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된다”고 당부했다.
여성장애인에 대한 시민들의 무관심은 경악할 정도다. 여성장애인상담소에 따르면 2001년 경남 김해에 거주하는 정신지체2급 장애인인 김모씨(당시 20세)를 마을주민 6명이 번갈아가며 성폭행해왔고 김씨가 임신을 하자 신고는 고사하고 낙태시켜 사건을 은폐하자는 주장까지 제기되기도 했다. 어머니를 여의고 정신지체가 있는 아버지와 병든 할아버지 아래서 성장해온 김씨를 상대로 10대에서 60대에 이르는 남자들이 수년간 성욕을 풀어왔지만 마을주민들은 ‘동네사람이 다친다’는 이유로 경찰신고를 미뤄왔던 것이다.
상담소 서울본부 장명숙 소장은 “장애인을 올바른 인격체로 보지 않는 사회적 인식에 따라 범죄행위가 벌어져도 애써 눈을 감는 낮은 시민의식으로 인해 빚어진 병리현상”이라고 지적했다.
2년전 여름 대구의 한 초등학교 텃밭에서는 수개월째 부모없이 생활하던 초등학생이 영양실조로 숨져 우리사회의 치부를 또 한번 드러냈다. 정신지체장애를 가진 심모군(15)은 이혼한 어머니와 생활해왔으나 카드빚 때문에 어머니마저 가출하자 구걸로 허기진 배를 채워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사체가 발견된 장소 주변에는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먹다만 생옥수수 조각이 발견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사회적 무관심을 전통적 가치관이 배제된 채 진행된 근대화 과정에서 생겨난 부작용으로 보고 있다. 1960년대부터 군사정권 아래서 시작된 밀어붙이기식의 급격한 근대화는 우리사회의 덩치는 키웠지만 머리는 미성숙한 기형적인 모습으로 바꿔놓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성장’을 위한 물질주의·개인주의 등 서구적 가치관이 힘을 얻고 공동체의식과 같은 전통적 가치관은 사라지게 됐다고 풀이한다.
사라진 전통적 가치관은 타인의 일에 관여해 시간과 신체적 손해를 볼 필요가 전혀 없다는 지극히 이기적인 현상을 야기시켰고 이러한 개인주의가 지배적인 가치관으로 변모하면서 생긴 병리현상이기 때문에 치유 또한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조현철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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