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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텅 빈 지갑, 텅 빈 나.

작성자
Lv.15 노레이션
작성
03.02.19 22:33
조회
1,373

어젯밤,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서 술을 마셨습니다.

소주를 마시고, 맥주를 마시고, 양주를 마시고..그렇게 새벽 세 시쯤까지 휘청거리며 돌아다니다가 가까스로 집에 돌아와 풀썩 기절하고, 그렇게 두어 시간 쯤 잠들었다가 벌떡 일어나서 화장실로 달려가 우웩- (아..사실 난 이 우웩-할 때의 기분이 너무나 좋답니다^^), 그리고는 술 다 깬 것처럼 찬 물 마시고, 책좀 읽고 하다가 다시 우웩-(음..사실 두 번째부터는 그다지 좋지 않지요, 첫 번째만큼 호쾌하지가 않거든요;;).

낮동안 이런저런 일을 하는 내내 인상 잔뜩 쓰는 바람에 '너 어디 기분 나쁘냐?' 라든가 '너 혹시 암같은 거냐?' 라는 소리까지도 들었습니다.

마침내 다시 집에 돌아와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한 다음에야 비로소 원상회복이 되었습니다. 그러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은 지갑을 확인한 거였지요.

만원짜리 한 장, 천원짜리 일곱 장. 그리고 어슴프레 내가 긁었다는 것 정도만 기억나는 카드영수증...암.담. 해집니다.

내가 웃으며 술을 마시던 어제 그 시각, 대구에서는 죽은 사람들이 있었고, 그게 슬퍼서 울부짖는 사람들이 있었고, 한 무더기 재로 태워져서도 지하철을 벗어나지 못한 누군가들이 있었겠지요. 지금에도 사람들의 눈물과 탄식소리는 여전할 것입니다.

나는 몹시 두려워집니다.

텅 비어버리는 지갑, 쓸 수 있는 돈보다 갚아야 할 채무를 더 많이 담고 있는 저 지갑처럼, 나도 텅 비어버린 게 아닐까..

그래서 암.담.해 지는 것입니다.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Comment ' 10

  • 작성자
    Lv.1 등로
    작성일
    03.02.19 22:39
    No. 1

    마음을 비웁시다......

    농담입니다. 채무는 얼른 비우시고, 돈 가득한 지갑이 되길..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소예
    작성일
    03.02.19 22:41
    No. 2

    가끔은 비울 때도 암담해질 때도, 필요한건 아닌지...
    전 한 때 비우지 못해서 힘든적이 있었죠.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1 신독
    작성일
    03.02.19 22:48
    No. 3

    가인님, 요새 정담에 자주 행차하시네요...^^
    술너무 드시지 마세요....
    우웩~그거 자주하면 식도에 부담됩니다...쩝.

    비었다...
    아...한 때는 정말로 텅 비워버리고 싶을 때도 있었건만...ㅎㅎ
    진정 비우고 싶을 땐 비워지지 않는게 인생인가 봄다...

    저도 고인들께 애도를...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6 아자자
    작성일
    03.02.19 22:52
    No. 4

    흠..어제 저보다 늦게까지 술을 드셧군요..^^;
    저는 새벽 1시 반정도에 귀가를 햇습죠..ㅡㅡ;
    저도 술을 섞어 마시다보니 내상을 입은것 같다는..ㅡㅡ\"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5 노레이션
    작성일
    03.02.19 23:11
    No. 5

    저는 냉정하다는 평을 자주 듣곤 합니다.
    그런 동시에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감상적이라는 평도 듣지요.
    냉정하다는 것은 내 바로 곁에 머무는 사람들에 대해서, \'그것은 당신들의 인생, 힘들어도 억울해도 어차피 당신들이 짊어져야 할 몫. 힘든 줄은 알지만 나로서는 어쩔 수가 없답니다.\' 라는 식으로 말하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감상적이라는 평은, 그렇게 냉정하게 잘라 말하는 대상인 내 곁은 사람들에게, 내가 알지 못하는 누군가들의 슬픔과 분노에 대해서 더불어 슬퍼하고 분노해줘야 한다고 역설하곤 하기 때문입니다.
    참 이상한 논리이지요.

    저는..감상적인 내가 나의 결과적 모습이기를 바랬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점점 냉정한 나만이 남아가는 기분이 들었던 거지요.
    보물상자를 만들어야지, 하고 생각했더랬는데, 어느날 뚜껑을 열어보니 쓰레기들만 가득 담겨진 것을 보았을 때와 같은 기분이랄까요.

    이거 참..답글을 쓴다는 게 횡설수설 넋두리가 되어버렸네요;;
    요즘 정담란을 기웃거리는 것은 이런 횡설수설 할 꺼리가 많아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5 노레이션
    작성일
    03.02.19 23:15
    No. 6

    아- 아자자님, 댓글 올리고 나서야 보았네요.;;
    섞어 마시는 건 역시 좋지 않아요;;
    다음주쯤에 제가 청하고, 시간에 되시면, 소주 한 병씩만 간단히(앞서 말했듯이 지갑이 텅 비어서;;) 하지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6 아자자
    작성일
    03.02.19 23:17
    No. 7

    하하하
    그럽시다..^^
    요즘 일도 바쁘고 술도 계속 먹었더니..체력이 좀 딸리네요..ㅡㅡ;;;
    하지만 한병정도야...^^;;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작성일
    03.02.19 23:35
    No. 8
  • 작성자
    Lv.1 신독
    작성일
    03.02.19 23:37
    No. 9

    5번 댓글 보니 프랑스 유학가 있는 친구넘 생각 나네요...ㅎㅎ

    저하고 그 친구하고 아주 재밌는 일화가 있지요....

    토론 중이었습니다...심각한 자리였죠....
    그 때 아직 어리던 스무살. ^^;

    주제는 구걸하는 분들에 대한 시각이었죠.
    그 친구는 줄 필요가 없다고 했죠....
    더 많은 이들을 돕는게 중요하다구요....

    전 준다구 했죠....정말 어쩔 수 없어서 그 생활을 하는 분들이 있을 거라는....눈에 보이는 사람도 못 도우면서 무슨 추상적 인간애냐구......

    어케 됐냐구요...?

    그담부터 그 친구는 꼬박꼬박 돈을 주었고....
    저는 안주기 시작했답니다.......ㅡㅡ

    군에 갔다와서 서로 술먹다 그 얘기 나와서
    서로의 변활 얘기하곤....크게 웃고.....
    크게 우울했답니다.....^_^

    가인님 말씀들으니...그 친구 생각이 간절하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 b3**
    작성일
    03.02.20 10:42
    No. 10

    여기 오시는 분들 모두 참 좋으신 분들 같습니다
    절로 마음이 훈훈해지네요 후후
    그나저나 가인님은........ 역시나 글에서 느끼던 것 처럼
    상당히 특이하신 분인것 같습니다만 ^^
    흠, 첫번째 \'내용물확인\' 하실 때 기분이 좋으시다구요?
    갸웃거리는 b386 입니다만 한편 역시... 하는 생각도 드네요 후후

    이번 대구참사때문에 저도 그리고 대다수의 분들이 침울한듯 합니다
    좀 기운들 내야죠?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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