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서 술을 마셨습니다.
소주를 마시고, 맥주를 마시고, 양주를 마시고..그렇게 새벽 세 시쯤까지 휘청거리며 돌아다니다가 가까스로 집에 돌아와 풀썩 기절하고, 그렇게 두어 시간 쯤 잠들었다가 벌떡 일어나서 화장실로 달려가 우웩- (아..사실 난 이 우웩-할 때의 기분이 너무나 좋답니다^^), 그리고는 술 다 깬 것처럼 찬 물 마시고, 책좀 읽고 하다가 다시 우웩-(음..사실 두 번째부터는 그다지 좋지 않지요, 첫 번째만큼 호쾌하지가 않거든요;;).
낮동안 이런저런 일을 하는 내내 인상 잔뜩 쓰는 바람에 '너 어디 기분 나쁘냐?' 라든가 '너 혹시 암같은 거냐?' 라는 소리까지도 들었습니다.
마침내 다시 집에 돌아와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한 다음에야 비로소 원상회복이 되었습니다. 그러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은 지갑을 확인한 거였지요.
만원짜리 한 장, 천원짜리 일곱 장. 그리고 어슴프레 내가 긁었다는 것 정도만 기억나는 카드영수증...암.담. 해집니다.
내가 웃으며 술을 마시던 어제 그 시각, 대구에서는 죽은 사람들이 있었고, 그게 슬퍼서 울부짖는 사람들이 있었고, 한 무더기 재로 태워져서도 지하철을 벗어나지 못한 누군가들이 있었겠지요. 지금에도 사람들의 눈물과 탄식소리는 여전할 것입니다.
나는 몹시 두려워집니다.
텅 비어버리는 지갑, 쓸 수 있는 돈보다 갚아야 할 채무를 더 많이 담고 있는 저 지갑처럼, 나도 텅 비어버린 게 아닐까..
그래서 암.담.해 지는 것입니다.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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