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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펌글] 너무나 인간적인.....

작성자
Lv.1 푸른이삭2
작성
03.02.11 22:28
조회
638

1주일에 3-4번 정도 들려보는 개인홈페이지에 홈피주인이 올린 글입니다.

+++++++++++++++++++++++++++++++++++++++++++++++++++++++++++++++

성직자.

고결하고 높아보이는 그 한단어.

그러나, 내 주변의 성직자분들중.....인간적이지 않은분은 없다.

오늘 수녀원으로 미사반주를 갔다.

처음보는 신부님이 미사를 하셨다.

강론시간이 되자...

신부님은 대뜸 이렇게 말씀하셨다.

○ 신부님 : 저를 오늘 처음뵙는 분도 계시고, 기억하시는 분도 계실것입니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

저는 사제서품을 받기전까지..............20년의 세월이 걸렸습니다.......

이렇게 신부님이 화두를 꺼내시자,

문득 며칠전에 수녀님들과 나누었던 대화가 생각났다.

○ 수녀님 : 아녜스, 이번주 일요일엔.........못보던 신부님이 오실거야.

○ 조양 : 누구신데요?

○ 수녀님 : 분도 신부님이라고, 유명하신분이셨지.

○ 다른 수녀님 : 우리 수녀원에...5년인가, 계셨던 신부님이셔.

.........교구에서 말썽 일으켜서, 쫓겨나기까지 하셨지.

○ 조모양 : 헉! .........쪼....쫓겨나....................

○ 수녀님 : 응, 술을 너무 좋아하시는게 화근이셨어.

술자리는 거절을 못하시고, 거의 매일같이 술을 드셨지.

그러니, 교구에서 신부로 받아들일수가 없었어.

한번인가 쫓겨나셨는데, 다시 용서 빌어서 들어오셨거든.

그런데 술때문에 또 쫓겨나셨어...-_-

................(회상끝)

○ 조모양 : 음.............그러고 보니, 사제서품을 받기까지 20년이 걸렸다는것도,

무리는 아니군.............

신부님의 말씀은 계속되었다.

○ 신부님 : 저는............신학교를 졸업하고, 군대를 다녀오고............남들처럼

착실하게........수도를 해서...........신부가 되는 그........길을..........제대로 걷지 못했습니다.

저는 늘, 말썽을 일으켰고......급기야는...............교구에서 불미스러운 일로.........

짤렸습니다...............그것도 한두번이 아니었지요.

정신차리고 잘해보자, 생각하면.........어느새 또 말썽을 일으키고..............

그러고보니........집에서 부모님들도..............신자들도............교구에서도....................

모두 저를 포기한 상태였죠.

........................저는.......신부가 되는것을 그만두기로 했습니다.

그리고.........그 결심을 하자, 아버님이 비디오 가게를 차려주시더군요.

(여기서 일동 웃음........)

......하지만, 마음은 정말 황폐했습니다.

하루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오로지.........술만 마셔댔습니다.

그렇게 지내던 어느날..........한 수녀님께 연락이 왔습니다.

수녀님은........저와같이 부산에 한번 가지 않겠냐고...........하시더군요.

저는 단번에..."싫습니다." 하고 잘라버렸습니다.

하지만, 수녀님이 벌써 비행기 표까지 끊어놓으신 상태더군요 -_-

부산에 내려가자,

그곳엔 나이가 여든이 넘으신..............성직자들 세분이 계셨습니다.

그분들이.............저를 보고..........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분도. (신부님 세례명) ,......다시한번...........기회를 주겠어요.................."

그 말을 듣는순간, 눈앞에 하얗게 변하면서,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더군요.

여태까지, 저를 손가락질하고, 나쁜신부다....방탕아다...........라고 하기만 했지

용서해주겠다, 기회를 주겠다, 하는 분들은 없었거든요.

그러나, 다시 그분들이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 하지만.............이제 한국에서는 분도를 받아줄곳이 없어요 -_-

호주쪽을 알아볼테니......가시겠어요? "

저는 단번에 "예." 하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당장 어머니께 전화를 걸었습니다.

어머니는 단 한마디만 하고 말을 잇지 못하시더군요.

"감사합니다........................"

........이렇게 저는 호주로 날아갔습니다.

그게 1990년 초반이었습니다. 주교님께서 추천장을 써주셨지만,

주교님은 저를 무척이나 싫어하시던 분이셨습니다.

"그사람은 신부가 되면 안됩니다. 자격이 없습니다." 하고 늘상 말씀하시던

분이셨습니다. 그러니, 추천장에도 좋은말이 들어갔을리가 없었겠지요......................

하지만, 그곳 호주에서 저를 돌봐주시기로 한 신부님은.........

나이가 지긋하신.........너무나도 좋으신 분이셨습니다.

그 신부님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분도, 추천장엔..........너무 안좋은 말들만 써있어요.

하지만, 나는 분도라는 사람이 어떤지, 알지 못합니다.

내가 직접 겪어 보겠어요. 2년이라는 시간동안 말이예요..............."

저는 그분덕분에, 열심히 신부가 되기위한 공부를 해가며

하루하루를 기쁘게 살아갈수 있었습니다.

어느날, 저를 그렇게나 잘 돌봐주시던, 마음좋은 신부님께서......

제게 말씀하셨습니다.

"분도..............나..........이제 신부를 그만둬야 할것같아요................

.........저는 중풍에 걸렸습니다................................................."

그 신부님은 그렇게 제곁을 떠나셨습니다.

그리고..........새로 발령된 신부님이 오셨죠.

아니나 다를까, 새신부님은 저를 무척이나 싫어하셨습니다.

아침에 저를 불러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 당신은, 신부될 자격이 없어요. 어서 한국으로 돌아가십시오."

그리고..........저녁에 또 불러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 어서 한국으로 돌아가세요. 당신같은 사람은 필요없습니다."

매일매일........아침저녁으로 저를 불러..............저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매일매일 말입니다.

그러니........아침에 저말을 듣고...........저녁이 되기까지.........제 심정이 어땠겠습니까.

하루하루가.........정말 그렇게 힘들었던 적은 처음입니다.

힘들때, 피똥을 싼다고 하죠...........

전, 정말 그게 농담인줄 알았습니다................어느날 제가 직접 확인하기 전까지는요........

(피똥얘기가 나왔는데.......아무도 웃질 못했다 -_- 숙연한 분위기)

제가 너무나도 힘들어 하는걸 알고, 호주교구에서

저를 다른 본당으로 옮겨주었습니다.

그곳에서..........계신 신부님은 참 좋은 분이셨습니다.

저는 그곳에서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그동안의 잘못을 그렇게라도

만회하고 싶어서였을까요................................

그리고......................

며칠전. 12월 13일.........................

저는 호주 분당에서.............드디어 사제서품을 받았습니다.

90년대 초반에 호주에 간이후로.............거의 10년만의 일이었고.

사제가 되고자...........신학교에 들어간지 20년만의 일이었습니다.

그래서.........저는 이렇게 신부의 이름으로

여러분들 앞에 섰습니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입니다.

저는 지금도, 제가 자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하느님이 저를 부르셨고. 사제라는 직함을 주셨습니다.

그동안의 숱한 방황..............

하지만, 방황을 통해서, 세상 사람들이 얼마나 고통을 받고 있는지.

세속적인 고통이 어떤것인지. 이해할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러분, 저는 호주에서 금의환향한것이 아닙니다.

저는...........돌아온................방탕자일 뿐입니다...................................

저는..........다음달에. 다시 호주로 돌아갑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이 짧은 시간동안,

여러분이 보여주신 사랑을 잊지 않겠습니다.

호주에서, 저는 10년동안 혼자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돌아간다고 해도 외롭지 않을것 같습니다.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신부님은 내내 우셨고,

손수건을 꺼내어 끊임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으셨다.

나는 성당에 있는 시간이 결코 아깝지 않다.

수녀원에 일요일마다 반주를 하러가느라, 약속을 늦춰도

전혀 아깝지 않다.

이곳은 나에게 너무나 큰 휴식과 사랑을 준다.

신부님의 인간적인 고백과 눈물은...............

당분간 내 가슴속에서 지워지지 않을것 같다...................


Comment ' 4

  • 작성자
    夢蘭
    작성일
    03.02.11 22:33
    No. 1

    음...
    요즘 보기드문 신부님이 아니... 쿨럭~ ㅡㅡ;;;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1 단애(斷哀)
    작성일
    03.02.11 23:04
    No. 2

    너무나 인간적이시라기 보다는 너무나 성직자 적이십니다. 신부라는 직업이 있다면(제 개인적인 견해로 종교인은 직업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 분도 신부님은 천직이십니다. 전 불교인입니다만 종교인은 존경합니다. 종교인을 가면은 쓴 직업인들은 싫어하지요.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푸른이삭2
    작성일
    03.02.11 23:14
    No. 3

    글의 원래 실려이쓴 홈피에도 썼었지만 성직자중에서도 인격적으로 성숙치 못하고 용서와 관용을 모르는 성직자 답지 않은 사람들도 많습니다.
    반면에 이분은 천상 성직자다 하는 분도 있습니다. 제가 아는 목사님 몇분은 천상 목사님이다 하는 느낌이 들게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뵈면 저절로 마음이 넓어지는 느낌이지요.

    이 글을 옮기면서 분도 신부님의 가슴속에서 하나님이 크게 웃고 계실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유리
    작성일
    03.02.11 23:35
    No. 4

    목이메이네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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