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큰 이유는 작업환경이 너무나 열악하기 때문이다.
만약에 작업환경이 안전하고 좋게 개선되면 이런 문제는 어느정도 해결이
될것이다. 열악한 작업환경 인프라가 젊은이들이 3D업종을 기피하게 만들고
우리사회의 불완전한 사회안정망(사회복지제도)도 여기에 한몫을 한다.
다음의 글을 읽어보기 바란다.
한겨레신문에 의하면 일본에서 발암 물질인 석면에 의한 사망자 수가 40년 내에 10만 명에 이를 것이라는 보도를 했다. 석면은 건축 현장에서 방음과 단열 등의 역할을 하는 자재로서, 작업 중 석면이 미세한 분진 형태로 인부들에게 흡입이 되어 건강에 치명적이 되는 물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얼마 전부터 석면을 사용한 건축을 금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오래 전에 지어진 대부분의 건물에는 이 석면이 사용되어 재건축시에는 석면을 깨야만 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석면에 의한 건강 피해자는 계속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나는 막노동, 배달, 청소, 화공 약품 취급 등 약 30여 종의 소위 3D 업종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경험이 있다. IMF 이후 신문에서는 요즘의 젊은이들의 3D 업종 기피 현상을 다루며 그들의 나약함과 근성을 개탄하는 내용을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더욱이 외국인 근로자의 차별과 학대도 사회적인 문제로 부각을 시키며 한국인의 잔인성을 알리고 있다.
젊은이들의 3D 업종 기피 현상과, 외국인 노동자들의 학대에 대한 신문 기사를 읽으면서 나는 내가 경험했던 것들에 비추어 몇 가지 반론을 제기 하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아무리 3D 업종에 속하는 30여 종의 아르바이트 경험을 했다고 하더라도, 내 경험에 비추어 이야기하는 것은 흔히 말하는 ‘일반화의 오류’를 범할까 자제했는데 석면에 관한 기사를 접하고 그래도 내 경험이 사람들의 토론에 -젊은이들의 3D 업종 기피와 외국인 근로자 학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글을 올리기로 작정했다.
먼저 석면에 관련한 나의 경험은 이렇다. 재건축 현장에서 나는 건물의 벽을 부수는 작업을 하던 중 벽면 내부에서 석면을 발견하고 감독관에게 방진 마스크 지급을 요구했었다. 그러나 감독관은 이를 거부하고 계속 작업하도록 강요했다. 나와 함께 아르바이트를 하던 친구들은 석면의 위험성에 대해서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항의했지만 나이가 드신 노가다 아저씨들은 젊은 친구들이 몸 사린다고 오히려 우리들에게 역정을 내셨다. 노가다 판에서 일해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공사중의 먼지 정도는 돼지고기 삼겹살에 소주 한잔이면 말끔히 씻겨 내려간다는 공사판의 오랜 잘못된 믿음이 있다. 하지만 담배 연기와 비슷한 크기를 가진 석면의 먼지는 폐로 흡입이 되어 시멘트처럼 굳어지기 때문에 식도를 통해 위장으로 들어가는 삼겹살의 기름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나와 동료들은 작업을 거부하고, 일당도 챙기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두 번째로는 용광로 작업이다. 내 친구의 후배는 대졸자임에도 불구하고 직장을 구하지 못해 IMF 시절에 소규모 용광로에서 일을 했다. 아무리 방열복을 입더라도 엄청난 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작업장에서 하루 12시간씩 주 6일을 일하고 받는 돈은 고작 80만원이었다. 아무래도 버는 돈 보다 몸이 축날 것을 염려한 후배가 일을 그만 두었을 때, 그 중소기업 사장이 했던 말은 “요즘 젊은이들은 근성도 없고, 나약하기만 하다.”라는 것이었다.
내 친구 한명은 금형 공장에서 기계 속에 철판을 넣어 구멍을 뚫는 작업을 하다 그만 손바닥에 구멍 두개를 만들고야 말았다. 하루 종일 구멍을 뚫는 단순 작업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 새 위험성에 대한 의식이 사라져 버린다. 피곤해서 잠깐이라도 긴장을 늦추면 그만 대형 사고가 발생하게 된다. 그래서 많은 기계들은 안전장치가 되어 있는데, 작업자가 미처 손을 빼지 못하더라도 수갑처럼 생긴 안전장치가 자동으로 손을 빼도록 해 주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그것은 무척 거북하고, 하루에 할당된 양을 채우기에는 너무 버겁기만 한 장치기 때문에 많은 소형 업체 근로자들은 그것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러다 사고가 발생하면 한마디로 인생이 끝나는 것이다. 잘려진 손목으로 어디서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는가?
요즘의 젊은이들은 대부분 인터넷도 할 수 있고, 전태일 시대와는 달리 어느 정도의 교육도 받아 세상 돌아가는 일은 잘 알고 있다. 안전장치를 해도 위험하기 짝이 없는 3D 직종에서, 제대로 된 안전장치도 없이 작업을 하다 장애인이 되면 몇 푼 되지도 않는 산재 보험금(그거라도 받으면 다행이지만..)으로 평생을 살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3D 직종을 택하겠는가? 하지만 더럽기는 해도 위험성이 적은 일에는 구직자들이 밀리는 현상을 볼 수 있다. 얼마 전, 서울 어느 구청에서 환경 미화원 모집에 박사급 1명과 석사급 몇 명을 비롯해 수십 명의 대졸자들이 몰렸다는 기사는 대체 무엇을 말하는 것이겠는가? 이런 사실로 보았을 때, 신문 기사를 작성하는 기자 분들이 조금 더 세심히 관찰해서 보면 젊은이들이 기피하는 직업은 위험하고, 더럽고, 어려운 3D 업종을 기피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위험한 일을 피하는 것임을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한가지 더하면, 위험성을 감수하더라도 장래가 불투명한 일을 기피하는 것도 하나 추가할 수 있을 것이다. 노가다 판에 한 번 발을 들여놓으면 사실 노가다 외에는 별로 배우는 것이 없다. 평생 노가다판 노동자로 지내야 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첫 직업을 노가다판 노동자로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요즘의 젊은이들이 과거와 다르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막무가내로 허영심에 불타올라 무작정 3D 업종을 기피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
이렇게 위험하고 그 위험성에 비해 보수가 적은 일을 기피하는 현상이 벌어지다 보니, 이런 일에는 주로 외국인 노동자들이 투입이 된다. 그럼 왜 외국인 노동자들은 한국의 젊은이들이 기피하는 위험한 일들을 하려고 하는 것인가? 다들 아시다시피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미래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고생해서 얼마간의 돈을 벌어 가면 자기 국가에서는 아주 대단한 돈이 되기 때문이다.
나와 함께 일했던 중국 동포 한 사람은 월급 100만원 정도를 받으며 일했는데, 그 사람이 내게 말했다. 내가 비록 지금은 여기서 설거지나 하고 있는 신세지만 몇 년 후면 중국에서 자신의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라고 늘 말했다.
공장이나 노가다 판 같은 단순 노동직에는 별다른 미래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외국인 노동자들은 틀리다. 그러기에 위험을 감수하는데, 그러다 보니 많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손발이 잘려 나가는 안타까운 사고를 당하기도 한다. 나 역시 그들을 보면 안타깝고 가슴이 아프다. 하지만 여론을 주도해 나가는 신문 기사를 읽을 때면 답답한 마음이 들 때가 있다. 그 손발이 잘린 외국인 노동자들의 사고 사례를 전하면서 왜 한국인들의 잔인성만 부각시키냐는 말이다.
한번 생각해 봤는지 모르겠다. 그들이 했던 일들은 원래 그렇게 위험한 일이다. 그런 위험한 일을 이제 한국의 젊은이들은 잘 알기 때문에 기피하는 것이고, 그 위험성을 알면서도 자기 국가에서는 엄청난 금액을 만질 수 있는 미래가 있기 때문에 외국인 노동자들은 그곳에서 일하는 것이다. 한국의 젊은이들이 그런 공장에서 일을 했다면 아마 외국인 노동자들처럼 똑같이 손과 발이 잘려 나갔을 것이다. 그때에도 한국의 언론들과 그것을 읽는 사람들은 그 젊은 한국인 노동자에게도 외국인 노동자한테 가졌던 동정과 안타까움을 말할수 있을것인가?
지금 손발이 잘린 외국인 노동자들의 사진 속에 한국의 젊은 노동자들이 실렸다고 생각해 보자. 많은 사람들은 전태일 시대가 끝났다고 한다. 하지만 난 묻고 싶다. 그런 3D 업종에서 한 번 일해 본 경험이 있냐고 말이다. 아직도 우리나라의 많은 곳에서는 전태일 시대가 계속되고 있다.
나는 이 글을 통해 외국인 노동자들의 사고를 가볍게 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3D 업종의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고, 우리 젊은이들이 무작정 그것을 기피하는 것이 아니라 대체 왜 기피하고 있는가 원인을 살펴 봐 달라는 것이다.
최소한 내가 알고 있는 주변의 수많은 젊은이들은 아무 일이라고 하고 싶어한다. 다만 막무가내로 방치되어 있는 위험한 일 만큼은 피하고 싶은 것뿐이다. 이유는 단 한가지다. 우리나라는 일하다 불구가 되면 차라리 ‘자살’을 선택하는 것이 빠를 만큼 사회 복지 시스템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몇 푼 되지도 않는 산재 보험금은 구차한 생명을 조금 더 연장 시켜주는 것 밖에 되지 않으며 또한, 고작 2-30만원이 지원되는 생계 지원금은 그냥 죽으라고 하는 것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어제인가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가 노무현 민주당 경선 후보를 의식하는 듯한 발언으로 급진적 좌파 세력 어쩌고 떠든 모양인데, 노무현이 급진 좌파 세력이면 이따위 글을 쓴 나는 슈퍼 울트라 공산당 빨갱이인가? 노동자들의 실상을 좀 바라보고, 조금만 신경을 써서 위험을 감소시키고 사회 보장만 조금 더 신경 써 주면, 굳이 외국인 근로자들을 수입하지 않아도 그 자리는 한국의 젊은이들이 채울 것이다.
웬만한 기업인들의 하루 술값도 안 되는 60만원 정도만 있으면 한 달 생활이 가능하다고 외치다 장애와 가난과 여성의 3중고를 안고 돌아가신 최옥란님을 이해하지 못하는 위정자들이라면 제발 스스로 물러나 주기 바란다. 그럴리는 없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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