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끝내고 집으로 가는 길에 왠 팜플렛을 들고 나누어주는 사람이 한명 보였습니다. 뭔가 싶어서 하나 집어다가 잠시 신호등을 기다리는 와중에 흝어보니 걍 평범한 뉴웨이브 사이비였습니다. 우주의 기운, 명상, 깨달음 등등 운운하는 뭐 그런 것들요. 그렇게 대강 다 읽어보자 마침 그 팜플렛을 나누어주던 사람이 다가왔는데, 아마 팜플렛 집어가는거 보고 온거겠죠. 비록 제 손에 들려있는 스켑틱 정기구독잡지는 보지 못했지만요.
명상을 통해 우주의 근원을 깨우치고 모든 진리를 알아낼 수 있다, 뭐 그런 소리를 들었고 저는 그것이 과학적으로 검증가능하냐 되물었습니다. 그러니까, 우주의 근원이 정확히 무엇인지 엄밀하게 정의를 한 이후에, 그 우주의 근원에 대한 가설을 세우고 그 가설에 의거해 검증가능한 예측을 내놓은 다음 반증가능한 실험을 통해 그 예측을 입증할 수 있냐, 라고 물었죠. 그러자 그 사람은 그걸 답하는 대신 ‘과학이란건 인간이 만든지 끽해야 수백년되는게 아니느냐, 이 근원은 그보다 한참 전에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이것은 과학의 너머에 있다’라고 말을 돌리더군요. 고생물학자들 다 실업자 만드는 소리죠.
여하튼 그래서 그 후에는 과학과 우주의 근원에 대해 한 십분정도 얘기를 나눴습니다. 중간에 신호등이 몇번 파란불로 되었는데, 제가 갈 생각을 안 하자 그 사람이 오히려 신호등 불 다 됬다라고 말하더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그냥 신이 나서 계속 얘기를 나눴고, 그러다 얘기나눌 건덕지가 떨어지자 그제서야 떠났는데, 나름 재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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