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에서 나오는 길이었습니다. 노숙자들이야 흔하지만
그날은 달랐습니다. 저쪽에 웬 할아버지가 쓰레기봉지속에서
자고있는 거에요. 사람하나가 들어가는 쓰레기봉지였습니다.
쓰레기처럼 처박혀 몸을 말고 있더랍니다.
무심코 밤하늘을 올려보는데 아무생각이 안들더라구요.
뉴스와 인터넷에서 어려운 이웃이 언급될때마다, 쓸어버려라
정부뭐하냐. 지저분하다. 대통령뭐하냐. 나도 먹고살기 힘들
다. 정책이 잘못됬다. 관종이다. 알바다..
그때 모든 국민이 알바였구나.. 라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본질과 연민이 아니라, 물어뜯을 고기를 찾는 개들이었던
거죠. 우리가 우리를 돕는게 아니라, 우리가 우리를 물어뜯고
있었을 뿐이었습니다.
퇴근시간 지하철에서 글을보는데 옆자리에 무슨 대리와
여직원이 한참 부장을 흉보고 비웃으며 회사가 망하겠지,
언제 옮겨야되니, 이력서를 받아줄것 같니 어쩌니, 떠드
는데 너무 시끄러워 조용히 해줄것을 요청했습니다.
그러자. 대뜸 너가 뭔데 내게 잔소리냐! 식으로 나오더라
구요.
마침 걔네들이 얘기하던 업무가 익숙해서, □□관련회사
같은데, 라며 달래보려니 그쪽 여직원은 얼굴안보이게
고개를 싹 돌리고, 대리라는 사람은 흥분해서 더 날뛰는
겁니다. 마침 저도 열이 받아서 지하철 내려서 붙어보자
식으로 몰아붙였는데 그때부터 눈피하기 급급하더라구요.
간도 빼줄것 같이 알랑거리다 손해볼것 같으니 고개를
홱 돌리는 여직원, 니들이 나한테 뭘 어쩌겠냐며 날뛰다가
어쩌겠다 싶으니 눈 꼴아박는 대리.
그런데 사실 저도 다르지 않은 놈이라는 겁니다.
모두들 에둘러 말하는 자존감의 정체가 저겁니다. 자존감..
자기개발서에 등장하는 자기자신을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마음. 천원을 받니 안받니, 줘서 호구가 되니 마니, 응용의
폭도 넓습니다.
구걸하는 거지가 흙수저라면 몇백원에 호구가 되니 마니
고심하는 저희도 흙수저입니다.
흙수저가 초능력을 얻어 우월해지는 소설이 급 땡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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