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 라울러(사진출처=UFC 공식 홈페이지) |
UFC 웰터급 챔피언 ‘무법자’ 로비 라울러(33,미국)가 위험한 도전자 카를로스 콘딧(31,미국)을 판정으로 꺾고 타이틀 2차 방어에 성공했다.
두 선수는 지난 3일(한국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가든 아레나에서 열린 ‘UFC 195’ 메인이벤트 웰터급 타이틀 매치에서 5라운드를 꽉 채우는 명승부를 펼쳤고 아슬아슬한 차로 승패가 갈렸다.
라울러와 콘딧의 대결은 그야말로 ‘고수들의 대결’이었다. 시종일관 많은 공방전과 수 싸움을 주고받는 화끈한 경기를 펼치면서도 누구하나 흥분하지 않고 냉정하게 경기를 운영해나가며 ‘지옥의 체급’ 최상위권 파이터다운 기량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콘딧은 팬들 사이에서 ‘철권 10단 콤보’라는 말을 들을 만큼 다양한 콤비네이션을 자랑한다.
이날 경기에서도 옥타곤을 넓게 쓰는 인-아웃파이팅을 통해 무수한 콤비네이션을 쏟아냈다. 같은 콤비네이션이라도 콘딧이 쓰게 되면 상대 선수 입장에서는 더욱 까다롭게 느껴진다. 펀치, 킥, 니킥, 엘보우 등 가능한 모든 부위를 무기삼아 그때그때 다른 콤비네이션을 구사하기 때문이다.
모두 냉정함이 빛났다. 콘딧은 5라운드 내내 엄청난 콤비네이션을 계속해서 구사했다. 정타도 있었지만 제대로 들어가지 못하고 막힌 것도 많았다. 그럼에도 개의치 않고 체력이 떨어진 5라운드에도 콤비네이션을 멈추지 않았다는 것은 굉장히 끈질기고 강함을 증명한다.
라울러 역시 콘딧의 폭풍우 같은 콤비네이션 속에서도 잔 타격과 결정타를 구분해내며 차분히 반격해나갔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두 선수 모두 혈전 속에서도 자신의 페이스를 끝까지 잃지 않았다.
매 경기 명승부를 펼쳐내는 챔피언 라울러의 존재는 UFC 웰터급에서 축복이다. 과거 ‘수면제’ 조르주 생 피에르(35,캐나다)의 시대에서는 체급 수준은 높지만 타이틀전이 너무 지루하다는 혹평에 시달렸다. 생 피에르는 충분히 명 경기를 만들어낼 만한 기량을 갖추고 있지만 특유의 ‘안전한 승리’마인드로 인해 5라운드 내내 팬들에게 지루함을 안겨줬다.
해당 대회에서 아무리 명경기가 나와도 메인이벤트에서 재미가 반감되어버려 팬들의 불만도 컸다. 특유의 백인영웅이미지로 인해 캐나다-미국 권에서는 인기가 좋았지만 거기에 해당되지 않는 팬들에게는 그의 경기를 끝까지 지켜보는 것 자체가 곤욕이었다.
하지만 라울러는 다르다. 경기 자체가 워낙 화끈한지라 달궈진 분위기를 결코 식게 하는 법이 없다. 더 뜨겁게 하거나 조금 아쉬운 온도를 아예 활활 불태우게 만들어버린다. 이를 입증하듯 지난 맥도날드전에 이어 최고의 명경기를 선사했다.
맥도날드전에서 난타전 이후 공이 울려도 자신의 코너로 돌아가지 않고 피를 흘린 채 서로 노려보며 대치하는 장면이 명승부를 대변했다면 이번 콘딧 전에서는 종료 공이 울린 후 나란히 케이지에 양손을 대고 기진맥진한 채 쉬고 있는 그림이 팬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수준만 높은 경기가 아닌 옥타곤에서 모든 것을 쏟아 붓는 파이터 정신을 제대로 보여줬다는 극찬이다.
사실 라울러의 현재 포스는 예전의 모습을 기억하는 팬들이라면 어색하기 그지없다. 라울러는 파이터 생활 초창기부터 두각을 나타낸 이른바 ‘천재과’도 아니며 꾸준히 상위권에서 활약하지도 않았다. 화끈하기는 했지만 펀치 위주의 단순한 공격옵션으로 인해 웰터급에서 얼마나 견딜 수 있을지 의심의 눈초리를 받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적지 않은 나이에도 꾸준히 자신의 발전시켜나가던 그는 2014년 12월 조니 헨드릭스를 꺾고 챔피언벨트를 차지한 이후 로리 맥도날드-콘딧 등 최고의 파이터들을 맞아 역대급 명 경기를 만들어낸 채 방어전에 성공하며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될 체급내 최고의 선수로 우뚝 올라섰다. 성적도, 내용도 웰터급 끝판왕으로 손색없다.
문피아독자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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