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옛것이라는 말을 들으면 제일 먼저 지루하고 머리 아픈 것이라고 생각해. 이 정도는 정말 흔한 생각이니까 이해할 수 있어."
소녀가 손에 들고 있는 붓으로 종이에 재빠르게 휘갈긴 뒤, 공손히 옆에 두었다.
"내가 주로 익히는 것은 동양쪽이야. 서양쪽도 하고 있어. 지식이 절대 모자라지는 않지만, 최근 관심은 동양쪽에 쏠려서 서양쪽을 등한시 여기는 것은 있기는 하네."
어떠한 문자를 쓴 것으로 보였지만, 너무나도 추상적이라서 처음 보는 사람은 이해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런 것을 초서라고 해. 너무 흘려쓴 서체라서 형태로만 보고 유추하려고 하면 절대 해석하지 못하는 기이한 문자지. 초서만큼 쓰기 어려운 문자가 더 있기는 할까?
너무나도 흘려쓴 나머지, 필체가 사람들마다 다 다르고, 자신이 쓰고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 이 정도면 문자로써는 꽝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일지도."
소녀는 그외에도 여러가지를 종이에 써서 보여주었지만, 하나 같이 이해를 못하는 물건들이었다.
"옛날 기록물은 거의 대다수가 초서로 되어 있어서, 고문서를 해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초서를 익혀야 해. 머리만 아프고 쓰기 어렵고, 아무도 안 쓰지만 해석하기 위해서는 이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지.
가만히 앉아, 자신이 쓴 글을 잠깐동안 보고 있던 소녀는 얼마 지나지 않아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아무튼, 얘기가 조금 벗어난 것 같네. 옛것을 생각하면 지루하고 머리가 아프다는 것 정도는 충분히 이해해. 하지만, 이거 하나만큼은 알아줬으면 좋겠어."
소녀가 종이에 누구라도 읽어볼 수 있게 또박또박 한글을 써서 보여주었는데, 이 말은 다음과 같았다.
< 옛것이 있었기에, 지금 현대 시대가 있다는 것. >
https://link.munpia.com/n/209431 ㅡ 수천년의 유산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