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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제 형편없는 작품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제목은 방랑자 환상곡 이라고 합니다. 아무도 읽지 않을 법한 제목이지요. 슈베르트의 가곡에서 인용해 왔습니다. 정말로 아무도 읽지 않을 법한 제목이로군요.
장르를 말하자면, '뉴에이지 판타지' 라고 이름짓겠습니다. 이것은 판타지이자 판타지가 아닙니다. 순수문학의 글쓰기를 배워온 저이지만 생각해왔던 것은 판타지나 일본의 라이트노블 같은 내용들 뿐이었으니까요.
조회수는 심각하게 떨어졌습니다. 제 블로그에서 직접 찾아와주시는 팬들을 제외하고는, 고작 두 분뿐만이 읽으실 뿐이더군요. 이것은 오로지 제 실력이 부족한 것이기 때문이라 여겼습니다.
그래서 다른 작품들을 읽어 보았습니다. 어떤 작품을 읽었는지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자비로 300권을 인쇄해서, 5990원이라는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판매를 했습니다. 의외로 많이 팔려서 재고는 120권 정도가 남은 것 같더군요. 사실 대부분은 지인들께 그냥 나눠드린 것이지만요. 아무튼 그렇습니다.
예상보다 많이 팔렸기에 자신감이 붙었습니다. 그래서 인쇄본보다 훨씬 더 공을 들여서 수정을 거친 뒤에 이곳, 문피아에 올렸습니다. 그 결과는 자유 연재란의 방랑자 환상곡 시리즈의 조횟수를 보시면 잘 아실 것입니다.
뉴에이지 판타지. 처음 들어보는 장르이실거라 생각합니다. 당연합니다. 제가 지어낸 말이니까요. 퓨전 판타지니 정통 판타지니 뭐니 하는 현재의 장르들과는 많은 차이점을 보이는 장르입니다.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는 판타지를 쓰고 싶었습니다.
읽는 사람에게 생각이라는 것을 하게 만드는 판타지를 쓰고 싶었습니다.
결과는 보시다시피. 처참하더군요. 물론 줄이 길다거나 다른 문제점이 있긴 했지만, 판타지라고 하기에는 너무 무겁다는게 주 문제점이더군요.
주인공이 여자아이다. 이 점에서 일단 마이너스 백점. 주인공이 어린 시절에 강간당했다. 이 점에서 또 마이너스 삼천점. 기타등등의 이유로 마이너스 구천점. 도합 마이너스 만 이천 백점입니다.
거지같은 소설이네? 하고 생각하시겠지요. 어쩌면 당연합니다. 그치만 저는 최선을 다해 글을 썼고, 온 힘을 기울여서 독자들에게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부여했습니다.
하지만 현대의 판타지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선 안 되는 장르인 것 같더군요. 이것은 정규연재란과 작가연재란을 오가면서 확실하게 느낀 것입니다.
독자가 상상할 여지를 확실하게 빼앗고, 아무 생각없이 보는 TV의 개그프로를 보듯 술술 읽어나갈 수 있는 글을 써라. 문피아의 다른 글들은 그런 것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저는 요즘 판타지의 대세를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생각할 수 있는 글을 썼습니다. 제가 만들어낸, 사람의 마음을 치유해주고 또한 생각할 수 있는 요소가 담겨있는 뉴에이지 판타지가 탄생하게 된 의의는 그것 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으로 확실하게 깨달았습니다.
우리나라, 이 대한민국의 독자들은 글을 읽으며 생각하는 것을 너무나도 싫어한다는 것을요.
그저 멋진 주인공이 나와서 개폼을 잡고 코를 후비며 드래곤을 베어내면 훌륭한 판타지인 것이라는 것도 알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런 글을 쓰려 하고 있습니다.
그저 읽히기 위해서, 언젠가 뉴에이지 판타지 라는 것을 선보이기 위해서 저 자신을 배신해버렸습니다. 사람이 생각을 할 수 있게 만드는 판타지 소설이라는 것은 나쁜 소설입니다. 그것을 알게 해 주신 많은 작가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또한 그런 작품들을 너무나도 사랑하시는 수 많은 독자 여러분들께 그 무엇보다 감사드립니다.
대세를 따르겠습니다.
다른 것과 똑같은 것을 만들겠습니다.
국내 판타지 문화의 발전을 50년 정도 더디게 흐르게 하는 작품을 써 보이겠습니다.
이 글을 읽어보시고서, '이 자식. 지금 뭔 얘길 하는 거야? 자신의 찌질함을 한탄하는 거냐?' 라고 하신 당신께도 굉장히 감사드립니다.
제가 '독자들이 생각을 할 수 있는' 글을 쓴 것은, 이것으로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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