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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v.29 스톤부르크
작성
09.04.29 21:19
조회
2,255

작가명 : 야마시타 타카시

작품명 : 블러드 링크 5권 -설화(雪花) 상-

출판사 : 대원씨아이 NT노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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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환영을 좇아 클럽 '탄트라'로 향한 카즈시와 야가미. 그러나 두 사람이 본 것은 나츠미와 사유리의 갈 곳 없는 슬픔의 잔재였다...

그리고 그 이상의 수확 없이 홀로 돌아가던 카즈시의 시야를 느닷없이 붉은 빛이 뒤덮는다─

그 앞에 나타난 것은 지무시 성충이 된 나츠미!

드디어 밝혀지는 짐승과 신과 인간의 맹약. 카즈시와 칸나는 잃어버린 내일을 되찾을 수 있을까?!

인기 콤비가 선사하는 청춘 미스터리 로맨스 대망의 제 5권! 충격의 최종장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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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시타 타카시의 '블러드 링크'는 끊임없이 비극이 닥치는 가운데, 어떻게 해서든 소중한 것과 작은 행복을 지키고자 필사적으로 발버둥치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라이트노벨로서는 수준급의 묘사력으로 표현되며, HACCAN의 부드러우면서도 어딘지 쓸쓸한 느낌을 주는 일러스트는 이런 작품의 분위기를 매우 잘 부각시킵니다.

한국에는 2008년 10월 발매된 5권은, 거의 3년에 가까운 텀을 가지고 발매된 신간입니다. 금년 2월에 시리즈의 완결권인 6권이 발매되었습니다만, 지금 막 5권을 다 읽고서 이 시리즈를 읽어오며 느꼈던 찝찝함의 형체가 조금 보일 것 같기에 이렇게 글을 써 봅니다.

우선, 블러드 링크 1권에서 보여주었던 스토리는 상당히 전형적이라면 전형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평범한 고교생이 어느날부터 조금 특별한 여자아이와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사람을 습격하는 괴물이 나타나고, 주인공은 혈통에 각인된 힘에 각성해서 그 괴물을 물리치고, 계속해서 싸울것을 맹세하게 된다는 풀롯.

닳고 닳은 이 플롯을 블러드링크는 '비극'이란 방법으로 장식합니다. 몇몇 음모의 단편을 제외하고는 오로지 밝고 귀여운 글로만 보이던 블러드 링크의 제 1권은 한순간 분위기가 반전하여, 주인공에게 참담하기 이를데 없는 현실을 강요해옵니다. 온갖 괴로움을 안고 있으면서도 주인공을 짝사랑해오던 한 여자아이는 괴물이 되어 주인공의 손에 의해 죽게 됩니다. 막 시작된 사랑의 꿈에 부풀어 있던 주인공과 히로인은 그 사건으로 인해 평생 지우지 못할 트라우마를 가지게 되고, 일상의 모든 것들이 한순간에 붕괴되어 주인공들의 입지를 위협합니다.

2권에서는 이에 더불어, 비극의 근원 자체가 주인공 일행을 덥치고, 상황은 더 없이 최악으로 치닫기 시작하지요.

사실, 1권을 읽었을때만 해도 이 시리즈는 괴물이 된 '지무시' 감염자와, '노즈치'로서 활동하는 주인공 카즈시의 싸움을 그린 이야기로 전개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2권부터 전개되는 이야기는 싸움 보다는 지무시와 노즈치의 정체, 그리고 그것들 둘러싼 각종 기관들의 암투 사이에서 자신의 입지를 확보하고, 히로인인 칸나를 지키려 애쓰는 카즈시의 필사적인 발버둥이 중심이 됩니다. 오직 하나 남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무엇이든 하는 그 처절한 모습과, 그것에 반하여 너무나도 따뜻하게 묘사되는 그들의 일상 정경의 언벨런스함이 블러드링크의 비극성만을 끊임없이 강조해줍니다.

물론 암울한 이야기도 잘 읽는 편이고, 미스테리라는 꼬리를 단 만큼,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만, 이 시리즈를 읽으며 생긴 찝찝함은 그쪽과는 별다른 관계가 없습니다. 오히려 그 분위기 자체가 무척 매력적이라 이 소설을 계속 읽어 온 것에 가까우니까요.

우선, 이 책의 특징 중 하나가 라이트노벨 치고는 꽤나 묘사가 충실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지면을 빽빽하게 매우는 글들의 정보량은 기실 이 책을 읽는데 그다지 필요한 부분이 아닙니다. 물론, 일러스트와 더불어 이책의 분위기를 상당히 서정적으로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하긴 합니다만, '미스테리'가 중점이 되는 이 책의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사실 주인공측이 얻게 되는 정보의 양이 별거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주인공은 어쨌거나 사건의 중심의 있으면서도 각종 기관의 사정에 의해 중요한 정보에 대한 접근이 차단됩니다. 몇몇 인물들의 입을 통해 해설되는 단편적인 정보도 '불확실하다'는 단서가 붙거나, 뒤에 제공되는 정보에 의해 뒤집히는 경우가 상당합니다. 이것은 글을 읽으며 전체적인 이야기의 '목적'을 짐작하기 어렵게 합니다.

또 이런 점을 강화시키는 요인이, 본편의 이야기와는 별개로 진행된 개별적인 사건과 이야기가 많다는 점입니다.

주인공이 직접 사건을 겪었다면 적어도 그 안에서 무언가 확실한 정보를 얻기에는 편합니다. 똑같은 사건을 반복할 수는 없으니, 사건의 타개책은 언제나 무언가 '새로운 정보'를 제공해 주어야 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블러드 링크의 세계에서는, 주인공 주변의 조연들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그들의 경험이 주된 정보원이며, 사건 자체의 발단도 그쪽과 연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로 인해 전체적인 사건의 흐름과 그 안쪽의 뚜렷한 상을 찾기가 어려워지며, 너무 잦은 반전(그것도 상당히 개인적인 부분에 의지한)은 그마저도 방해하는 감이 있습니다.

특히 4권의 '천사'도 그렇지만, 이번 5권에서 제시된 각종 정보들(특히 막판에 나온 지구공동설 이야기와 사에키 시로의 딸 이야기)은 너무 뜬금없이 튀어나옵니다. 블러드링크에서 사건의 핵심이 되는 정보들은 주인공이 뛰어다님으로서 얻은 정보가 아니라, 대부분 그저 주변에서 주워질 뿐이고, 기실 주인공의 활약이라 할 만한 것들이 거의 없습니다. 심지어 주어지는 정보들 마저도 하나같이 신뢰성이 의심스러운 것들 뿐이니, 세계관 자체에 대한 파악조차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5권이나 진행된 본편의 이야기는 상당히 따라가기 지치게 만드는 감이 있습니다. 스케일의 비약은 이런 매체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일입니다만, 처음부터 제한되어 있던 정보량 탓에 이것이 쓸대없이 더 강조되어 버리는 것입니다.

그 외에도 1권에서 받은 '팔찌'라던가, '카케로'등, 제시된 후 제대로 된 설명을 찾아볼 수 없는 수많은 파편들은 책을 읽어나가면서도 뭔가 어리둥절한 감각을 지울 수 없게 만듭니다. 의문점이 많은것은 미스테리로서 당연하겠지만, 이 의문에서 해답이 예상치 못한 방향에서 튀어나오거나, 납득할 만한 정보가 사건이 해결 된 뒤에도 거의 나오지 않는다는게 문제입니다. 무엇보다 도대체 매 권마다 나오는 '프롤로그'부터 무슨 의미를 가지는지 불명입니다.

또한 이 '별개로 진행되는 이야기'들은 그 이야기가 작품 본편 내에서 겹칠때 또 많은 문제를 만들어냅니다. 다른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고 있을 그들의 캐릭터를 형성하는 것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그들이 하고 있는 당장의 행동에 대한 이유는 결국 표면적인 묘사가 아닌, 해설되는 뒷 배경에서야 알 수 있는 것이 되고, 그로 인해 이야기가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계속해서 튑니다. 이것은 글의 흐름 자체에 집중하고 있던 입장에서는 그다지 반갑지 않은 일입니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블러드 링크'가 끝난 다음에는 작 중 조연이던 야가미 료스케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시리즈로 이야기가 바로 이어진다고 합니다. 원래 이 블러드 링크는 그 시리즈의 기반을 마련하는 짧은 이야기로 기획됬었다고 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작 내에는 보이지 않는 커다란 틀(새로운 시리즈가 될 이야기)' 속에 블러드 링크의 이야기는 처음부터 스케일이 제한되어, 제공하는 정보의 양을 줄일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아마 이것이 제가 쭉 느껴왔던 '답답함'의 근본 원인이겠지요.

하여간 이야기도 막판이고, 5권은 명백하게 '상권'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왔던 만큼, 완결권인 6권에서는 뭔가 뚜렷한 이야기를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Comment ' 1

  • 작성자
    데모스
    작성일
    09.05.01 02:11
    No. 1

    오.. 좋은 방법이네요. 독자입장에서 답답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최대한 짜여진 스토리가 나올 테고, 무엇보다도 설정의 오류 라고 느껴지는 부분이 극히 적게 나올 수 있겠네요. 물론 한방 터지면 ㅎㄷㄷ 겠지만...
    뭐.. 아무래도 그쪽이 현실에 가깝지않겠습니까 어느 사건을 하나 겪는다고 그것에 대해 상세히 알게되는 경우는 드무니까요..
    글을 보니.. 그게 좀 심한거 같긴하지만요 ㅎ
    갑자기 확 끌리네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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