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조진행
작품명 : 기문둔갑
출판사 :
부적을 통한 도술의 무공.
어찌보면 그 옛날부터 대 명절때 보여주곤 하는
머털도사와 궤를 같이하는 류의 우리에게 친숙하면서도
뭔가 다른 느낌의 글이었다.
주인공 왕소단은 천재였고, 그 안에서 점차 성장해 가는 모습은 기꺼웠다.
그러나 1권, 2권.
그리고 3권4권 으로 넘어서기까지.
난 독자의 입장으로써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보면서도
'뛰어난 활약상'을 그다지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이게 왠일?
그를 '제대로 지켜보지조차 못한' 무수히 많은 사람들은(소설속 등장인물들)
어느덧 왕소단을 '하늘이 내린 기재 = 없어서는 안될 영웅'
급으로 취급해버리고 있다는 인식을 갖게된다.
이때까지의 기문둔갑은 그저 독자에게 심어주기위한 설명글이었다.
그 옛날 천사지인과 칠정검칠살도에서 보여주었던 유려하면서도
진중한 문체. 그리고 독자에게 자연스럽게 받아드리게끔 하는
느낌이 기문둔갑에서는 완전히 사라져 버린 것이다.
몸을 떨며 지켜보던 흥분과 카타르시스는 사라지고
다소 억지스런 진행속에 '아, 재밌군.' 이란 느낌만 갖고 막연히
지켜보았다. 조진행이란 이름이 주는 힘은 그것을 무시할만 했기에.
지난날 그의 글을 읽으며 두근거리던, 그리고 기다려지던
느낌이 아직도 뇌리속에 각인되어 있기에.
끝까지 지켜보았다.
그동안의 바보스럽고 약간은 멍청한 모습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그동안의 글과는 다른 분위기, 다른 모습을 느꼇다.
글은 주인공위주의 진행이 아니라 주변인물들의 모습을 담는데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시점이 계속해서 바뀌니 글에 집중을 할 수가 없다.
게다가 그 시점이 독자가 보기싫었던 인물에 대한
아무 의미없는 '대화' 로만 점철되어 있다면 어떨까?
하나의 예를 들어보겠다.
기문둔갑 4권 88페이지.
[화산파의 숙소인 청풍각을 다른 문파가 사용하며
기분이 나쁘다는듯 대화가 오가는 장면이 있다.
정사대전을 앞두고 있고 지금이 '무림최대의 위기'
청풍각을 빼앗겼고, 녹수각을 사용함이 말이 되느냐.]
의미없는 대화다. 작가는 왜 이런 얘길 집어넣었을까?
'무림최대의 위기 앞에서 숙소는 누가 사용하던지 중요하지 않다'
라고 독자에게 메시지를 전달해 주려고 했음인가?
2권 3권의 안배를 고르게 하고 4권의 대미를 장식하는 것은
주진철과 백리영산의 '혼례'
독자가 보고싶어하던 왕소단은 어디로 갔는가?
그리고 다시 넘어가면 '오오~ 역시 왕소단!!' 이 되어있다.
이건 무슨 시츄에이션인가.
한숨.
여기까지가 4권 초반까지의 느낌이었다.
조진행이란 이름 세글자의 무게가 없었다면 난 다음권을 보지 않았을 것이다.
홍연삼십육결의 대성을 위한 깨달음의 길.
계속된, 깨달음. 깨달음 속의 깨달음 그 너머의 또다른 깨달음과 다시 시작되는 깨달음
그속에 또다시 깨달음
그러나 그 깨달음조차 자신이 여지껏 깨달은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깨달음.
결국엔 모든것이 원점. 다시 깨달음.
물론 그 깨달음의 과정이 어색했다거나, 억지스러웠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루하고, 축축 늘어진다.
폭풍과도 같은 글이 될만한 상황이 많았건만, 결국엔 살랑바람으로 끝나버린다.
폭발하는 카타르시스는, 더이상 그의 글에 없었다.
독특한 소재는 흥미로웠고, 참신했으나, 왕소단의 일생을 몇권내에 다 함축하여 풀어내기엔
무리가 있었던듯 하다. 받아들이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허허' 웃음밖엔 나오지 않았다.
개인적인 바램이 있다면 작가의 특성에 맞춰진 글을 써주길 바라는 것이다.
조진행작가와 비슷한 스타일의 작가들이 있다.
대표적으론 이우형, 임준욱
미려하면서도 흐르는듯한 문체로,
'느긋하게' 써 내려간다.
느긋한 문체는 그 독특함으로 독자의 마음을 후벼판다.
그리고 조진행작가의 과거작품은 느긋했다. [천사지인, 칠정검칠살도,]
그리고 저 작가군들 사이에서도 단연 탑이라 불릴 만큼 일, 이순위를 다투웠었다.
그러나 지금의 글은 여유가 없다.
그의 특성인 느긋함도, 뭔가에 쫓기듯이 써내려진 글을 읽고 있는 느낌이 뇌리에 지워 지지 않는다.
그 증거로는 '다음권이 기다려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저씨 칠정검 칠살도 나왔어요?'
'칠정검 칠살도 언제나와요?'
'아 칠정검 칠살도 보고싶어 미치겠다ㅋㅋ'
몇날 몇일을 황하이기 생각에 뒹굴게 만들던, 그 작가가.
기문둔갑?
그저 있으니, 신간이 나왔으니, 읽던것이니, 마저 읽으려고 빼왔을뿐.
아무런 감흥도, 감정도 없이 읽었다. 그리고 '아, 재밌는것 같군.'
다 읽고 난 뒤에도 나에게 몰아쳐지는 감정의 일말의 여운조차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의 이름에 대한 기대가 컸기에, 실망또한 큰 것이련가?
그럴지도 모른다.
그는 언제나 나에게 있어 최고의 작가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외치고 있는 것이다.
다시 그 옛날의 느긋하던 그의 글을 보고싶다는 것.
그 바램하나로 비평란에 글을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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