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박건
작품명 : 디오
출판사 : 청어람
박건은 호불호가 명확히 갈라지는 글쓴이입니다. 그 차이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결국 디오를 바라보는 관점차이는 이거라고봅니다.
스타와 배우는 다르다.
박건씨가 인기 많은 글쟁이인건 맞지만 글을 잘쓰냐하면 그건 아니거든요. 초창기인 사신기는 차치하더라도 본격적으로 큰 인기를 얻은 올마스터만하더라도 논란이 많습니다. 이게 대체 왜 그렇게 호평을 받을만한 책이냐 이거죠. 취향차이라는 간단명료한 설명 이면에는 오타쿠문화라고 해야할지 일본풍이라고해야할지 명확히 설명할 수 없는 그 분위기, 설정, 에피소드 방식(부딪쳐 넘어져서 서로 키스한다), 몇가지 특징만 부각시킨 1차원적 케릭터(검도소녀, 은발무표정, 새침떼기 부자집아가씨) 이런 것에 호의적이지 않은 사람들을 끌어들일 기본기가 부족하다는겁니다.
껍데기가 아닌 본질, 글을 엮어내는 솜씨가 부족하니 조악한 글이라는 인상만 남는거죠.
디오도 그렇습니다. 아직 어설픈 면이 곳곳에 보입니다. 이야기가 주가 아니라 설정이 주인 책에서 그 설정마저 중구난방이라 처음에는 흥미를 가지고 보다가도 2권 중간을 넘기지 못하고 더 읽을 마음이 사라져버렸습니다.
다른 시점에서 보면 이건 당연한 일입니다. 박건씨는 어린 나이(올마스터 때 고등학생이었던걸로 알고 있습니다)이고 체계적으로 글을 배운것도 아닙니다. 라니안에서 사신기를 연재하던 시절부터 치면 집필경력이 긴 것 같지만 그 시기를 온전히 글쟁이로 산 것도 아니니 그걸 집필경력이라고 칠 수도 없죠.
박건씨에 대해 말이 많은 건 그가 인기작가이기 때문입니다. 인기가 많으니 팬층이 두텁고 좋아하는 사람한테 으레 그렇듯이 본래의 모습보다 높게 평가합니다. 팬층이 아닌 사람들은 그걸보면서 반발감에 실제보다 낮게 폄하하죠. 거기다 그가 인기를 얻은 이유는 글솜씨보다는 다른 것(분위기? 트렌디함?)에 있으니 더 심하죠. 귀여니를 대입해보면 설명이 더 쉬어지는 것 같습니다.
이게 줄어드려면 스타가 아닌 배우가 되어야합니다. 근데 그게 쉽냐하면 글쎄요. 저는 글은 꾸준히 쓸수록 는다는 말을 신봉하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제 개인적 소견으로는 개인마다 그 한계치가 있는 것 같아요. 그 성장의 시기가 얼마나 빨리 오느냐, 이걸로 계속 밥을 벌어먹고 살 수 있느냐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라니안에서 사신기를 썼을때 모습은 그야말로 중학생이었습니다. 100배 쎄다고하면될까 1000배 쎄다고하면될까? 수명이 200년이라고해야할까 500년이라고해야할까? 아니 그건 좀 아쉬운데 1000년? 좀 더 쎄게, 좀 더 쎄게, 좀 더 쎄게. 적은 더 쎄야하고 그럼 더 쎄져야하고.
올마스터 때는 고등학생이었던 것 같습니다. 죄송하지만 아는 사람이라 기대하고 봤으나 실망해서 몇화 넘기지도 않고 접어서 별로 아는게 없습니다.
디오 때는 높아진 인기 때문인지 방대한 스케일의 글을 썼지만 자기 소화범위 밖이라서 그런지 케릭터 묘사도 부족하고 그렇다고 글의 스피드가 살아있는것도 아니고 설정 하나하나에 집중해서 설명하지만 설정이 수습도 안되고 그 설정을 가지고 놀아야할 케릭터가 살아 있지 않으니 설정놀이 느낌만 납니다.
악감정을 담아서 하는 말이 아닙니다. 팬이나 본인이나 들으면 기분 나쁘겠지만 꼭 해야할 말입니다. 박건씨는 아직 모자랍니다.
장르문학 태동기 하이텔, 천리안을 거쳐 고무판, 삼룡넷, 라니안 같은 사이트가 꽃을 필때 우연치 않게 보게되어서 지금까지 왔습니다.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행보를 보면 이 일을 계속 하시질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이왕 하실거라면, 물론 박건씨보다 모자란 사람도 많고 인기 없는 사람도 많지만 지금 자기 위치에 걸맞는 글솜씨를 가지길 바랍니다.
꿈 많던 문학소년이었던 저도 앞날을 걱정하며 펜을 꺽었기에 이런 말하기 염치 없고 개인사에 해당하는 부분이니 조심스럽지만 혹시 알겠습니까. 어느날 확 성장한 박건씨가 한국 장르시장의 거두가 될지. 지금은 싫어하지만 기대합니다. 언젠가 좋아지게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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