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전혁
작품명 : 신궁전설
출판사 : 파피루스
얼마 전 같은 작가의 작품인 '월풍' 을 책방에서 빌려서 보았다.
'월풍' 은 완결까지 읽었지만, 재미있어서 읽었다기 보다 시간때우기 용으로 읽을거리가 필요했고 '월풍'은 불만도 많았지만 그런데로 완결까지 읽을 만한 글이였다.
그런데 책방 아주머니가 내가 재미있게 읽었다고 생각했던 모양인지 '월풍' 완결을 반납하고 다른 읽을거리를 찾아서 기웃거리는데 같은 작가 작품이니 '신궁전설' 도 읽어보라고 추천해주셨다. '월풍'을 재미있게 보질 않아서 순간 망설였지만 이미 12권 완결까지 나온글이고 그정도까지 나왔다면 예전작품보다 작가도 발전을 했으리라고 생각하고 빌려왔다.
그렇게 읽기 시작해서 지금 막 7권을 덮고 8권을 손에 들고있는데 도저히 집중을 해서 읽을수가 없다. 나의 취향이 가벼운글을 그렇게 좋아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전혀 안볼정도로 까다롭지는 않다. 그런데 '신궁전설' 은 정말 너무 날아갈듯 가볍다. 문제는 나한테는 그 가벼움이 부담이 없고 유쾌한 가벼움이 아니라 정말 아무것도 없는 가벼움으로 느껴져서 읽기가 너무 힘들다.
주인공 고진은 천재다.
청운서원 역사상 최초 만점 수석입학에 가장 단기간에 월반을 할 정도로 천재로 묘사 된다. 하지만 여러오해들로 인해 주변 사람들은 고진을 전부 머저리로 인식을 하게 되고 뻔하지만 그런 오해를 뻥~! 하고 뚫어주며 카타르시스를 주기 위해 고진의 천재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뜬금없지만 결과가 뻔히 예상되는 토론수업의 내용을 넣으면서 고진이 자신의 지식을 뽐내는데 그 내용이 진짜 너무 우습고, 그냥 그 부분을 읽으면서 작가가 뭔가를 공부를 하긴 했는데 그것을 독자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썻다는 느낌이랄까? 고진의 천재적인 모습은 전혀 볼수가 없고..요즘 몇몇 소설과 마찬가지로 주인공이 천재라기 보다 다른사람이 바보라는 느낌만이 있었을 뿐이다. 뭐 이건 정말 너무 많이 본 패턴이라 이제는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수있다. 주인공이 천재에 아무리 능력이 좋아도 그 능력을 사용할 생각조차 못하고 돈 한 푼 한 푼에 찌질거리며 궁상맞은 짓을 해도 그것이 작가의 개그코드로 받아들이고 넘어갈수 있다. 마찬가지로 만날듯 말듯 알아챌듯 못챌듯 좋게 말하면 기대감 증폭이고 나쁘게 말하면 질질 끌기는 내 기준으론 질질 끌기에 더 가깝다. 전혀 기대감은 들지 않고 짜증나기만 했으니까..
글을 읽으며 계속 꼬투리를 잡으려고 본 것도 아닌데 어쩔수 없이 계속 눈에 밟히는 부분이 너무도 많았다. 2권에 갑작스럽게 남궁수련에서 남궁수수로 이름이 바뀌었다가 다시 돌아온 남궁수련은 출판인쇄상의 오류라 생각하고 넘어가도 다른 부분에서도 도저히 모순점이 많아 수긍하고 넘어가기가 힘들다. 등장하는 적들 중 마도구왕만 해도 그렇다. 신경(?)을 개조해서 희노애락의 감정을 전부 느낄수 없다고 등장하더니 다들 감정이 아주 풍부하다.
개인적으론 장르소설에서 주인공에게 많은 히로인이 붙는것은 소설 내용에 따라서 선호하기도 하고 싫어하기도 한다. '신궁전설'에서는 아마도 '월풍' 이상의 다수의 히로인이 등장할거 같은 느낌이다. 그래도 '월풍'에서는 단지 수만 많을뿐 개성은 전혀 찾아볼수가 없던거에 비해서는 '신궁전설' 에서의 히로인 예정자들은 그나마 자기 개성들은 가지고 등장한다. 하지만 점점 초반의 자기 개성들을 잃어가는것 같아서 우려스럽다. 이렇게 많은 캐릭터들을 전부 살리지 못할거 그냥 그 수를 좀 줄여서 나오면 어떨까싶다..
또 단원 말미마다 '이것은 전설의 시작이였다~' 이런식의 마무리가 상당히 많이 나오는데 연재본으로 조금씩 봤다면 괜찮겠지만 책으로 한 호흡에 쭉 읽으면 너무 자주 남발되어 사용해 긴장감이 떨어지는 느낌이다.
나는 무협소설을 좋아하고 장르 시장에 관심도 애정도 있지만 그것보다 나의 재미를 먼저 찾는 일개 독자이기 때문에 어쩔수없이 이런식의 글이 잘 나가니 이런 식으로 썻다라는 말은 크게 생각 하지 않는다. 단지 작가의 발전을 볼 뿐이다.
'월풍' 에서도 그렇고 '신궁전설' 에서도 작가소개 부분에 언젠가 제대로된 역사무협 소설을 쓰는것이 목표라고 봤다. '월풍' 을 봤을때 가능성을 보지 못했다면 '신궁전설'은 결코 보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월풍' 에서 나름의 재미도 찾았기 때문에 이번에 '신궁전설' 을 읽으면서 불만이 더욱 많아 졌던거 같다. 발전을 본것이 아니라 더 어설픈 상업적 소설로 변모 했기 때문이다.
다음에는 진짜 재미있는 무협을 들고온 전혁 작가를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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