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신군
작품명 : 조선의 마법사
출판사 :
일단 확고하게 비평을 받아들이려는 그 개방된 자세에 살짝 놀랐습니다. 한데 설정에서 다시 한 번 놀라게 되더군요. 내가 좋아하는 능력자물이라니. 그것도 '조선'과 '마법사'라는, 약간은 고루하고도 통속적인 명사가 제목이라니. 이능력 현대물일까? 아니면 대체역사물, 또는 '마법사'라는 단어가 들어갔으니 판타지일지도? 라는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글을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일단 짧은 감상부터 토로하자면, 여러가지 면을 고려해 봤을 때 문체는 좋은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비평이라는 게 주관적인 것이기에 개개인마다 다를 것이나 오타도 상당히 적고 띄어쓰기도 괜찮았으므로 좋다고 봅니다. 그리고 문체 특유의 흐름, 대화와 상황을 한 박자 꼬아 서술로 풀어내는 기술은 높이 살 만하다고 평하고 싶습니다. 글쓴이 분 만의 색깔이 두드러져 개성을 표출하더군요.
그럼 각설하고, 뼈가 녹을 만한 비판을 해달라고 하셨는데. 그에 힘입어 제가 주관적으로 느낀 바를 조금 적어 보겠습니다. 실상 뼈가 녹을 정도는 아니겠지만 그렇게 해달라 하셨으니 개인적인 쓴소리를 적는 것에 대한 부담이 적어지네요.
읽어본 분들은 아시다시피 조선의 마법사는 글쓴이 고유의 세계관을 고집합니다. 종족 또한 여타의 판타지와 달리 조인, 인간, 해산물로 나뉘지요. 저 또한 이런 신선하고 발전적인 시도와 사고를 좋아합니다. 솔직히 만날 오크만 나오는 건 식상하기 그지없지요.
하지만 조선의 마법사 특유의 세계관을 독자에게 각인시키고 와닿게 할 만한 시도에 대해선 조금, 상당히 낮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전 솔직히 읽고 난 지금까지도 어질어질하네요. 비유를 하자면 '오랜만에 삼계탕이나 먹어야지. 좋아, 신선하겠어!'하고 기대하며 갔는데 정작 보니 닭의 뱃속에 대추와 찹쌀 대신 콜라와 카레가 들어있는 느낌입니다.
제 경험 상 이런 과도한 신선함은 모 아니면 도 이더군요.
글이 너무 옴니버스 식으로 나뉘어 있어서 그런 지, 아니면 세계관이 너무 생소해서 그런 진 몰라도 몰입이 좀 힘듭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세계관을 각인시키고자 하는 서술의 기반이 매우 부실했다고 평하고 싶네요.
주인공의 이름을 보고 '동양적이군'하고 생각했다가 검을 들었다는 서술을 보고 '무협 스타일인가'라고 판단헀습니다. 보통은 이 정도까지 읽었으면 촉이 오죠. 한데 갑자기 DNA와 세계정부라는 단어가 나오면서부터 저는 갈피를 잃기 시작했습니다. 거기다 총!을 들고 등장하는 조인. 게다가 조인 캐릭터에 대한 묘사, 상황 및 정황 설명, 심지어 첫등장인데 성별도 짐작이 가질 않았습니다. 좀 지나고 나서야 '아 그런 거였나'하며 겨우 갈피를 잡는 정도.
아마 비평란에 올리신 설정을 보지 않고 글을 접했다면 더욱 헤맸을 것 같습니다.
짧은 제 생각엔, 글쓴이 분이 머릿속에 가지고 있는 확고한 세계관을 글로서 표출하는 데에 좀 미숙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본인은 당연하다는 판단 하에 독자적인 세계관에 의거하여 서술을 진행해 나가지만 그 세계관을 프루나에서 다운받을 수 없었기에 백지 상태인 독자들로선 약간 생뚱맞지 않을 수 없지요. 차근차근, 조곤조곤 세계관과 인물에 대한 기반을 닦고 출발!해야 하는데 독자의 입장인 저로선 얼결에 못 봤던 영화를 중간부터 보게 되는 느낌입니다.
나루토가 1권 초반부터 느닷없이 '우리 모두 다 함께 꿈과 희망을 향해서 달려가자! 난 쿨한 남자니까!'라고 외쳤다면 모두가 콧방귀를 뀌었겠지요. 같은 맥락이라고 봅니다.
이미지. 글쓴이분께서 여타 통상의 세계관을 갖고 시작하셨다면 큰 문제는 아니었을지도 모릅니다. 허나 생소하고 신선하기에, 서술에 대한 지지적 기본 기틀이 너무나도 아쉽고 부족하네요. 원피스를 1권 부터 보지 않고 10권 부터 보기 시작한다면 분명 헷갈리겠죠. 분명 주인공들을 열매의 능력자가 아니라 돌연변이로 볼 것입니다.
한 가지 더 언급하고 싶은 것은 서술에 대한 것입니다. 초반부부터 정황 및 배경 묘사나 꽤나 부실하다고 생각합니다. 흐름이 끊기는 거야 인터넷 연재이니 그럴 수 있다고 쳐도 딱 떨어지는, 직설적인 묘사보다 너무 정서적이고 유희적인, 고차원적인 서술에만 신경을 쓰신 것 같습니다. 등장 인물의 언행에 대해서 세심하게, 한 박자 재밌게 꼬아 표현하신 것은 좋은데 그건 기초 기반 위에 세워져야 할 서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상태론 대들보 없는 기와집이랄까요.
글쓴이분께서 조선의 마법사를 처음부터 다시 읽기 시작하신다 해도 이런 서술의 빈 공간은 발견하기 쉽지 않으리라 봅니다. 이미 글쓴이분의 머릿속엔 그 상황에 대한 이미지나 설명이 가득 들어차 있으니까요. 다만 그 이미지가 필요 이상의 여과를 거쳐 글로 표현되었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독자의 입장으로서의 저는 여과로 날아가 버린 부분의 내용들을 원합니다.
그리고 이건 노파심이지만 서술이 너무 많지 않나 싶습니다. 책으로 생각했을 때, 필요 이상의 세심한 서술이 책의 한 장을 차지한다면 그만큼 몰입도가 떨어지겠지요. 요새 나오는 장르소설들은 휘휘 서술을 날리며 대화로 상황을 이끌어 가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뭔가 고상한 표현과 언어적 유희를 찾기 힘들 때도 있지요.
허나 이것이 굳이 나쁘다고 보진 않습니다. 그만큼 읽기 쉽고 이해가 빠르다는 사실의 반증이니까요. 글쓴이분의 기본 스타일과 때론 서술을 과감하게 잘라먹는 빠른 진행이 어우러진다면 좀 더 멋진 글이 탄생하지 않을까 하고 기대해 봅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서술 스타일 자체는 나쁘지 않습니다. 오히려 좋다고 표현할 수 있겠군요. 허나 그것만으론 소설의 구성 요소에 꽤나 모자란다고 봅니다. 지금으로선 산문시를 읽는 느낌이군요. 글 상에서 인물에 대한, 배경에 대한 공감이 빈약합니다.
이렇게 감상을 늘어놓긴 했는데요. 언급하고 싶은 점을 대충 정리하자면 '필요 이상으로 불어난 서술을 줄이고 대신 그 자리에 세계관의 신선함과 생소함, 그리고 상황을 인식할 수 있는 설명좀'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더불어 전개의 추진력도. 또 한 가지 더불어 차근차근 엮어 나아가시길. 머릿속의 멋진 스토리와 등장 인물들. 그에 대한 조곤조곤한 구성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공감을 위해서.
건방진 소리이지만 진정한 비평은 위의 조건들이 만족된 다음으로 기약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저도 부족한 글쟁이이긴 하지만 꼭 영화를 만들 줄 알아야 영화를 평론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그럼, 건필하시길 바랍니다.
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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