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장경
작품명 : 산조
출판사 : 로크미디어
내가 읽은 산조. 이해할 수 없는 표현들.
감상란에 써야 할지 비평란에 써야 할지 잠시 고민하다가, 아무래도 비평란이 맞는 것 같아서 글을 올려 봅니다. 이 글은 장경님의 산조에 대한 극찬에 큰 기대감을 품고 책을 본 한 독자가 느낀점을 쓴 글입니다. 거창하게 비평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조악한 글 같네요.
직접적으로는 밑에 여름밤 님이 절대군림의 '표현'에 대해 글을 쓰신게, 바로 이글을 쓰게된 원인이 됩니다. 제목의 '표현'이라는 단어를 읽으니 불현듯 산조가 떠오르더군요.
먼저 밝혀 둘 것은, 제가 장경님의 소설을 읽기는 산조가 처음이라는 점입니다. 장경님의 전작을 읽은 독자들이 산조에 대해 꽤나 좋은 평을 하는 것을 보고(게시판에 우호적인 감상문이 꽤 많이 올라오더라구요. 그 중에서는 '걸작이다', '대단하다'는 평도 있어서 흥미를 느꼈죠.), 산조를 읽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저의 경우에는 산조에서 별 재미를 못 느끼겠더군요. 오히려, 재미를 느낄 여유도 없이, 읽기 힘든 페이지를 억지로 넘기는 기분이었습니다. 복잡한 문파들과, 순간순간 장면이 전환되는 본문의 내용은 둘째로 치고, 일단 문장을 읽는데서부터 어색함이 느껴져서 힘들더군요.
그래서, 이 글에서는 산조의 내용에 대해서는 넘어가기로 하고, 산조의 '표현'에 대해서 말해 보려고 합니다.
일단 산조 1권의 문장들을 몇 가지, 예로써 들어보죠.
- 그의 검이 양여진을 노렸다. -
이게 1권 초반, 맹신과의 대결 장면에서 나오는 정상적인(?) 장면 묘사죠.
그럼 그 다음 문장을 보시죠.
- 그의 화룡천강선이 천변만화로 빛났다. -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천변만화로 빛났다.'
~(으)로 ~하다(했다)는 표현은 산조에서 정말, 너무나 많이 나옵니다. 이건 장경님 소설에선 자주 나오는 표현인가요? 아니면 산조에서 새롭게 시도(?)하시는 건가요?
'~으로 ~하다(했다)'는 표현의 예를 더 들어보지요. 페이지 표시를 안 해 놔서, 어디쯤에서 나오는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1권에서 다음의 순서대로 나오는 문장들입니다.
1. 눈빛이 이채로 반짝였다.
2. 광풍으로 휘몰아치는 노인의 채찍에 수하들은 추풍낙엽으로 쓰러졌다.
3. 변주량의 수하들이 노인의 채찍에 추풍낙엽으로 쓰러졌다.
(같은 문장을 두 번 쓴게 아닙니다. 저 수하들이 다른 사람일 뿐. 문장도 조금씩 다르죠?)
4. 변주량은 고통으로 컥컥댔다.
5. 산월과 흑풍기 수하들이 난전으로 얽혔다.
6. 천라지망으로 덮쳐 오는 손그림자...
7. 만도를 광란으로 휘두르며...
8. 등장평과 임송영이 난마로 얽혔다.
저 문장들은 특별히 제 눈에 거슬려서 기록해 본 것에 불과하니, 찾아보면 더욱 많을 것 같습니다. (3권은 제가 못 읽었지만, 2권에서는 계속 나오지요. 2권 초반에 '조국충의 두 손도 천라지망으로 뻗어 갔다.'는 문장이 기억에 남네요.)
가장 거슬리는 것은, 천변만화로 ~했다, 추풍낙엽으로 ~했다. 천라지망으로 ~했다 와 같이, 한자단어를 통해 상황(행동)을 설명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것도 무협소설이 아니면 보기 힘들것 같은 한자단어들이 주로 쓰이고 있죠.
저는 왜 이런 표현을 써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되네요. '매섭게 몰아치는 노인의 채찍에, 수하들은 가을바람에 휘날리는 낙엽처럼 쓸려나갔다.' 또는 '조국충의 두 손도 하늘을 모두 가릴듯이 무수히 많은 장영을 만들며 뻗어갔다.' 이렇게 써도 충분히 의미가 통하지 않나요?
국문학도가 아니라서 조목조목 따지지는 못하지만, 저에게는 산조를 읽기 힘들게 만들 정도로 충분히 어색한 표현이었습니다.
그 다음에 거슬리는 표현은, '~가 ~를 취해 갔다'입니다.
제가 기억하는 소설 속의 예문을 들자면, '~고함과 함께 맹렬한 파공음으로 등장평을 취하는 그는 마고일이었다.'가 있네요. 아니, '파공음으로 취하다'니... 이건 소리를 듣고 (술에)취한건 물론 아닐테고, 소리로 등장평을 가지려 한다는 것도 아니겠죠? '맹렬한 소리를 내면서 마고일을 공격했다'정도의 뜻인것 같은데... '~으로 ~했다' 와 '~를 취하다'는 표현이 이중으로 들어갔네요;
저 문장에서는 '취하다'로 쓰였는데, 2권이 없어서 확실치는 않습니다만 제 기억에는 '취해 갔다' 쪽이 더 많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산조에서 장경님은 이 표현을 덥쳐갔다, 덤벼들었다, 공격했다 등의 의미로 쓰고 계시는 것 같은데, 이 표현이 어색해 보이는건 저 뿐인가요?
다음으로는 몇몇 표준어가 아닌 표현입니다.
예를 들면, '아름드리나무가 노인의 채찍에 싸릿대 부러지듯 아작 났다.' 같은 문장이 있지요. (네이버 사전에 의하면 '아작나다'라는 말은 깨지고 망가지다 라는 뜻의 전라도 말이라네요.) 사실 '아작나다'같은 표현은 많이 쓰이는 표현이라 익숙하긴 하지만, 그래도 출판사에서 교정 작업을 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쉬운 교정 작업은 요즈음 출판되는 무협소설들의 공통점이라고 생각해서 넘어갈 수도 있지만, 대단하다는 평가를 받는 산조에서, 대가라고 불리우는 장경님의 저런 이해하기 어려운 표현들은 저에게 있어서는 큰 문제로 인식됩니다.
내용 부분에서도 분명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만, 그것은 취향의 문제라고 생각하기에 더 이상 쓰지는 않겠습니다.
여러분은 저런 표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어색함을 느끼는 제가 이상한 건가요? 아니라면 소설 속에서의 작가의 재량적 표현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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