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에르체베트님의 '도둑과 창녀' : 정연란
처음 접할 때, 제목에서 부담감을 느꼈던 소설입니다. 그러나 글을 읽어나가면서 어느샌가 '제목'에 대한 기억은 하얗게 사라져버렸지요. 속된 소설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스스로가 부끄러울 정도로, 멋진 내용이었기 때문입니다.
'도둑과 창녀'를 주도하는 인물은 도둑과 창녀, 기사와 종자, 성직자와 마법사, 입니다. 이들이 서로 얽힌 인연으로 만나, 대화하고 싸우고 이해하는 과정이 드라마틱하게 이어집니다. 감정을 잃은 채 기계적으로 살아가던 <도둑>과 과거의 새장을 그리워하는 <창녀>의 만남은, '암살자'와 '암살대상의 잠자리 상대'의 입장으로 인해 극적으로 포장됩니다. <도둑>은, 평소라면 생각 없이 처리했을 <창녀>를 끝내 죽이지 못하지요. 여기부터 <도둑>의 삶은 변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것이 이야기의 시작이죠.
이후의 이야기는 미리니름이 될 것 같기에 생략합니다. 만약, '먼치킨 하렘 깽판물'이 아니라 좀 더 진지한 판타지를 원하신다면, 그리고 간간이 피식 웃게 되는 '위트'를 원하신다면, 한 번 읽어보십시오. '드래곤 라자'와 비슷한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덧 : 읽으신다면 프롤로그 격인 '장 오귀스트의 글'을 읽고 넘어가셔야 <도둑과 창녀>가 갖는 작중 의미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2. 악인님의 '절대악인' : 정연란
제목에서 풍기는 이미지와 같이, '악당'이 주인공인 소설입니다. 어릴 적의 불우한 삶으로 인해 세상을 증오하게 된 자의 이야기지요. 여기까지 보면 흔한 소재라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주인공이 '세계멸망'을 꿈꾸고 실현해 가기 때문에, 우리는 과연 주인공을 응원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생소한 체험을 하게 됩니다.
저는 이 글을 읽으면서, 평소의 도덕관념과 충돌하는 감정을 느꼈습니다. '악당'이 '평범한 사람'을 상하게 하는 데 오히려 통쾌한 감정을 느끼곤 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소설이, '선량하진 않아도 평범한' 사람을 증오하는 주인공의 시점에 맞춰져 있기에 일어나는 심정일 겁니다. 그런 맘으로 글을 읽다 보면, 이 악당의 끝이 궁금해집니다. 결국엔 멈출 수 없게 되지요. 최근 글쓴이의 성실 연재가 시너지효과를 일으키고 있어요.
너무 착해서 어수룩한 주인공 때문에 속이 답답했다면, '절대악인'을 읽으십시오. 과감한 주인공의 행동에 카타르시스를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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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글이 지루하지 않으셨나 모르겠습니다. 한 줄 추천을 싫어하다 보니 주렁주렁 달았습니다만, 이걸로 두 글에 대한 낚시가 될지는 미지수로군요. 많은 분이 두 소설에 관심을 갖고, 저와 같은 감정을 공유하고 싶은 맘에 추천 글을 썼습니다.
그럼 모두에게 좋은 하루가 되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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