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다닐 무렵부터 어머니는 새벽부터 저녁 늦게까지 식당을 하시느라 힘든 생활을 하셨는데, 학교 다녀온 내게 만원짜리 한장과 책보따리를 안겨주시며 단골 책방에 들렸다 오라고 하십니다.
어린 내눈엔 빨간색, 초록색, 파란색 등등 화려한 색의 표지에 금박으로 찍힌 한자가 그렇게 예뻐 보일수가 없었지요.
호기심에 책을 펴보지만, 세로로 되어있는 글들과 수많은 한자들...
워낙 책을 좋아하시던 어머니는 몇일에 한번씩 글렇게 몇질의 책들을 읽고 반납하셨지요. 책방에서 조차 어머니 읽은 책들을 따로 기록해두고 챙겨서 빌려 주실 정로도 말이죠.
한 2년전 부터 다시 무협 소설을 읽고 싶다 하셔서, 책방에 모시고 갔습니다. 한참 황제의 검이란 소설이 인기를 끌던 때였죠.
그 소설을 읽으시던 어머니께서, 실망하신듯...
"요즘 소설은 다 이러니? 왜 무협이 아니고, 이상한 다른 세계로 넘어가니? 옛날 소설들이 가볍긴 해도 난 정통 무협이 좋다."
그 후엔 항상 책방 구석에 먼지 쌓인 옛날 책들을 둘러 보십니다.
예전에 읽으신 책이여도 다시 읽으시구요.
그러다, 제가 조금씩 유혹 했지요.
신무협 중에서도 정말 읽을게 많다고 말이지요.
그래서, 다시 잡게 된 소설이 금강님의 발해의 혼이 였습니다.
그 후로 신무협의 재미와 감동에 빠지시게 된거죠.
완결된 소설만 보시는 어머니를 위해 여러가지 소설들을 많이 골라드리고, 함께 읽었고, 책을 보다가 이런점은 좀 아쉽다, 이 주인공 멋지다, 이 결말은 이랬으면 좋겠다, 등등...
요즘은 어머니랑 저와의 수다가 늘었습니다. 하하하.
최근 완결 소설중에 나한님의 광풍가를 보시고는 장면, 장면에서 감상에 젖어 우시더군요. 무협소설 보며 울기는 처음이라시며, 조금 쑥쓰러워 하셨지요.
그리고, 오늘 또 우십니다.
어떤 소설이냐구요?
초우님의 호위무사입니다.
초반에 사공운의 과거와 현재가 좀 복잡해서인지, 책이 왜 이러냐 시며 불평하시더니...
잃어버린 기억을 찾고, 사랑하는 여자를 위하는 그의 모습과 용설아와의 운명이 안쓰럽다시며...
그리고, 어쩜 이렇게 주인공이 멋있냐시며...
요즘 우리 어머니는 책 한권, 한권 읽어 가실때마다 소녀가 되어 가시는 듯 해요. 하하하.
신 무협의 재미를 느끼신지, 요즘은 퓨전 무협도 가끔 읽으신답니다.
최근에 마술전기를 읽으시고는 재미있어 하셨지요.
그런데, 제가 어머니께 좀 시달리고 있답니다.
어머니와 달리 전 연재되는 소설들도 괜찮은 소설이라면 사와서 한권한권 모으는 재미로 읽거든요.
금강님의 소림사와 송현우님의 거시기를 보시고는 왜 완결 안되는거냐 면서, 완결 안된 소설을 왜 가지고 와서는 유혹했냐고 구박이십니다. 하하하...
저는 오늘도 호위무사 다 읽으신 어머니를 위해 책방에 또 끌려 갑니다. 오늘은 어떤 책을 권해 드릴까요. 재미있고, 감동있는 소설 좀 추천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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