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말 한다.[반말체인것 양해 바랍니다.]
소설은 재미 있어야 한다고, 그렇다면 재미를 느끼는 요소는 무엇이냐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재미있다.'라는 말에는 많은 요소가 들어가 있겠지만, 가장 보편적이며 흥미로운 요소는 바로 '웃음'이다.
피두피두님의 '세입자는 외계인'은 이 '웃음'이라는 요소를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다.
패러디, 부조리한 상황, 유쾌한 캐릭터, 문체 속에 베어 있는 코믹한 시니컬. 모두 '웃음'의 요소를 충족시키고 있고 또 안정 된 문체 속에 이야기는 만족스러울만큼의 속도를 가지고 전개 된다.
아니메나 라이트노블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쉽게 이야기를 받아들일 수 있을테고, 그렇지 않은사람이라도 유쾌한 캐릭터들의 유쾌한 이야기에 금방 호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소설에서 가장 흥미롭다고 생각한 것은 바로 '상황의 부조리함에서 오는 웃음'이었다. TV 코미디 프로로 예를 들어 볼까?
웃찾사에 나오는 '희한하네.'라는 프로그램이 바로 부조리한 상황에서 오는 웃음을 기본으로 한 것이다. 특정한 장면 뒤에 이어지는 '당연한' 상황을 -간단히 말하자면 빙판 길을 지나가다가 넘어져야 하는데, 공중제비를 네 바퀴 반정도 돌고 문설트까지 하고 나서 착지한 후, 옆에 지나가던 사람이 10점 만점 점수판을 들어 올리는 뭐 그런 느낌이다.- 엉뚱하고 기발한 장면으로 바꾸거나 혹은 패러디를 하는 유형이다.
슬랩스틱이나 단순한 말장난보다 훨씬 더 웃음의 밀도가 높고 보는 사람을 즐겁게 만드는 개그가 바로 부조리개그다. 피두피두님은 이 고난이도의 웃음을 글로 잘 승화시켰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ET형 외계인을 미소녀로 설정한 것이나, 인기 많고 잘생기고 귀공자 타입의 주인공이 생활고에 찌들어 있는 모습이나, 기절시킨 사람을 파묻으려는 여주인공의 모습이나, 모두 특정한 상황을 만들고 우리가 당연하리라 생각하는 다음상황에 대한 예측을 멋지게 비틀어 버려 사람들을 감탄과 웃음의 도가니탕에 빠트려 버린다. 문장 속에 드러나는 코믹한 시니컬함도 매력적이고 유쾌한 캐릭터의 움직임은 그저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또 하나 말하고 싶은 장점은 웃음만이 이 소설의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다.
나는 오로지 웃기기 위해서 이야기를 쓰고 따라서 개연성과 이야기 전체의 윤곽을 흐릿하게 만들어 보는 사람을 절망하게 만드는 소설이 싫다. 이것은 핀트가 어긋난 사견이지만 목적이 없는 소설은 소설이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나도 그런 짓을 해봤지만, 그것은 단지 생명이 없는 텍스트 덩어리일 뿐이며 저열한 자의식의 마스터베이션과 다를 바 없다.[난 그래서 쓰던 소설을 접었다.]
허나 의미 없는 웃음의 등장, 의미 없는 상황의 나열, 의미 없는 대사가 이 소설에는 없다.
웃음은 세입자는 외계인이란 소설을 이끌어 가는 요소일 뿐이지 이 소설의 전부가 아니라는 말이다. 아직 다섯 편 밖에 보지 못해 이이상의 말은 못 하겠지만 다섯 편만 보고서도 난 이 소설을 자신있게 추천한다. 추천하고 싶다. :)
그러니 웃다가 지치고 싶은가?
유쾌한 캐릭터들의 유쾌한 일상속으로 들어가 보고 싶은가?
그렇다면 오라. 우리 함께 엉뚱하고 기발한 상상력이 넘치는 소설,
세입자는 외계인을 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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