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수 작가님의 강호초출입니다. 스승과 제자가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 배움이라는 것이 무언가 알 수 있습니다. 배움을 같이 나누는 사람들, 사형제들의 막무가내 우정에 코 끝이 찡해집니다. 그렇습니다. 고수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사부의 혹독한 가르침과, 사형제들의 나눔, 그리고 벼랑 끝에서 얻은 깨달음 등이 있어야 합니다. 아울러 생사를 넘나드는 수 많은 부대낌이 있어야 가능하겠지요.
사람이 모여서 만들어지는 방파, 방회. 그것에도 나름의 사연과 조직과 애환과 음모가 있겠지요. 산다는 것은 칼 한 번 쓱 휘둘러 되는 것이 아닙니다. 수를 놓아 먹을 것과 잠자리를 구하는 검객이 희극도 아니고 그렇다고 너무 처절하거나 궁상 맞은 것도 아닙니다. 거기에 배움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협이란 무엇입니까? 내 생활의 어려움을 무릅쓰고 (때로는 수 많은 망설임과 회피 속에서) 결국 다른 이의 짠함에 칼을 빼들고 마는, 그래서 온 몸을 던져가는 그런 것이 아닐런지요.
무란 무엇입니까? 내 몸을 지키고 때로는 상대를 상하게 하기 위한 기술을 익힘이겠지요. 그러나 그 기술이 때로는 나에게 가장 소중한 목숨을 걸어놓고 부리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의 일상적인 생각과 움직임을 뛰어넘는 깨달음도 가능하겠지요.
무화 협이 있는 소설, 문장의 아름다움이 살아 있는 소설, 모든 등장인물들이 생생하게 말을 걸어 오는 소설, 이야기가 시냇물처럼 졸졸졸 흘러나오는 소설, 절대 검객이 있고, 더디지만 깨달음을 향해 매진하는 검객이 있고, 좌충 우돌하며 강호를 들쑤셔 놓는 사제들과 종횡무진 신기막측한 말솜씨로 부족한 검술 솜씨를 메꾸며 고수를 희롱하는 개구장이 남장 여자 사제도 나오는 소설. 무엇보다 굽이 굽이 마다 협이 있고 깨달음의 달콤한 순간이 있는 소설.
분량이 엄청나게 쌓여 있어 당신의 수면에 치명적 위협을 가할 정통무협소설, 양지수 작가님의 강호초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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