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소설 연재할 때를 빼면, 문피아에 글을 쓰는 것은 이번이 거의 처음입니다. 특히 다른 소설을 추천하기로는 '정말' 처음입니다.
굳이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저의 추천글이 미숙할 지도 모르는 데 대한 한 발 빼기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저 같은 귀차니스트에게도 추천글을 쓰게 한 이 글의 놀라운 흥미도와 작품성을 보다 강조하기 위해서입니다.
제가 오늘 추천하려고 하는 소설은 Blues님의 "황제의 요리사"입니다. 이미 완결된 작품이고, 그것도 꽤나 오래전에 완결된 것 같아 문피아 사용자 여러분께서 이미 많이 읽으셨으리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직 못 보신 분이 계신다면 꼭 한 번 읽어보세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이 소설의 주인공은 '황제의 요리사'입니다. xx마스터 등에서 볼 수 있는 것 같은, 사실상 소드마스터의 정신을 가지고 있지만 다른 직업을 '이용'하는 주인공들과는 사뭇 다릅니다. 주인공 싱 우치는 말 그대로 뼛속까지 요리사이죠.
하지만 주인공이 요리사라고 해서 소설 전체가 오직 "요리"에만 치중해, 마치 요리왕 비룡과 같은 맛집 기행식 소설이 된 것은 아닙니다. 우치는 작가님이 매우 치밀하게 구성해놓은 하나의 세계에서, '목령족' '견치족' '난쟁이족' 등 여러 이종족들과 함께 그 세계를 '살아' 나갑니다.
특이한 세계관이 나온다고 해서 주춤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작가님은 특별히 세계관을 '설명'하는 부분이 없는데도, 독자들은 글을 읽는 동안 그 세계를 살아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저 역시 글을 쓰는 입장에서 매우 대단하다고 느꼈고, 존경심과 함께 부러움 또한 감출 수 없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어쩔 수 없이 설명이 가미되는 부분에서 독자분들이 느끼실지 모르는 지루함을 어찌 처리해야 하는가가 제 가장 큰 고민 중 하나였기 때문입니다.
간혹 문장에 비문이 보이기는 하나 독서를 방해할 정도는 아니고, 제가 비록 견문이 짧지만 대다수 판타지 문학이나 심지어는 제도권의 신문 기사 등에서 보이는 작문상의 실수에 비하면 훨씬 양호합니다.
줄거리를 미리 알고 본다 해도 재미있는 소설이지만, 줄거리를 따로 적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만일 작가 Blues님이 제가 하는 것처럼 플롯을 짜셨다면, 즉 사건들의 목록을 먼저 짠 뒤 그에 살을 붙이셨다면, 그 플롯 상에서 볼 수 있는 싱 우치의 삶은 매우 파란만장하고 드라마틱하리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작가님은 회고적인 문투를 이용하고 싱 우치의 후일담을 적절히 배치함으로써, 독자가 사건에 휘둘려 지나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을 적절히 방지하고 계십니다. 그렇기에 매우 격렬한 한 시대에 대해 적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소설은 마치 아름다운 신화를 읽는 것처럼, 따뜻한 목욕물 같이 흘러갑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소설은 오히려 현실성을 획득합니다. 목숨을 건 우정, 간혹 등장하는 몇몇 까탈스러운 캐릭터 등도 충분히 실재할 수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 사실 글을 읽는 동안에는, 그런 느낌이 든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고, 완전히 몰입하게 됩니다.
얼마 전 감상란에서, 판타지소설을 읽고 나서 매우 허탈한 느낌을 받았다는 감상문을 읽었습니다. 또 그 아래에 달린 댓글로, 그렇기에 장르문학은 타임킬링(댓글을 다신 분도 이러한 용어를 사용하는 것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셨지만)용으로 읽는 것이 나으며, 심각하게 읽다간 정신적 스트레스가 너무 심하다는 글을 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한 생각을 가진 많은 분들께 "황제의 요리사"를 추천합니다. 읽고 난 뒤에도 여운이 깊이 남아 여러번 다시 보고 싶은 글입니다.
좋은 밤 되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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