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슈렉(드림웍스)
괴물 슈렉이 아름다운 공주 휘오나를 구하고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며 해피엔딩을 맞는 아름다운 이야기...... 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영화를 보지 않았거나 이 영화를 보면서 졸았음에 틀림없다. 동화의 기본틀을 뒤집는 것부터 시작하는 이 애니메이션은 온갖 유명한 영화들의 패러디와 기발한 유머감각이 더해진, 그야말로 '기존의 극장 애니메이션에 테러를 가하는' 애니메이션이었다. 제작자 제프리 카첸버그가 디즈니에서 ‘팽’을 당해 드림웍스를 설립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그는 한사코 부인하지만, 디즈니의 전통적인 애니메이션에 반발하여 만든 작품이 슈렉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어쨌든 슈렉은 대성공을 거뒀으며, 한국에서는 유명 개그맨이 자신의 상징으로 삼을 만큼 친숙한 존재가 되었다. 비록 아이들과 함께 슈렉을 보기 위해 극장을 찾은 부모들이 '동심을 위협하는' 내용이 다수 포함되어 있음에 놀랐다고 해도.
2004년, 개구리 중사 케로로(TV 도쿄)
잔인한 우주의 침략자가 평범한 인간의 가정에 침투하면서 벌어지는 충격과 공포의 스페이스 오페라...... 라는 헛소리에 속아넘어갈 사람은 더 이상 없을 것이다. 축적된 오타쿠의 혼을 집대성하여 만든 스페셜 정식이 에반게리온이라면, 케로로는 그것을 다채롭게 요리하여 내놓은 간식거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개구리 중사 케로로는 귀엽고 개성적인 팬시풍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동화적 내지는 우화적인 이미지로 포장했지만, 그 실체는 일본의 오랜 애니메이션 역사 속에서 나타난 아이콘과 스테레오 타입, 클리셰에 대한 패러디로 가득 차 있다. 그러면서도 기본적인 이야기 구조는 도라에몽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어, 이 작품이 단순한 비꼬기가 아닌 오마쥬의 경지에 이르렀음을 느낄 수 있다. 같은 패러디의 성격을 띤 <갤럭시 엔젤>, <엑셀 사가> (애니메이션)에 비해 보다 폭넓은 계층의 사랑을 받은 이유 역시 여기에 기인한다. 게다가 가장 무서운 사실은, 이미 케로로 부대가 다양한 팬시상품을 출시, 아이들을 홀려 부모들의 지갑을 털며 한국 경제를 움켜쥐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2007년, 신화, 10억 만들기
미소녀 마법사 시이나와 그녀의 친구들이 세계를 파멸로부터 구원하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감동의 대서사시...... 라고 지은이는 주장하지만, 글쎄, 어떨까? 아무튼 얼굴에 폴리카본 플라스틱 가면을 쓰고 자평하겠다. 인터넷 통신과 글쓰기에 대한 욕구가 만나 태어난 판타지 장르의 역사도 어언 10년 플러스 알파. 질곡의 역사를 거쳐 여기까지 명맥을 이어온 판타지 장르에 과감히 스크류 드라이버를 꽂아 비트는 판타지스타, 아니 패러디스타가 여기에 있다! 만화적 상상력과 재치 넘치는 문장, 유쾌한 캐릭터들이 당신에게 선사하는 웃음 폭탄!
레슬리 닐슨도 울고 간다.(아마도)
찰리 쉰도 한 수 접는다.(어쩌면)
패러디의 귀재(내 맘대로), Xester가 선보이는 본격 코믹 소설
[신화, 10억 만들기]
아직, 연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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