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작성자
penlil
작성
07.05.11 14:42
조회
913

이런 얘기에는 왠지 빠질 수 없어서 자판을 두드려 봅니다.

저는 차를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개중에서도 홍차 류를 좋아하지요. 홍차를 처음 접하던 당시만 해도 립톤 티백이 고급차 축에 들고 수입상품점에서 '홍차'로 유일하게 팔리던 시절이었으니 꽤 오래 되었네요. 지금은 하루 한 포트가 없으면 못살 정도지만 당시엔 무슨 정신으로 그 맛없는걸 마셨는지.

제가 홍차에 입문하게 된 이유는 지금 생각해도 참 한심하다 싶은데...

영국 레이디 소설이 절 낚았3.

해적판으로 발행하곤 하던 빅토리아조 영국 아가씨들의 일상을 그린 소설들에서 빠지지 않고 나오는 그 장면을 기억하십니까? 하얀 테이블 보 위에 티-타이임을 가지는 그네들은 은으로 만든 다기에 크림, 우유, 설탕을 놓고 달콤한 케이크와 뜨거운 스콘, 마멀레이드 잼, 쿠키와 녹인 초콜렛, 그리고 '막 봄의 향기가 느껴지는 싱그러운 홍차'를 내오고 마셨지요.

(종종 미국 레이디 소설이나 근대화 무렵의 소설을 먼저 접하신 분들은 살롱에서 '코오피'를 마시는 모습에 환상을 가지고 계시겠죠 x9)

달콤한 케이크와 수-우프, 쉬폰 드레스 자락따위에 낭만을 품고 자라나는 10대 소녀에게 낚이지 말라고 하는 게 잔혹한 처사일 만큼 환상적인 묘사와 80년대 풍의 (촌스럽지만) 고풍스런 번역이 결합하면 로망이 되는 법입니다.

정작 꿈과 로망을 품고 처음 립톤 티백으로 시작한 홍차는 참 더럽게 맛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낭만과 로망의 맛이랍시고 마시다 익숙해 질만하니, 홍차가 붐인 시대가 되었지요.

수입도 가열차게 되어서 지금은 일본 브랜드의 직영점이 설치되고 백화점에서도 상품 진열대에 이번년도 퍼스트 프레시를 쓴 틴이 진열되고 홍차전문점도 몇 개 정도 생겼고 티 포트와 티 코지를 만드는 법도 얼마든지 인터넷에서 검색이 됩니다.

그런데도 종종-차 타는 법도 몰라서 녹찻물 온도에 우린 홍차를 마신다거나, 도서관에서 복사해온 홍차 우리는 법 같은 걸 들여다 보고 투덜거리면서 '크림'이니 '티 스푼' '은 걸름망'이니 하는 것을 구하려고 씨름하던 때가 떠오르기도 해요. 흥~편해졌네~하는 느낌?

옛날 사람들도 지금 차를 즐기는 사람들을 보면 저랑 비슷한 마음을 품을 지도 모르죠. 그렇게 쉽게 구해서 쉽게 마시고 맛도 모르면서 차라고 즐기는 게 아냐! 하구요(으하하). 일종의 심술이랄까 올드팬의 투덜댐이랄까 하는 것도 있지만 지금의 차 문화가 나쁘다는 건 아니에요. 시대가 변해서, 이제 우리나라에도 나름 '차문화'의 턱이 낮아지고 있다는 얘기니까요.

덤. 최근의 저는 집 근처에 생긴 전통차 라인의 찻집에서 보이차를 마시느라 가산을 탕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86년산 백차가 다관당 만 오천원이라는 미친 가격에 제공되는데 마셔줘야 사나이죠. :P!

덤2. 참 글과 관련된 얘기. 제 소설에서 차 마시는 장면이 나오면 묘사가 생각보다 짧은 건!! 쓰다 보면 마시고 싶어서 카드 꺼내서 쇼핑몰 비번 치기 때문입니다. 이상 끗!


Comment ' 11

  • 작성자
    Lv.13 피어스
    작성일
    07.05.11 14:51
    No. 1

    이 글 읽는 순간,
    홍차가 땡겨버렸습니다...

    큰일났네...
    우려내는 주전자가 깨져버렸는데. ㅠ.ㅜ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3 피어스
    작성일
    07.05.11 14:54
    No. 2

    전, 얼그레이를 주로 마십니다.
    다른 건 거의 마셔본 적이 없군요. --a
    그리고 우려낼 때 실수를 해 버려 씁쓸한 맛이 나버리면,
    우유 좀 부어서 부드럽게 만든 다음 마시곤 하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mj4359
    작성일
    07.05.11 14:56
    No. 3

    님글 오드아이 처음 읽으면서 차가 마시고 싶어져서 환장해졌더랬죠.
    녹차 티뱃이라도 꺼내 마셔야할만큼 먹고 싶어지게 하는 글인것 만인이 인정하지 않나요?

    그런 의미에서..

    오드아이는 언제쯤......

    덧 데이브레이커는 잘 읽고 있습니다만.....오드아이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8 니키타
    작성일
    07.05.11 14:57
    No. 4

    으하하하. 저도 커피마시는 것보다 차마시는 이야기들을 먼저봐서 환상만빵. 오드아이를 볼 무렵에는 린하고 메를레를 보면서 차를 마시기 시작(시작은 녹차 티백이었지만'ㅁ')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4 쉬엔
    작성일
    07.05.11 15:18
    No. 5

    흐음.. 보이차라... 얼마전 친척집에서 마셔봤는데 좋더군요.
    보이차에 맛들이면 다른차를 못마신다는 얘기도 있던데...
    전 우롱차를 즐겨마시는 편인지라...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不死龍
    작성일
    07.05.11 16:05
    No. 6

    차는 뭐니뭐니해도 녹차 아니면 홍차가 맛이 좋아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6 문휴
    작성일
    07.05.11 17:30
    No. 7

    워메~ 차라...;;
    차가 별건가요? 그저 식전 식후 입가심 정도로 마시는 것에 불과한데....
    다도? 그건 주머니 사정 빵빵하고 할 일 없는 분들이 정신수양입네 머네 이것저것 붙여대서 만든 것에 불과할테고....
    하루를 각박하게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차란.........
    참고로 가장 좋아하는 차는......숭늉-0-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4 혼돈마왕
    작성일
    07.05.11 19:40
    No. 8

    주머니 사정이 안좋아서 담배 피우고 술마시고 취미생활하고 인터넷 한답니까? 그렇게 비꼬지 말고 그냥 숭늉 좋아한다고 하십시요.
    쌀로 만든 지극히 우수한 식후음료이지요...... 차 하고는 개념이 약간 틀린가요...?

    차라......그나저나 나름 입이 고급이 되서 참 힘들어 보이긴 합니다.....(어라? 이거도 비꼬는 말투인듯...)

    부럽습니다. 사실...

    돈의 여유보다는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만 차고 취미고 있을테니까요...

    전 보리차랑 옥수수차 결명차를 좋아합니다.
    더운 여름날 벌컥벌컥 마실때의 그 속 넘김이란.....
    추운 겨울날 따끈한 하얀 김속의 그 구수함이란.....

    뭐 그런겁니다.

    행복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07.05.11 23:50
    No. 9

    전 다즐링이 좋아요......ㅠ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3 피어스
    작성일
    07.05.12 11:28
    No. 10

    차를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괜히 비싸고 고풍스러워 보일 수 있을 겁니다.
    차 가격을 보면 매우 작은통 하나가 겁나 비싼 가격을 가진 것 같은데...
    막상 우려보면 그 작은 통 가지고 한 두 달은 우려먹습니다.
    전용 포트도 의외로 만원을 안 넘깁니다.

    앞분이 말씀하신대로...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접해보면 의외로 별 거 아닙니다.

    전 차는 다 좋아해서~
    보리차도, 숭늉도 안 가립니다~
    보리차에 더덕이나 결명자를 약간 섞는 것도 의외로 좋더군요.
    다만 숭늉은 전기밥솥으로 만들기 힘든 음료라 어찌보면 더 고급같아요. --a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0 달빛몽상가
    작성일
    07.05.12 18:37
    No. 11

    저는 중국차쪽을 더 좋아한다는...
    우선은 무협지를 보면서 구하게 된 용정차도 좋고요...
    맑고 엄청 깨끗하고 담백하다고 해야되나...
    하여간 고기 먹고 먹으면 콜라보다 낫더라고요...

    녹차 둥글레차는 티백으로 열심히 즐기고 있긴 하지만...
    요새 들어서 포트의 절실함을 느끼네요...
    학생신분에 무슨 차냐는 어머님의 구박 아래서 자라고 있습니다...;;

    요새는 갑자기 꽃잎 차에 미쳐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중입니다..
    자스민차는 상큼한게 좋긴 하지만...
    역시 맛은 깊게 우러 나오는 국화차 쪽이 더 좋다는,,,,ㅡㅁㅡ;;

    혹시 저만 그런가요??

    이 글을 읽고 나니깐
    갑자기 몇번 먹어보지 못한 홍차에 대한 깊은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이미 용돈은 바닥이건만....OTL;;
    어떻게든 구해봐야 겠습니다....

    제 주위에서 이런 얘기를 못 해서 그런지...
    쓸데 없이 주저리주저리 하고 말았군요....ㅋㅋ
    간만에 잘 떠들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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