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시작할 때는 일기였는데........

작성자
Lv.6 광천광야
작성
10.06.27 23:57
조회
970

편의상 반말로 씁니다. 아니, 사실 올리려고 시작한 건 아니어서;;;;;;;;;;; 진짜로요.

"자, 무엇을 시작해야 할까?"

녹색으로 물든 한글2004를 키고, 나는 담배 한 대 꼴아 물고 생각에 잠긴다. 마땅히 쓸 건 없다. 그냥 뭔가 끄적여야 할 것 같은 생각에 끄적이고 있을 뿐인데, 나는 뭘 써야 할지 모르겠다. 이럴 시간에 차라리 책이나 피고 단어나 몇 개 외우는 게 낫다는 생각도 든다. 아니, 사실 그러려고 했는데 도피하기 위해 이 짓거리를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지. 뭘 해야 할까?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 걸까? 인생? 거야 뭐 아무래도 좋은 거고. 깊이 파고 들어가면 지는 거라고 생각하니까 관두자. 나보다 몇백배는 머리 좋은 양반들이 수천년전부터 고민해왔음에도 답이 안 나왔는데, 아니, 뭔가 자기 나름의 답을 얻은 이는 잇을 지라도 전 세계의 모든 인간들이 "옳다구나!" 싶은 답은 안 나왔지? 1+1=2 같은, 명쾌한 답이 말이다. 아니, 1+1=2 도 세계 만국 공통은 아닌 거라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말이지. 이거야 뭐 어쨌든, 그런 보편적인 대답을 말하는 거고, 이 정도로 옳다구나, 싶은 답은 안 나오지 않았던가? 아니 생각해보면 간단하다. 살아가고, 사랑하고. 언제나 죽는다. 그안에 들어 있는 깊은 의미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이것도 하나의 공식일런지도 모르는 일이지. 인간보다도 훨씬 고위의 지식을 가진 문명이 우리를 관찰하고 있다 하면, "저 생물은 그렇군." 하고 이미 결론을 내리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 안에서 우리끼리 욱신각신 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지. 우리가 손 쉽게 손으로 짖누르는 개미조차도, 바퀴벌레조차도 사실 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지. 뭐, 일단 그들보다는 고위의 지식을 가진 생명체인 것은 맞을 테니까. 아니, 이것도 멋대로의 생각인 것일까?    

그런데, 나는 뭘 고민하고 있는 걸까? 단순하게 생각하면 단순한 게 세상이고, 복잡하게 생각하면 둘도 없이 복잡한 게 세상일 것이다. 그리고 난 단순한 걸 좋아하니 단순하게 생각하면 될 일인데, 항상 뭘 그리 고민하고 자빠져 있나? 싫으면 싫어. 좋으면 좋아. 제멋대로 살면 그만인 일이 아니겠나? 그런데 왜 이렇게 항상 좋은 걸 좋다 말 못하고 싫은 걸 싫다 말을 못하는 걸까? 항상 자신에게 당당하면 좋을 텐데 뭘 그렇게 위축되어 살고 있나? 뭘 그렇게 쫄고 있냐? 라고 언제나 자신에게 자문하고 그것이 나의 인생을 복잡하게 만든다. 생각하기 싫은데 생각하게 만들어 버린다. 나가야 한다. 이 문을 열고 나가야 한다. 오, 이렇게 적어 버리면 뭔가 가오가 사는데?

에잉, 몰라. 멋대로 적는 거니까 상관 없잖아?

내가 방금 전에 무슨 생각을 했는 줄 아는가? 이걸 어떻게 스토리로 엮어 나갈까, 하는 거였지. 그런데 생각해보면, 일기를 멋지게 적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없지 않나? 아니, 있겠지? 아니 생각보다 많겠지?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제멋에 하는 거지, 이걸 어떻게 이용해서....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정말로 몇 없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런 생각이 든다. 그게 기분 나쁘다. 언제부터인가 글을 순수하게 적지 못해나간다. 단을 나눠야 해. 누군가 보기 쉽게 적어야 해. 하악하악 거리면서 적고 있는 나 자신을 보면 치가 떨린다.

이런 일기조차도!!!

저런 강조문은 한줄 띠어서 써야 제맛이지. 하? 왜, 왜 혼자서 지껄이는 헛소리에 운율을 띄어야 하는 건데? 이제 와서 뭘? 아직도 포기하지 않았나? 이제 와서 포기하지 않아! 선생님, 글이 쓰고 싶어요 하,면서 눈물 흘린다 하더라도 때 늦은 발악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무엇을 위해? 더세컨드처럼 그저, 질투심에 불타 올라서 쓴 그 기분조차도 이제는 남아 있지 않은데? 충룡왕기처럼, 동양 판타지로,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보겠다는 창조욕은 남아 있지도 않은데? 하다못해 처음 갈긴 농부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하악 거릴 기운도 남아 있지 않은데? 세상을 제 잣대로 제보자고 쓴 돈처럼 무언가 쓸 센스는 남아 있지 않은데?

나는 언제나 의욕만이 있다. 아니, 그 뒤에 결과만이 망상으로 떠돌고 있다. 나는 언제 한번 히트작을 써보나, 뭐의 작가 배준영이라고 언제 한번 불려보나. 아니, 사실 그렇게 불리고 있는 건데 만족을 못하는 건가? 아니, 사실 그냥 돈이 필요한 걸지도 모른다. 돈돈 거리는 거 별로 안 좋아하는 척 하면서 그냥 한번 가오 잡아 주고, '그래, 사실 나는 돈보다 작품을 중시하는 사람이야,' 하면서 혼자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자위 한번 해주고. 사실 누구보다도 돈에 열망하여 생각하고 사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 돈이 있으면 좋지. 돈 있으면 나는 일단 무엇을 할까? 그나마, 부모님에게 송금하고 나머지는 내 생활비로 써야 겠다는 생각은 건실하다고 봐야 하나? 아니지. 이걸로 또 자신은 특별하고 착하다 라고 멋대로 생각해버리는 것일 뿐이지. 일반 상식이 박힌 사람이라면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말이야. 뭐가 그렇게 특별하게 보이고 싶나? 왜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멋을 혼자서 잡아가며 그렇게 혼자서 특별해 보이고 싶나? 그러면서 말로는 "평범하게 사는 게 좋은 것이죠^^" 라며 또 한번 가오 잡아 주고. 카하, 나원 참. 거지 같네. 더 솔직히 얘기를 해보자. 지금 이거, 이런 글을 대체 왜 쓰고 있는 게냐? 어딘가에 올려서 또 리플 달리나 안 달리나 도둑놈인 마냥 들여다 버려고? 작중에 리플 안 달리고 조회수 안 나온다고, 이런 글 올리고 동정이나 받아 보시려고? 그따위 행위, 정말로 싫으면서? 아니 정말 싫나? 뭐가 좋은 거지? 본인이 만족할 때야 그런거 상관 없다는 듯 쿨하게 굴었지만 사실 다 지켜보면서 나에 대해 뭐라고 떠드나 두근두근 거리면서 지켜보고 있는 주제에?

그런데, 나는 왜 이런걸 쓰고 있는 거지? 순수하게 일기나 써보자, 라고 생각했다가, 가만, 이거 한담에라도 올려볼까, 라고 생각했다가. 혹 동정 받고 선작수라도 올라가지 않을까, 했다가. 그리고 이러고 있는 건가......... 참 더럽다. 이건 진짜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내가 참 더럽다. 그리고 그래, 올려보자, 라고 생각하면서, 이거 쓴거 아까워서 남한테 보이려고 하는, 자신의 무언가 하나 가지고 있지 못한 내가 참 더럽다. 누나가 약한 소리 남한테 하지 말라고 그랬는데..... 왜 이렇게 난 항상 옳다고 생각하는 말 못따르는 걸까.  야, 닥치고 글이나 써. 라고 누군가가 옆에서 얘기해 줬으면 참 좋겠다. 아니, 쓰려고야 했지. 그럴려고 컴터 앞에 앉았다가 이 모양 이꼴이지. 게다가 이게 하루이틀인가? "시간이 없어서 글 못쓰고 있습니다." 라고 변명이나 하는 꼴이지. 시간이 없기는. 사실 많잖아? 정신 없이 살고 있어서 이모양이지, 제정신이라면 작품에 투자하고, 공부에 투자하고, 제대로 살아가는데 쓸 시간 존나 많잖아? 그런데 뭐하고 있는거냐 난.  

무엇을 하고 있느냐라? 생각해보면 항상 누군가를 질투하고 있지. 항상, 나보다 잘난 사람들을 보면서, 지고 싶지 않아, 라고 생각하면서 오늘도 컴터 키고 웹써핑이나 하고 앉았고. 그 사람보다 나아지려는 노력 따위는 하지 않고 있는 게 나지. 왜 이렇게 움직이기가 힘든걸까.  

            

그런 걸 생각하고 있는 것 자체가 나는 이미 순수하게 멋진 스토리를 쓸 자격을 잃은 것이 아닌가? 오, 이렇게 말하면서 혼자서 또 가오 한번 잡는 거 아닌가? 도대체 나 자신은 뭐지? 무엇이었지?  

더 세컨드는 쓰면 안 되는 물건이었다. 질투밖에 가지지 못한, 내가 최후에 쓸 물건이어야 했다고. 요즘에 센스 있는 스토리가 어디 한둘인가? 보고 있으면 언제나 혼자서 치저리게 가슴아파하고, 그리고 아무것도 안하고. 이 기분을 점점 쌓아서, 나중에 썼어야 했는데. 조금 더 그나마, 그나마 겉으로나마 얼씨구 잘 나졌네 라고 스스로 생각이 들 때 쯔음에 썼어야 했는데, 벌써부터 가오 잡겠다고 후다닥 써내버렸으니, 이제 난 쓸게 없잖아? 안 그런가? 과거의 아이디어에나 매달리고 있고. 참으로 비루하기 짝이 없다.

처음으로 돌아가고 싶다. 아마 이건 진심일거다. 삼룡넷 자유연재란에서, 와와 거리던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그런가? 아니, 생각해보면 그것이 잘못이었을지도 모른다. 왜 대학에 제대로 나가지 않았을까? 도망가고 도망가다, 어쩌다가 글 한번 올려서 출판되고, 우왕 ㅋ 나 좀 짱인 듯. 하고 생각하고 왜 학교 제대로 나가지 않았을까? 차라리 공부나 할 껄. 남들처럼..... 아니 뭐 좀, 아니 상당히 대인관계 안 좋다, 라는 인식은 있지만 그렇다고 사람이 무서워서 방 밖으로 나서지 못하는 것도 아니니까. 그냥 성격 안 좋고 진급 안되는 사원 정도로 살았더라도. 부모님에게 이리 미안하지는 않았을 터인데.    

그냥 독자로 남았더라면, 이런 생각 따윈 하지도 않았을 텐데. 조르바가 되고 싶을 따름이다. 나 같은 사람은 천년을 살아야 하는 건데, 라고 웃고 울며 떠나는 사람이 되고 싶을 따름이다.

솔직하게 마음속에 있는 것을 꺼내보자, 라고 생각했지만........모르겠네. 진짜로............. 에라 모르겠다. 잠이나 자자. 내일 학교 가야지.

그리고. 아마 아침에 일어나서 리플 한번 확인해 보고 가겠지. 허허. 나에 대해서 남이 어떻게 떠드나.....라고 생각하는 내 자신을 더욱더 싫어하면서.  

저는 이제, 일기조차도 순수하게 못쓰는 인간이 되어 버렸습니다.


Comment ' 4

  • 작성자
    Personacon 유주
    작성일
    10.06.28 00:08
    No. 1

    애... 저처럼 정줄 놓고 쓰시면 될지도..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 Lukill
    작성일
    10.06.28 00:13
    No. 2

    타인과 공존하면서 순수하게 할 수 있는게 뭐가 있을까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취침
    작성일
    10.06.28 01:03
    No. 3

    많죠. 성인은 자신을 돌아보고 소인배는 타인을 돌아본다는데 스스로가 당당하다면 뭐든 순수하지 못하겠슴까. 저를 비롯한 독자는 다만 더 세컨드에서 작가님의 센스를 느꼈을 뿐임다.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9 Lukill
    작성일
    10.06.28 17:16
    No. 4

    취침님/
    그 말조차 순수하지 못합니다. 스스로가 당당도 상관있지 않구요.
    '저를 비롯한 독자' 부분도 매우 순수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의도가 소수인 저를 짓뭉개버리려는 의도가 숨겨져있네요.
    전 이 글쓴분께서 그런 순수를 말하시는거라 생각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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