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렸다고 생각한다.
"눈은 뜰 수 있겠니?"
얼굴로 떨어지는 빗줄기들. 빗줄기 치고는 꽤 따뜻하다. 가끔씩 더운 여름에 내리는 비일 게다.
그리고 손바닥을 만졌다고 생각한다.
"가엽게도 ……에게 사로잡혔구나."
'…' 부분은 잘 들리지 않았다. 때맞춰 번개가 쳤다. 눈을 감고 있어 보이는 건 없었는데, 눈꺼풀 위로 밝은 빛이 순간 나타났다가 사라져서 알 수 있었다. 곧장 천둥도 울렸다. 귀가 찢어질 것만 같다.
"하지만 이제 그럴 일은 없을 거야."
따스한 손이었다. 내 손을 꽈악 붙잡아 주었다. 그녀의 손이 내 손을 굳게 잡아주어 나는 내가 덜덜 떨고 있음을 깨달았다. 따뜻한 빗줄기 속에서 나는 떨고 있었다.
어쩌면 빗줄기가 아니라 눈발일지도 모른다.
"내가 네게 힘을 줄 테니까."
…힘. 어쩐지 그 울림이 낯설지 않다.
"넌 결코 꺾이지 않을 거야."
그렇다면… 나는 꺾였던 건가? 어떻게? 누구에게? 어쩌다가?
…모래판을 헤집는 듯한 감각이 발바닥을 타고 전해졌다. 그 어떠한 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왜, 왜….
왜 내가 여기에 쓰러져 있지?
"내게 네게 다리를, 팔을, 그리고 날개를 줄게."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아….
"네 마음대로 하늘을 나는 거야."
스르륵 하고 내 위에 무언가가 덮였다. 혹시 모포일까? 모르겠다.
[…그 날개가 꺾여 바다에 떨어질 때까지.]
아무 것도 모르겠어.
「마녀는 내게 자신을 남겨 주었고, 내 자신을 가지고 사라졌다.
내게 남은 것은 마녀의 힘이었고, 마녀를 저주하는 일편 기억이었고, 이름조차 잊어버린 '나'였다.
되찾으려면 찾아야 한다. 나를 빼앗은 마녀.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 그 마녀를.」
포탈: http://www.munpia.com/bbs/zboard.php?id=bn_471
Comment '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