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흔하디 흔한 작가입니다. 작가라 하기도 뭣하고, 그냥 틈날 때마다 끄적이러 찾아오는 열아홉 고삼의 한 명입니다. 그리고 지금 이 글의 제목과 같이, 저는 현재 글을 쓴다는 것 자체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렸습니다.
그리 오래 전 일도 아닌 예전에 전 이곳 문피아에서 매일같이 활동을 했었습니다. 스스로가 쓴 글에 애착이 있고, 또 그만큼 보여 주고자 하는 욕심이 있어서 매일 매일 열심히 쓰고, ‘내서재’라는 칸을 쉴새없이 누르면서 변화가 생겼나...궁금해했습니다. 글을 쓰는 것 자체에서 행복감을 찾고 이게 내 ‘천직’이다라며 고등학교 시절을 집필에만 몰두했을 정도로 열정적이었고, 또 간절했습니다.
그런 제 작품은 제가 사랑하는 만큼 사랑받지 못했습니다. 비평도, 평가도, 최소한 비판조차 없는 먹먹..한 글. 작가 혼자서 온갖 난리를 피우며 치장한 글은 어느 순간 바라보니 그리도 무의미할 수가 없었습니다. 나 혼자서라도 해야지, 해야지 이렇게만 낙천적인 마인드로 쓰고, 쓰다 지친 겁니다. 지쳐서. 독자가 무능한 작가에게 실망하듯 아무런 반응조차 없는 제 글 자체에 실망해 버린 겁니다.
그 무관심 속에서 제 글은 차마 이겨낼 수도 있었던 짧은 갈등의 순간들을 이기지 못하고 사라졌습니다. 아무도 모르는 일이 되었죠. 그 글을 준비했던 일 년 동안 자료를 모으고, 이것저것에 관심을 기울이고, 사람들에게 듣고, 확인하고, 알고. 모두 글이라는 하나의 단어만을 위해 했던 것이 너무나도 무력하게 지워졌습니다. 고작 삭제 확인이라는 버튼, 그리고 누르면 사라지는 고생. 붕 떠 버리는 마음. 저는 그렇게 끝내 버리고, 생애 처음으로 가지려 했던 꿈을 아무렇지 않게 던져버렸습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지금껏 해왔던 자기최면을 하루 이틀만이라도 더 해 볼걸. 버텨 볼걸. 혼자서라도 해 볼걸. 그런 같잖은 후회가 또한 할 일이 없을 때마다 생각나 머리를 어지럽혔습니다.
출판이라는 것은 작가가 작가로서의 가치를 높여 주는 ‘보장’이 있을 때 행해지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이 팔린다면 그것을 집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고, 그렇게 돈을 벌어 자신의 인기를 확인하는 것. 하지만 만일. 책을 구매해 준 사람이 재미가 없다고 느낀다면, 혹은, 전개상의 문제나 어색한 점. 오류 - 오타가 있다면. 독자가 작가에게 그것을 말하려 해도, 그 사실은 작가에게 전달되지 못합니다. 되더라도 어렵습니다. 그것이 출판의 단점. 이라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저는 출판을 제하고 글을 쓴다는 방식 내의 많은 방법들을 찾던 도중. 우연히 j사와 이곳 문피아를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짧은 부분 부분을 작가가 써내려서 전해 주면, 독자가 곧바로 읽어 문제가 있는지 검토하고, 마음에 든다. 좋다 / 불만족스럽다. 싫다 등등. 곧 ‘반응’이 주어지는 방식에 저는 곧바로 매력을 느꼈습니다. 이곳이라면 사람들과 즐겁게 대화를 나누면서 글을 쓸 수 있겠다. 그간 혼자서 준비했던 것이 퍽 외로워. 이제 혼자의 것이 아니라. 모두 함께 할 수 있겠다 하는 생각이 저를 기쁘게 했습니다.
결국, 저는 김칫국에 풍덩 빠져 버린 겁니다. 둥둥 뜬 건더기도 없어서, 허우적대기만 하다 가라앉아 버린 겁니다.
처음 시작은 누구나 다 그렇다 - 라는 의견이 당연스레 들리겠습니다만. 아닙니다. 현재 문피아 사이트 내에서 연재활동을 행해 주시는 많은 작가 분들 중. 유명하신 분들의 시작은 전부라 할 수 없겠지만, 화려했습니다. 화려하고, 혹은 인기가 있었습니다. 한 명 한 명이 가져 주는 흥미가 작가를 기쁘게 하고, 필력을 높이고. 서로를 만족시켰습니다. 하지만 반면. 저처럼 한 번 꺾여버린 사람들은 어떨까요. 그 흔하디 흔한 소소함. 작은 관심, 심지어 추천 한 번조차 받지 못 해 실망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비관적인 논법을 집어치우라면서 처음에 무명으로 시작한 작가도 있다. 라는 말도 나오겠지요. 예. 맞습니다. 그분들은 정말 대단하신 분들이죠. 자신의 글을 믿고, 혼자서 가는 길이 얼마나 험할 텐데도 꿋꿋하게 견뎠다는 것. 놀랍기 그지없는 말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사라져 버린 수많은 작가들이 ‘모두’ 행해 온 일이며, 단지 ‘이번 챕터만 더 끌어 보자 - 이번 화만 해 보자 - 이번 단락만 끝내 보자’라는 자질구레한 줄다리기에서 힘이 달린 탓에 무너진 것 뿐입니다. 만약 그것이 종이 한 장 차이일 수도 있습니다. 과연 우리 모두는, 성공과 실패를 논하지 않고서. 그 어느 수준의 ‘성공’에까지 다다르기 위해 매일 매일 보이지 않응 앞길을 걸어가야 하나요.
아는 사람들만 아는 글도 아닌 무명의 글이 그 어떤 문학보다 아름다운 글. 보신 적 있으십니까? 눈으로 읽어 오감으로 받아들이는 다채로운 감각이 끝을 달리는 글. 매 화 매 화마다 상상을 초월하는 필력으로 독자를 압도하는 글. 보신 적 있으십니까?
그것은 모두, 사라져 버린 작가님들의 유산입니다.
한 번의 작은 관심도 없어 맥을 스스로 끊어 버리는 멍청한 짓을 저지르면서까지. 그렇게 행복해 했던 집필 활동이 재미가 없어진 것이고, 결국 혼자 일어나 혼자 난리치다 혼자 주저앉아 버린 꼴입니다.
수많은 ‘바로 옆’의 작가님들이. 문피아의 마당에 소중한 글편을 남기시고, 떠나신 흔적입니다.
인기 있는 작가만이 가치가 있는 존재가 아닙니다. 사람이 밟고 있는 땅과 밟고 있지 아니한 땅의 가치를 논하는 것처럼. 당장 두드러지지 않은 글이라 해도 결국 그 끝이 어디인지 몰라 눈물겨운 ‘언젠가’의 험한 길 끝에는 환한 빛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것을 걷는 것은 작가의 역할이고, 빛이 있는 길로 함께 이끄는 것이 독자의 역할입니다. 그 두 사람을 길 하나에 담은 곳이, 문피아입니다.
만일 이 글을 보시는 분들 중. ‘이거 괜찮다’라는 생각을 했음에도 여러 사유로 인해 반응을 보여주지 않은 글. 혹은, 이제 다 필요없다며 집필을 접어 버리시려는 소중한 작가 한 분 한 분이 계신다면.
모두들, 꿋꿋하게 버텨 주십사 합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어떤 일이 있어도. 그래. 이 미련한 곰탱이가 언젠가의 희망만 믿고 믿는다 - 스스로를 세뇌시키시면서. 버텨 주세요. 강단 있는 글은 작가에게서부터 우러나옵니다. 그것을 작가가 내쳐 버리면, 그것만큼 안쓰럽고 무의미한 것은 없습니다. 그것은 글이 아닌, 보물 담긴 쓰레기통일 뿐입니다. 그것이 유명하디 유명한 작가의 책임이고, 그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을 만큼 서러운 하루 하루가 작가의 고난입니다. 모두는, 고난을 겪고 있습니다.
모두들, 설령 가치가 없다 생각되는 글이라 해도, 봐 주세요. 보고 판단해 주세요. 무관심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연재를 하는 이 작가는 혼자서 힘들지 않을까.
어째서, 어째서 이곳에 자신의 글을 남기려 하는 것일까. 고민해 주세요.
한 번만이라도, 비록 재미없고, 심심하고. 의미가 없는 글이라 해도.
작가가 기뻐할 수 있도록. 대화를 걸어 주세요.
비록 초반에서 부정적 태도로 말해 오긴 했지만, 이 글을 쓰고 난 이후 저는 다시 시작해 보려 합니다. 제 글을 자신이 삭제한 다음 날 얼마나 큰 후회가 밀려왔는지 알기 때문에 이제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 처음의 마음처럼 다짐하면서. 재미가 없다 해도 - 혼자라 해도 말이지요.
하지만 그렇겠네요. 저는 이제 다시는 제 글을 쓰면서도 행복하다는 기분을 느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흥미가 없어져 버렸으니까요. 인기가 있고 없고를 따지지 않고, 무감각한 글은 돌이킬 수 없이 무감각할 뿐입니다. 단지..쓰고 내밀고. 반응이 없으면 없는 대로 있으면 있는 대로.
그러나 절대로, 절대로 예전처럼 정을 주지 않고 글을 쓸 겁니다.
그리고, 완결을 짓겠습니다. 이곳에서 약속하겠습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결국은, 수능이 20일 단위로 다가온 시점에서 이런저런 스트레스가 극한까지 쌓여 이도저도 손에 잡히지 않는 고등학생 한 명이 즉석에서 지어내는 넋두리였네요.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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