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w must go on.’
쇼는 계속 되어야 한다.
유명한 말입니다.
여러가지 의미를 부여 하기도 하는데, 저는 세상에 어떤 일이 있어도 어떠한 일은 계속된다. 혹은 계속 되고 있다라고 해석합니다.
한 코미디언은 부친상을 당했을 때도 프로그램에 올라가 자신의 역할을 수행했다고 합니다. 뿐만이겠습니까? 직장에 다니는 여러 직장인들도 배가 아파 장염으로 죽창 개워내면서도, 전일 필름이 갈 정도로 술을 마셔 괴로움에도 회사에 나와서 일을 하고 야근까지 해야 합니다.
비록 나는 아무 일도 안하고 하루를 보낸다고 하더라도, 내가 아닌 다른 곳의 어떤 부분에서는 계속해서 일이, 각각의 ‘show’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허무주의로 빠지자면, 내가 없어도 ‘show’는 계속해서 진행되는데, 굳이 내가 있어도 될까? 하는 허무주의로 빠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남의 ‘show’입니다.
내가 허무해하고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면, 결국 나는 남의 ‘show’도 아니고 나의 ‘show’임에도 그 주인공이 되지 못하고 맙니다.
저는 글을 씁니다.
저의 ‘show’는 바로 글을 계속해서 써나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 장염과 몸살기로 인해, 그리고 갑작스러운 슬럼프로 인해 글을 쓰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몇일동안 컴퓨터를 키지도 않았고 하루도 빠지지 않고 들어왔던 문피아에도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당연하게 제가 쓰던 ‘story’도 중단되었습니다.
슬럼프와 몸의 고통으로 인해 글을 쓰지 않는다...
사실 핑계입니다.
몸이 아파도 쓸 수 있었습니다.
장염이면 배가 아픈거지 손가락이나 눈이 아픈게 아닌데, 몸살이어도 따듯하게 입고 컴퓨터 앞에 앉아서, 아니 누워서라도 노트북으로 글을 두들기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스스로 글쓰기를 잠시 중단했었습니다.
글을 쓰시는 분들과 쓰시려는 분들께 말씀해 드리자면, 우리의 ‘show’는 바로 글을 쓰는 것입니다. 글을 쓰기를 멈춘다면 우리의 ‘show’도 중단되는 것입니다.
출간된 책의 판매와 반응에 전전긍긍하고, 연재한 글의 조회수와 판매수에 전전긍긍하고, 괜한 슬럼프와 전신의 고통으로 앓고 있는 순간에도 누군가는 고통과 근심 걱정을 가진 채로 자신의 ‘story’를 써나가고 있는데, 누군가는 그 순간에 자신의 ‘story’를 잠시 쉬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다른 ‘story’들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누누이 들었고, 저도 자주 하는 말이지만, 결국 글을 쓰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글을 써야만 합니다.
내가 멈춰있는 순간에도 누군가는 글을 써서 올리고 있고, 누군가는 자판을 두들기며 글을 써서 올릴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내가 없어도 문피아는 잘 돌아가고, 장르 문학과 다른 문학계, 전 세계는 잘 돌아가긴 하지만, 내가 없으면 나의 ‘story’는 계속되지 않습니다.
나의 ‘story’에 미안하지 않습니까?
재미있는 이야기를 구상했습니다.
이 글은 처음부터 재미있어. 아니 이 글은 끝까지 읽어야 재미있어. 이 글은 재미있는 글임은 분명하지만 아직 사람들이 알아주지 못했어. 이 글은 감동적인 글이 될것이야... 항상 생각하고, 항상 다짐하고, 항상 나에게 최면을 걸면서 누군가는 글을 쓰고 있지만, 누군가는 구상만 하거나 불평 불만을 하고 그동안 써놓은 것을 확인하면서 얼마나 사람들이 들락날락 거렸는지를 확인하느라 글을 쓰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그 계속되는 ‘story’의 주인공이 될 수가 없습니다.
그래, 우리는 ‘story’속에서 살아있고, ‘story’를 써나가기에 존재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story’를 써야 합니다.
오늘 갑작스럽게 이런 한담을 올리게 된 이유는...
스스로에 대한 반성과, 2014년 10월 27일 세상을 떠나신 고 마왕 신해철님 때문입니다.
학창시절, 라디오를 통해 고스트 스태이션을 들으며 공부하고 웃고 울었던 기억과 노래방에서 불렀던 명곡들의 추억에 울컥하는 마음에...
고인에 대한 명복을 빌면서, 살아있는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타와 자기 반성 속에서...
누군가에게는 시대를 풍미했던, 마음속의 형님인 마왕이 지하세계로 돌아갔는데, 어딘가에서는 그와 무관하게 웃고 떠들고 일하고 쉬고...
각자 자신들의 일을 하느라 정신 없겠구나 하는 생각에...
나는 뭐하고 있는가 하는 생각과 나는 살아있음이 분명함에...
누군가의 ‘show’는 막을 내렸지만, 아직 나의 ‘show’는 끝나지 않았기에...
세상에 나의 ‘show’를 알릴 ‘story’를 적어야겠다고, 그리고 누군가를 기려야 겠다는 마음에 이렇게 글을 썼습니다.
우리는 글을 씁니다.
천재지변과 전쟁이 나더라도, 나를 알리고 나의 존재를 입증하는 것은 ‘story’일 것입니다.
우리의 과거와 기억에 고인을 묻고도, 우리는 글을 쓰고있고, 그리해야 합니다.
‘story must go on.’
이야기는 계속되어야 하니까...
삼가 고인이 되신 신해철님의 명복을 빌며, 한 때의 추억과 기억들을 발판삼아 좋은 ‘story’로 계속될 것을 다짐합니다.
신해철 마왕님.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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