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작성자
Personacon Prod
작성
14.10.22 10:10
조회
1,814

읽기 귀찮으신 분은 밑으로! 

---

2014년 9월 29일

  군 평생을 보내리라 생각했던 자대에서 끈 떨어진 연이 되어 기동중대로 오게 된지도 벌써 24일째. 다행히도 내 계급은 처음 보는 병사들에게 무시당하지 않을 정도였다.

  처음 통보를 받았을 때만 해도 당혹감과 배신감보다는 허허로움만이 남아있었다. 자대에서 전역하고 싶다는 소박한 꿈이 있었지만 무의식 저편의 영역에선 항상 가슴을 졸여왔기 때문일 것이다.

  '중간 관리자'라는 자리는 그토록 무서웠다. 점점 병사들의 수준이 낮아지고 계급의 경계가 허물어져 가는게 보이는데 그걸 조금이라도 늦춰보고자 이건 절대 양보할 수 없다 생각하는 경우엔 아무리 친하더라도 어김없이 FM을 고수했다. 근무 투입 시간이라던가, 공공장소에서 선임에 대한 반말 따위가 그랬고 분대의 최선임자로서는 우리 분대가 최고라는 평을 받고 싶었다. 결과적으로 우리 분대가 작전 같은 건 꽤나 잘했다고 생각하지만 매순간이 고층빌딩 사이에서 외줄타기를 하는 기분이었다.

  허나 이젠 그런 모든 속박에서 자유로웠다. 내 스스로를 보호하고자 하는 걸지도 모르지만, 새로운 부대의 후임병들은 어차피 내가 키운게 아니니 개판을 치든 뭘 하든 나와 상관없었다. 내가 말려들지만 않는다면. 그렇게 모든걸 내려놓자 난 꽤나 친절하고 약간은 성실한 선임병이 되었다. 기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어쨌든 그 덕에 병사들과 빠르게 친해진 것은 고무적인 성과라 할 수 있겠다.

  5분 전투대기조로 편성된지 어느덧 4일이 지났다. 평소처럼 아침 울타리 수색을 하고 있었다. 묵묵히 걸음을 옮기다보니 어느새 위병소가 코 앞이었다. '조금만 더 가면 되는군' 하고 생각하던 차에 뒤에서 털털거리며 내려오는 중형버스가 눈에 들어왔다.

  으레 있는 운전연습인가 하고 선탑 자리를 살피자 눈에 익은 레드/블랙이 뒤섞인 체육복이 보였다. 어디서 봤더라 하며 경례를 올리자 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통 알 수가 없는 묘한 무표정으로 경례를 받았다.

  두근

  순식간에 버스가 지나갔다. 그 찰나의 순간ㅡ채 1초나 되었을까ㅡ나는 그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옛 소대장님이었다.

"소대장님!" 나도 모르게 외마디를 내질렀지만 버스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대답은 외려 뒤에서 들려왔다. "왜?"

"아..하하. 아닙니다"
"싱겁기는."

"······치직······대대 본부중대장님 위병소에서 나갔음······"

  무전기를 통해 들려오는 보고가 쐐기를 박았다.

'그래, 지금은 본부중대장님이었지.'

  썩 괜찮은 기분이었다. 아마 그는 나를 알아보지 못했을 것이다. 방탄을 푹 눌러쓰고 있었으니까. 어쩌면 복귀하는 버스 안에서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가 충성소리에 슬쩍 쳐다보고 '인사성이 밝은 병사네'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건 아무래도 괜찮았다.

  오늘은 즐거운 마음으로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

위의 글은 전출가신 소대장님께 선물로 드렸습니다. ㅋㅋ

글쓰기를 시작하니까 이런 소소한 재미가 있네요. 

나중에 친한 친구들한테도 한 편씩 줄 생각입니다. 

---

비축분을 쓰다보니 1~2권 정도 미리 써놓고 연재 시작할껄~ 

하는 생각이 가끔 듭니다. 이미 늦었지만요; 


+ 휴가 이틀남았습니다 엉엉(24일 복귀)


Comment ' 19

  • 작성자
    Lv.58 원스타
    작성일
    14.10.22 10:40
    No. 1

    한달동안 글쓰신것에 비하면 상당히 잘쓰신 것 같다는 생각이... 크윽 저는 이제 2년 넘었는데...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Prod
    작성일
    14.10.22 11:15
    No. 2

    김한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ㅠ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4 키르슈
    작성일
    14.10.22 10:41
    No. 3

    드디어 전역이다. 부대원들의 축하를 받고 예비군 마크가 그려진 베레모를 주워들었다. 어젯밤에 전역빵이라며 때려대던 후임 부대원들은 웃는 얼굴로 부대 입구까지 배웅을 해주었다. 개중에는 눈물까지 글썽이는 감수성 깊은 녀석도 있었다. 그동안 초소에서 경계를 서면서 자주 얼굴을 마주쳤던 다른 부대의 부대원과도 아쉬운 인사를 마쳤다.
    한걸음씩 한걸음씩 걸어나오며 왠지 실감이 나지 않는 기분이 들었다. 마치 외박이라도 나오는 듯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에 도착하자 왠지 제대를 한다는 실감이 제대로 다가왔다. 드디어 사회에 한걸음 나서는구나. 대학에 복학하면 무엇을 할까. 우선은 싱싱한 여자 후배들을 꼬셔볼까. 아니면 죽자살자 친구들과 술집에서 마라톤을 달려볼까. 그러고보니 철원쪽 부대로 갔던 그녀석은 제대일이 아직 20일 쯤 남았을텐테. 온갖 잡생각이 든다.
    집으로 내려갈 버스비를 계산하려 지갑에서 동전을 꺼내다가 흘렸다. 근데 뭔가 이상하다. 동전의 회전이 멈추지 않는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Prod
    작성일
    14.10.22 11:15
    No. 4

    헉 ㅋㅋㅋ 꿈이야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4 키르슈
    작성일
    14.10.22 10:42
    No. 5

    ㅎㅎ 그러고보니 왠지 제가 전역 기다리던 때와 비슷하군요. 그때 저도 하루 웬종일 연습장에 글을 쓰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곤 했습니다...
    물론 그 연습장은 깜박하고 놓고 나왔기에...... 젠장!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2 독거미sp
    작성일
    14.10.22 11:39
    No. 6

    아~ 전역하던 당일 날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Prod
    작성일
    14.10.22 11:40
    No. 7

    으익; 저도 나중에 그러고 있을까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3 정현진
    작성일
    14.10.22 13:19
    No. 8

    드디어 내일이 전역이다!
    나는 들뜬 마음으로 억지로 잠을 청했다.
    기상나팔 소리가 울리고 드디어 이 지긋지긋한 부대를 탈출한다고 생각한 나는 마치 이등병이라도 된 듯 벌떡 일어났다.
    그런데 정말 이등병이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Prod
    작성일
    14.10.22 13:27
    No. 9

    왜들 이러세요 ㅠㅠ 안됩니다ㅋㅋ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제이v
    작성일
    14.10.22 13:39
    No. 10

    드디어 내일이 전역이다.
    분대원들과 기분좋게 PX에서 과자와 냉동을 먹고있는 도중..
    위---------------------잉 위---------------------잉
    "지휘통제실에서 전파한다. 화스트페이스 화스트페이스 실제상황이다."
    그렇게 나의 전역은 사라지고 말았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Prod
    작성일
    14.10.22 13:55
    No. 11

    안돼 댓글창이 회귀물로 도배가 되고 있어! 크헉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제이v
    작성일
    14.10.22 13:57
    No. 12

    이건 회귀가 아니라 밀리터리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Prod
    작성일
    14.10.22 13:59
    No. 13

    그게 더 안좋은데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제이v
    작성일
    14.10.22 13:59
    No. 14

    적어도 무한루프는 아니잖아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Prod
    작성일
    14.10.22 14:00
    No. 15

    뭐지... 설득당할 거 같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60 소요권법
    작성일
    14.10.22 16:13
    No. 16

    화스트 페이슼ㅋㅋㅋㅋㅋㅋㅋ 훈련 때 저 말이랑 라운드 하우스, 공습 이런 말 참 마니 들엇는데 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0 소요권법
    작성일
    14.10.22 16:11
    No. 17

    ㅋㅋㅋ트럼프님 저도 에전에 전역이 머잖앗단 글을 여러번 올렷는데 다들 위와 같은 반응이었습니다 ㅋㅋ 사람들이 다 짖궂으심 ㅋ
    글구 전역이라... 그런 날이 올까요 과연?ㅋ 하루 남앗을 때도 먼 일이 생길지 모르기에 긴장해야 하는 곳이 군대입니다 ㅋ
    정말로 끝날때까지 끝난게 아니므로 긴장하시라는 말을 하고싶네요.
    이상 전역 삼일 앞두고 영창 갈뻔햇던 1인이엇습니다 ㅋㅋㅋ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Prod
    작성일
    14.10.22 17:38
    No. 18

    ㅋㅋㅋㅋ다음부턴 아무리 심심해도 군대 얘기는 안할랍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0 소요권법
    작성일
    14.10.22 16:15
    No. 19

    갑자기 엠오피피 사단계 엠오피피 이단계 적용 그리고훈련 상황 발령 및 해제 이 목소리가 귀에 울리는거 같네요 ㅡㅡ;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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