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양의 시전. 국도라서 그런지 정말 사람이 많다. 그 중에서도 주루에는 미어터지다시피 꽉 들어차있다. 아마도 난세라서 그런가 보다. 술 한 잔에 시대의 슬픔을 날려버리기라도 하듯 영웅들이 자주 찾는다.
조조와 하후돈 역시 이곳에서 술을 주거니 받거니 하고 있다.
벌컥벌컥.
“캬! 술 맛 좋다.”
“하후돈, 너무 많이 마시지 마라. 저번에 너무 많이 취해서 업고 가기 힘들었다.”
“에구, 형님! 제가 몸은 이래도 부실해서 그렇게 무겁지는 않았을 텐데요…….”
“웃기지 마라. 멧돼지 하나를 지고 가는 것 같아 죽는 줄 알았단 말이다.”
“그렇다면 그 돼지는 굶은 축생일 것이요. 그 날 제가 밥을 먹지 않고 술만 먹었으니.”
실없는 농담은 하후돈의 장끼이다. 그 말에 피식 웃는 조조는 가볍게 술잔을 든다. 그 때 누가 찾아왔다. 십 오세 쯤 되었을까? 소년은 두리번거리더니 이내 그들을 발견하고 합석하게 된다.
“안녕들 하십니까?”
“오오, 장료. 어린놈이 여기에 웬일이냐? 아직 술 먹기는 이른 나이 아니냐?”
“형님, 저도 저 나이부터 먹기 시작했소. 요즘 애들은 발육이 좋아서 술 몇 잔에 취하지도 않소.”
“하하하, 하후돈님 여전하시군요. 오늘은 소개시켜드릴 분이 있어서 모시고 왔습니다.”
장료는 웃으며 그들의 말을 받는다. 그러고 보니 뒤에 누군가가 서 있다. 마른 얼굴에 눈에는 이상한 것을 차고 있다. 이 시대에 없는 물건. 안경이다. 전형적으로 먹물을 좋아하는 자 같아서 하후돈은 얼굴을 찡그렸다.
“머리에 먹물이 가득한 사람 같다. 우리 같이 칼을 든 사람과는 어울리기 힘들지 않느냐? 나중에 순욱이나 곽가에게 소개하는 것이 더 좋을 듯한데…….”
“처음 뵙겠소. 한빛환웅이라 합니다.”
“조조요.”
“하후돈이다.”
나름 합석하는 것을 꺼림칙하게 말을 했지만 들은 체도 하지 않는 그의 모습. 고집스럽게 보였지만 맘에 들었다. 그래서 하후돈과 조조는 가볍게 자신의 소개를 했다.
“이번에 글을 하나 쓰게 되었습니다. 삼국지의 영웅들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뭐요? 흠. 그렇다면 잘 못 찾아왔소. 무릇 삼국지는 유비, 관우, 장비와 조운 및 제갈량을 그려야 인기가 있소.”
“아닙니다. 저는 그 안에서 비호감인 분들을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여 한을 풀어주려 합니다. 대표적으로 여포님과 조조님을 말입니다.”
“호오. 그렇소? 나관중이 쓴 이야기는 난 간사한 놈팽이에 여포는 무뇌아로 그렸는데, 그대의 이야기에 귀가 번쩍 뜨이는구려.”
“그대들을 칭찬하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적어도 제 글에서는 모두들에게 균등한 기회를 부여하겠다는 이야기입니다.”
“균등한 기회?”
“그렇습니다. 제 이야기에 들어오셔서 마음껏 자신의 매력을 발산하십시오. 여기 옆에 있는 소년 장료와 아직 두 쪽 눈이 멀쩡하신 하후돈님까지. 조조님도 난세에 대한 철학을 주장하셔도 좋습니다. 적어도 매번 공자왈 맹자왈 하며 유교적인 충효만 강조하는 유관장 세 형제들의 이야기는 저는 식상해서 말이죠.”
그들의 마음이 동하고 있다. 기회균등의 장. 항상 소설에서 당하는 입장이었던 그들이지만 실제로는 승자였지 않은가? 왜 매번 패자인 유비가 조명을 받아야 했는가? 자신들도 재조명의 기회가 온다면 마땅히 소설 안에 캐릭터로 매력을 발산해야 한다. 당연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제목이 뭐요? 당신이 쓴다는 그 글이.”
“적토마에서 방천극을 휘두르다!”
“흠. 여포가 좋아하겠군!”
“그렇지 않아도 저번에 만났습니다. 반드시 보러 오겠다고 했으니 동참하시길…….”
“포탈을 여시오.”
http://blog.munpia.com/ajyms/novel/15323
Comment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