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영웅이었던 사내는 천천히 두 눈을 감았다.
그는 자신의 눈앞에 펼쳐지는 장면을 보고 싶지 않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기까지했다.
“눈을 뜨고 직시해라. 그대가 벌여놓은 참상을, 그리고 그 결과를.”
하지만 현실은 가차없었다.
거대한 세상의 축. 그리고 그 세상 속에 떨어진, [차원이동자].
18살의 영웅은 12년의 세월을 돌아 쇠퇴해가고 있었다.
쇠퇴해간다... 그게 정말일까?
그가 얻었던 힘은 사그라들고 동료들은 뿔뿔히 흩어져 더 이상 그와 같이 걸어나갈 수 없다. 세상은 그에게 등을 돌렸으며 신은 고개를 돌렸다.
“젊은 혈기로 벌여놓은 일들이 그대의 발목을 잡게 될 것이라는걸 몰랐단 말인가? ‘몰랐다’라는 말로 정말 모든걸 외면할 수 있을거라 여긴건가?”
세상이 질문한다. 한때 영웅이었던 사내에게.
자신에게 내려진 저주를, 예언을 알기위해 여행을 떠난 사내에게.
[그래서- 난 평생 이 빌어먹을 세상에 갇혀있어야 한다, 이 말인가? 다시 힘을 되찾고 싶지 않느냐고? ...정말 욕지거리가 튀어나오는군.]
사내의 입가에 비웃음이 걸쳐졌다.
뻗어나간 손에는 길게 검상이 그어져 피가 흐르고 있었고, 다리는 절뚝이고 있었지만 그래도 그는 멈추지 않았다.
[그래...한번 해보자고-.]
그렇게, 영웅은 다시 몸을 일으켰다.
그 결과가 무엇인지 알지 못한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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