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어리석음은 답을 찾으려는 데 있다. 소설의 현명함은 질문을 던지는 데 있다."
아직 살아 계신 밀란 쿤데라 작가님의 말씀입니다.
"장르소설"이라는 말이 지금처럼 폄하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소설은 "까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죄와 벌", "불멸", "분노의 포도". "노인과 바다", "은하영웅 전설", "사조영웅전", "신조협려", "당신 인생의 이야기", "쿼런틴", "히페리온" 등입니다.
그런 소설을 쓰고 싶었습니다.
한국 장르 문학이라는 간판을 달고요.
제가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큰 꿈을 꾸었었는지는 제가 이전에 한담에 썼던 "장르문학을 두 글자로 줄이면?"이라는 글에서 이미 다 이야기했습니다.
제가 극복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했었죠.
잘 안 되더군요.
단지 능력이 부족해서일 뿐이라면 더 노력하면 그만입니다.
그런데 그 이상의 문제가 있습니다.
제가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문제군요.
대여점 중심의 장르문학계에서 저는 하나의 노이즈일 뿐임을 받아들이겠습니다.
게시판을 반납하고 장르소설을 포기합니다.
이제 읽는이를 의식하지 않고 글만 생각하고 써도 되는,
그런 글만 쓰겠습니다.
후원금까지 받아먹고 참 면목이 없습니다만, 응원해주시던 분들도 이해해주시리라 믿습니다.
여기서 제가 있을 곳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지난 열 달, 즐거웠습니다.
고마웠습니다.
술이 많이 취했는데,
아마 내일 아침 이 글을 후회하겠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이 선택을 자랑스러워할 것 같습니다.
즐거운 꿈을 꾸게 해주었던 문피아에 감사드립니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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