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추천금지 사태까지 몰고왔었던 그 작품, 은빛어비스가 유료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얼추 하루가 흘러간 지금 조회수는 400내외, 연재시의 1/10~ 1/15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갖가지 그에 대한 몇몇 좋지 못한 반응들 때문에, 한때나마 카이첼님의 글을 즐거이 읽으셨을 이분들께 진정으로 묻고자 이 글을 씁니다.
한화에 100원, 당분간 이틀에 1화 연재이니 한달에 1500원입니다. 하루에 한화씩 꼬박 연재해주셔도 한달에 3000원이죠. 요즘 아이스크림 하나 가격이 1000 ~ 2000원인가요? 비싼건 그보다 더하죠. 결국 3000원이라는 건 비싸봐야 친구한명 아이스크림 쏘는 것과 비슷합니다. 여러분 친구에게 한달에 한번 아이스크림 사는게 경제적으로 부담되십니까? 하다못해 없다면 부모님께 아이스크림 사 먹게 돈 좀 달라고 손만 벌리면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돈입니다. 이런 면에서, 분명 대여점 가격보다는 비싸지만 객관적으로나 주관적으로나 절대 큰 금액이 아닙니다.
물론 찢어지게 가난한 분들이 있습니다. 저도 학생이고 방값과 생활비를 주말알바로 벌면서 근근히 이어갑니다. 돈 조금 남을때도 등록금 보태야되니 밥한끼 마음놓고 시켜먹기 껄끄럽습니다. 하지만 그런 저에게도, 이틀마다 약 5분의 즐거움을 위한 백원정도는 아무런 부담이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조금 공격적인 말이 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특히 학생들에게도) 유료연재가 비싸다는 것은 치졸한 변명조차 되지 못합니다.
그럼 무엇이 그 사람들에게 그리 궁색한 변명을 하도록 만들고, 그만큼 열성적이던 팬들의 90%가 떠나게 만들었을까요? 간단한 사고방식의 차이일까요? 아니면 잘못된 인식이나 태도일까요? 갑자기 공짜로 볼 수 있던 책이 돈내고 보라고 해서 마음이 상하셨나요?
글은 작가의 것입니다. 만화든 소설이든, 인터넷에 연재되는 글들을 종종보면 가끔 이상한 댓글들이 보입니다. 마치 주객이 전도된 것처럼 독자가 작가에게 일방적인 강요를 하거나, 연재를 빼먹거나 늦었다는 이유로 욕설을 하고 안티와 같은 행동을 합니다. 심지어 자기 자신이 그 소설, 만화를 꼬박꼬박 보아왔고 또 보고있으면서 말이죠. 여기서 주목해야할 것이 작가가 주고, 독자가 객이라는 사실입니다. 사실 작가는 독자에게 저런 태도를 받을 이유도, 심지어 연재를 해줄 의무도 없습니다.(유료연재는 제외하겠습니다) 그저 자신의 만족감이나 혹은 일부 목적을(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등의) 위해 일방적으로 '베푸는'입장입니다. 현실로 따지면 길거리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돈을 나누어 줬는데 돈이 구겨졌다고 뺨을 때리는 꼴입니다.
한발 나아가서, 이제 직업작가들의 사정을 고려하면 이야기가 좀 더 복잡해집니다. 직업작가라함은 글을 주업 먹고사는 사람들이고 그들이 생산해내는 모든 글은 하나하나가 지적 재산권에 의해 보호받을 수 있는 상품입니다. 특히나 카이첼님처럼 자신이 쓴 글을 자유자재로 상품화할 수 있는 수준의 작가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말이 1부 잃어버린 이름의 홍보가 목적이지, 사실상 약 7000명의 독자들은 무전취식을 하는 것과 다름이 없었습니다. 비록 작가님의 허가가 있었다지만 사람이 염치라는 것이 있다면, 무료시식코너를 전전하면서 밥 한끼를 해결하는 행동은 하지 못합니다. 여기서부터 돈주고 사먹어야 된다는 직원을 욕하고 슬금슬금 피하는 행태는 우리가 지난 몇달동안 열심히 씹어온 불법 업로더, 다운로더들과 무엇이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까?
그리고 지금까지 당신을 위해 무임금으로 하루하루를 노력해주신 작가님들을 위해서, 혹은 고마운 마음으로, 또한 앞으로 계속될 즐거움을 위해서, 돼지저금통에 하루 100원씩 저금하듯 투자하는 것 또한 누가보아도 옳은 일입니다. 도의적으로는 물론이고, 실리적으로도 그렇습니다. 여러분은 한달에 한번정도 군것질을 참는 것과 한달내내 즐거이 보던 글을 끊는 것 중 어느것이 어느 쪽을 선택하시겠습니까?
비록 이글을 읽는 것은 고작해야 2,3백분 정도일 뿐이겠지만, 떠나간 7000여명의 독자분들 중 일부에게만이라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앞으로는 세상이 바뀔겁니다. 종이책 시장은 점점 사양길로 접어들지만 뚜렷한 대책은 없고, 기존까지 문피아에 내걸리던 '출판삭제'는 e-book이 상당부분 대신하게 될겁니다. 여기까지는 중고등학생이 생각해봐도 부정할 수 없는 추세입니다. 그리고 지금 여러분이 갑자기 유료로 전환되었다는 이유로 떠나간 재미있는 글들, 실력있는 작가님들 또한, 여러분을 떠나갈 것입니다. 안 그럴 것 같다고요? 어느 시장이든 구매자가 없다면 접을 수 밖에 없습니다. 과거에 대여점 시장이 활성화되고 수많은 실력파 작가님들이 떠나가셨듯이 말이죠. 그리고 몇년 뒤, 누군가는 그 작품들을 그리워하면서 또 한마디 할 것입니다. 옛날에는 좋은 책, 작가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수준이 더 낮아진 것 같다고...
하지만 결코 가릴 수 없는 진실 한가지는, 그분들을 쫒아낸 것은 바로 자기자신이라는 사실입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본래는 카이첼님의 유료연재를 응원하고자 추천글을 쓰려고 했습니다만, 글에 감정이 담겨서인지 너무 제멋데로 무거워졌습니다. 작가님께 죄송할 다름입니다. 에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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