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나왔던 얘기일 것 같습니다만 가끔 답답하게 느껴져서 글을 쓰게되었습니다.
소위 말하는 장르문학계가 어렵다는 소리를 많이 듣습니다. 불법복제때문에 시장이 망가졌다는 말도 많이 들었습니다. 불법복제는 범죄입니다. 근절이 될 수 있다면 근절을 시켜야겠지요. 하지만 그 이전에 장르문학이라는 산업에서 만들어지는 제품의 질적 향상에 대한 노력이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시장의 문제도 중요하지만, 작가/출판사분들이 변화를 하셨으면 합니다.
1. 작품의 분량
전에도 어느 분이 말씀하신 것 같은데, 일반적인 무협 혹은 판타지 소설의 분량이 너무 깁니다. 한 3권 이전에서 끝이 나는 게 적절해보이고 많아도 5권을 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현재 작가분들의 필력을 생각하면, 그 이상이 가도록 처음의 긴장감이나 소재의 참신성을 유지할 수 있는 경우 전무까지는 아니더라도 거의 없습니다. 어느 분이 대여점에서 그렇게 요구한다고도 하신 것 같은데, 또 들은 얘기는 대여점 시장은 거의 죽어가고 있고 실제로 대여점으로부터의 수익도 얼마 안되다는 것도 있습니다. 굳이 축소되고 있는 시장을 위해 질을 포기할 필요는 없겠죠. 무협/판타지가 아닌 문학 작품이나 순수소설을 쓰는 작가분들에게도 10권짜리 책을 쓰는 일은 상당한 무리가 따릅니다. 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장르문학계의 작가분들에게는 더 힘든 일로 보입니다. 많은 경우 얘기가 산으로 가거나 질질 끌고 종래에는 ‘응?‘하면서 끝이 납니다. 경제적인 면에서도 7-8천원짜리 책을 10권 사는 건 상당한 용기를 필요로 합니다.
2. 출판시점
글쓰기 시작한 초반에 작가 혹은 작품이 발굴이 되더라도 완결을 시킨 다음에 평가를 해서 출판을 했으면 합니다. 어찌보면 시작은 소재만 잘잡아도 재미있을 것 같이 시작할 수 있습니다. 비단 출판업계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어떤 제품을 만드는 것에서도 이것은 마찬가지입니다. 끝을 어떻게 맺는 지 어떻게 출시콸리티를 맞추는 지는 또 다른 능력입니다. 시작은 잘해서 여기 문피아에서 연재되는 분량까지는 재미있게 봐서 그 뒷부분을 보려고 나중에 대여점이나 서점에서 구매를 하고나서 실망을 한 경험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아니 거의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요새는 어떤 글이 출판을 위해 연재를 중단한다고 하면 속으로 ‘그래 여기까지는 재미있게 봤고 더 봐야 실망을 했을꺼야’하고 생각합니다.
문피아에서 끝까지 연재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문피아는 단지 작가 발굴용 혹은 이미 완결이 된 작품의 초반 맛보기용으로 사용을 하시면 되겠죠.
3. 출판사의 역할
적어도 맞춤법 검사는 제대로 했으면 합니다. 멋지게 출판되어 7-8천원을 지불한 책을 읽으면서 기가 막히고 더러운 기분을 느끼지는 말게 해주셨으면 합니다. 재미 이전에 정이 떨어집니다. 인력이 부족해서 못하는 거면 출판사 문을 닫고 이 어려운 길말고 다른 길을 찾으셨으면 합니다. 그게 이 업계 질적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4. E-Book 혹은 모바일 앱?
질 대비 가격수준 그리고 변화되는 시장을 생각하면 이쪽으로 보다 본격적으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해보입니다. 일반적인 장르문학의 작품들은 맘 잡고 정좌해서 읽기보다는 재미삼아 쉽게쉽게 읽을 수 있는 것들이고 대부분의 소비자도 그런 수준을 요구할 겁니다. 책당 매출액은 출판물보다 낮겠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저변확대에 도움이 되지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지금 수준 상 그리고 앞으로를 생각해서도 그 시장에서의 가격 정도가 적절하고 심지어는 거기서도 가격이 높아보입니다. e-book으로 만들었다고 해서 불법복제가 더 늘거나 책으로 만들었다고 불법복제가 더 어렵거나하지도 않습니다. 접근성을 더 올릴 수 있습니다.
5. 출판사 문턱
출판사 문턱 너무 낮습니다. 겉에서 보면 아무나 출판하는 것같습니다. 가끔 출판때문에 연재 중단한다는 글을 보고 '저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출판할만한 글이 아닌데 하고. 좀 제대로 평가를 하고 선별을 해서 제대로 출판합시다. 지금 출판되는 책의 한 10%정도만 골라서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것도 많은 지 모르겠습니다만. 대충 글 골라서 교정도 제대로 안해서 출판을 하면 그건 출판사가 아니라 인쇄소에 가깝습니다. 겉에서 보면 놀고 먹는 장사로 보이지만, 먹는 것도 별로 없다고 하시니 좋은 장사는 아닌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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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항상 변화합니다. 그게 딱히 내가 원한다고 어느 쪽으로 변화하고 하는 것은 아니지요. 시장에 맞춰서 생산자가 변화를 해야지, 옛날이 어땠느니 소비자를 교육시켜서 어느 방향으로 바꿔야한다느니 해봐야 아무 소용없습니다. 어느 산업에서는 이는 다 마찬가지입니다. 출판업계라고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소비자의 감정에 호소하는 건 그만했으면 합니다. 작가들 힘들다고, 투잡을 해야 겨우 산다고, 출판사 망한다고, 대여점 망한다고,... 본인들이 선택한 길입니다. 시장이 그런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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